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태 이후 좋아하는 명화 보기 - 코톨드 미술관 편
코로나로 전 세계인의 반 이상이 집콕을 하면서, 공연은 물론 미술관을 자유로이 가던 그때가 너무 그립다.
영국 또한 예기치 않은 “락다운”으로 미술관과 도서관 모두가 일제히 문을 닫았다.
대영도서관에서 리서치를 해오던 습관을 모조리 벗어던져 버려야 하는 학자들은 난감해했고, 미술 수업을 해야 하는 선생님들은 당황했다.
주변의 아티스트들과 대학교수 등 다양한 미술 프로페셔널은 페이스북 그룹을 만들어서 다양한 팁과 노하우를 공유하고 있는데, 정말 창의적인 콘텐츠가 많다. 또 종종 보이는 유머스러운 대체에 이 상황이 서글프다가도 나도 모르게 피식 웃어버릴 때도 있다.
하지만 여전히 직접 붓을 들어 붓터치 시범을 보여야 하는 수업과 같은 상황에서, <줌> 혹은 <스카이프> 등을 통한 온라인 수업은 고민이 많다.
이렇듯 자유로운 오프라인 활동은 어려워지고 있지만,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듯 이제 미술관을 가상으로 갈 수 있다! 또 몇몇 미술관은 유료 전시 또한 무료로 제공하고 있으니, 이번 기회에 많은 작품을 접해보자!
그럼 오늘은 아래 링크를 통해서, 코톨드 미술관의 제일 큰 작 품 중 하나인 에두아르 마네의 <폴리 베르제르의 술집>을 함께 만나보자!
위의 링크를 클릭하면 바로 저 작품이 나오는 건 아니다.
반 고흐의 유명한 초상을 지나쳐야 할 수도 있고, 옆 방의 다른 마욜리카 콜랙션에 한눈을 팔 수도 있다.
마네의 이 작품에는 숨어있는 수수께끼들이 있다.
지루해 보이는 그녀의 뒷모습이 거울에 투영되어 보이고, 그 뒷모습은 한 남자랑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 둘은 동일 인물일까? 그녀가 차고 있는 목걸이의 의미는 무엇일까? 그리고 오래 그림을 훑다 보면 나오는 왼쪽 구석에 서커스 광대의 반신의 의미까지 궁금해진다.
당시 파리에는 ‘모던 라이프’가 등장했고, 그전에 없던 ‘웨이트리스’ 직업이 생겼다. 작품 속 그녀의 삶은 녹녹지 않았던 것 같다. 목걸이는 그녀가 가고 픈 어떤 이상향에 대한 약속일 수도 있다. 그리고 서커스 광대와 카바레는 희극적이고도 슬픈 삶을 상징한 것 일 수도 있다.
기 드 무 파상은 이러한 ‘바텐더’를 사랑과 주류의 판매자 (vendors of drink and of love)라 불렀다. 복잡하고 정신없는 일상 속, 그리고 사람들에게 둘러 쌓여도 외로운 모던 삶의 단상.
이 그림 옆에는 에드가 드가의 <발레리나>가 있다. 홈페이지의 작품 이미지를 자세히 클릭해보면 확대되니 거리를 조정해가며 자세히 느껴보자. 실제로 미술 작품 가까이에 가면 경보음이 울리기에 상상할 수 없는 일이지만, 이런 건 좋다.
작품의 발레리나는 약간 들창코를 갖고 있다. 드가는 당시에 유행하던 인상학에 관심이 많았고, 노동자 계급에 특정한 인상이 있다고 믿었다. 발레리나를 즐겨 그린 것도 발레리라는 당시 서커스처럼 고단한 직업이었고, 노동자 계급이 주로 택했던 직업이었기 때문이다. 이 그림은 우리가 위에서 아래로 보는 시점을 그리고 무대 중앙이 아닌 가장자리의 모습을 보여준다 - 마치 무대 오른쪽 박스에서 내려다보는 것처럼. 이 외에도 코톨드에는 오르세이 박물관 버전보다 작지만 그전에 그린 버전인 마네의 가장 유명한 작업 <풀밭 위의 식사>가 있다.
미술관도 가고 싶지만, 정말 여럿이 함께 피크닉을 하는 자유가 언제가 될지. "3명 이상 같이 계심 안돼요! 2미터 사회적 거리 두세요!"라고 경찰이 달려올 것 같은, 누드보다 마스크를 안 쓴 게 더 죄가 되는 기묘한 현실.
오늘 하루, 난 이 미술관 속에서 나오질 못했다.
*실제로 코톨드 미술관은 코로나 사태 이전에 비해 723%가 증가했고 대영박물관 콜랙션 검색은 2,000명에서 175,000명으로 늘었다고 보도됨
김승민 큐레이터, 슬리퍼스 써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