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의 굴곡을 잘라내며 내쳐 달릴 때는
호수 표면의 결을 느낄 수 없었죠
그러다 배가 평온한 호수에 멈추어 서니
조용히 일렁이던 파도에
멀미가 나더군요
시간의 결을 잘라내며 달려온
그 오랜 세월
반듯이 정리된 시간이 목을 조르고
여러 이름으로 분류하려던 일상의 주제들은
결국 모두 생존의 문제였죠
어느 날
가속의 습관을 포기했어요
그리곤 일렁일렁
어지럽던 세월
비로소 혁명과도 같이 일어나던
나와 나와 또 나들
숨죽이며
이 시대를 기다리던
잘려져 나간 결을 다시 빚고 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