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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재 Mar 25. 2020

소문난 잔치

소문에는 

회전문 같이 제자리를 돌고

도는 종류가 있는가 하면

커피 향처럼 시공을 넘실

퍼져가는 종류도 있습니다

소문에서 현실을 추출하는 것은 각자의 몫입니다

나는 그저 어쩌다

소문에 매혹되었던 겁니다 


어느 날 

소문에 이끌려 잔치에 들어갔습니다  

그리고는 감금 되었습니다 

깨부수지 않고서는 나올 방법이 없는 

그러나 차마 깨트릴 수는 없는 그곳 

탈출을 기원하며 

탈출의 실현을 두려워하는 그런 

의존하지 않지만 의존적이 되어 버린 


소문난 잔치에서는

잔치 분위기에 맞게 

저마다 화려한 자화상을 그립니다 

붓을 놀려 덧칠을 하고 또 하며 

아직은 얕게 칠한 눈을 마주보며 

현실의 깊이를 가늠합니다 

그것은 나이지만 

내가 아니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소문에 가장 가깝도록 

성실히 채색할 뿐 


소문이 무성한 잔치는 

출구가 없습니다 

어떠한 악의도 없이 

진실로 순수한 마음으로 

그래서 달리 어찌할 수 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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