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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재 Apr 01. 2020

태양이여

태양이여

그대는 아침과 함께 태어나

넓은 하늘 한 치도 빠짐없이

타박타박 일정한 속도로 가로질러

저녁과 함께 멸하니

일 년이면 삼백육십오 개의 생을 사는구나


그대 매번 다른 궤적을 살다 가니

비구름에 가려 감춰진 채 생을 마감하기도 하고

안개에 그을려 습습한 흔적만 남기기도 하고

그러다 어느 생은 세상 구석구석 벅찬 환희로 채우기도 하는구나

지난 수천억 개의 생에서 같은 생이 한 번이라도 있었던가


저녁이 다가오면 그대

노랗게 식어가는 하늘 끄트머리에 매달려

서글퍼 눈시울 붉히는구나

길어지는 그림자 따라 아쉬움도 자라는구나


하지만, 태양이여

그대 아는가

수천억 번의 뜨고 지는 순환 속에

그대의 뜨거운 본질은 한 순간도 식은 적 없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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