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승재 Mar 29. 2020

취기와의 하룻밤

그날 밤 알코올이 뇌 조직을 식민화하고 있을 무렵 

그녀는 내게 필연이라는 이름으로 다가왔고 

언제나처럼 그녀의 방식대로 무방비 상태의 나를 거침없이 무너뜨렸다 

정신을 잃고 늦은 오전이 되어 깨어나서 

그녀와 나는 아직 한 몸인 채로 요거트를 먹고 빵을 먹고 두유를 마시고 

그녀가 나에게 속삭였다, "우리 다시 침대로 가요" 

눈을 뜨니 오후 두시 

그녀는 인사도 남기지 않은 채 떠났고 나는 빈 방에 혼자 남겨졌고 

샤워를 틀어 아직 옅게 남아있는 그녀의 비릿한 체취를 정성껏 씻어 내린다 

아직도 뇌세포 깊은 곳을 움켜쥐고 있는 그녀에 대한 기억 

무거운 다리를 설득하여 커피숍을 향해 밖으로 나선다 

따뜻하다 

봄이 왔구나 

그녀와 함께한 꿈같은 하룻밤이 한 계절이었구나 

매거진의 이전글 멀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