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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leepers Summit Jun 27. 2020

나는 앞으로 어떤 집에서 살아야 할까?

코로나 19 전과 후로 나뉜 나의 생각의 대전환 2편

우리 가족은 일과 학업의 이유로 10년 이상 뿔뿔이 흩어져 생활했었다. 코로나 덕분에(?) 온 가족이 한국에 함께 살게 된 지금, 나는 한 공간에 살게 되면서 얻는 기쁨과 어려움을 둘 다 경험하고 있다. 엄마 아빠 나 그리고 여동생 남동생. 이렇게 다섯 가족인 우리는, 50평 남짓한 아파트에 살고 있다. 2021년 3월 전세 계약이 끝나기 때문에 요즈음 우리 가족은 새로운 주거 형태에 대한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가진 가족회의 시간엔 각자 선호하는 라이프 스타일과 주거 형태에 대한 생각을 공유했다. 도시를 좋아하는 둘째는, 편의 시설이 잘 갖춰진 모던한 아파트. 가족의 개인적인 공간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아버지는, 각자 다른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는 3층짜리 단독주택을. 그리고 자연을 좋아하는 엄마는, 넓은 마당이 있는 시골집을 선호했다. 대화를 나누던 와중, 우리는 어떤 집이 좋은 집이고, 우리 가족에 맞는 집이며, 이 시대상에 맞는 집이 어떤 형태의 집인지 고민했다.


우리 가족은 현재 아파트 맨 꼭대기 층인 29층에 살고 있다. 따라서 집 밖으로 나가기 위해선 외출 전 미리 엘리베이터를 눌러 놔야 오랜 기다림 없이 나갈 수 있다. 그래서 그런지 나는 밖에 잘 나가지 않게 된다.


이 집의 큰 장점은 꼭대기 층이기 때문에 넓은 개방형 베란다가 있다는 것이다. 나의 작업실은 이 공간에 있다. 창문 밖으로 보이는 유일한 변화는 해가 뜨고 지는 것이기 때문에 나는 이 공간에 작은 정원을 만들어 놓고 자연의 변화, 계절의 변화를 즐긴다. 



내가 만들어 놓은 작은 정원
나의 작업실



인간은 기본적으로 변화에 익숙하다. 피부로 온도의 변화를 느끼고, 눈으로 변화하는 계절을 볼 수 있고, 맛있는 제철음식을 먹으며 행복을 느낀다. 외부와 단절된 채 실내에서 생활하고 일을 하다 보면 낮 밤이 언제 바뀌는지, 사계절을 풍경은 어떻게 변화하는지 알기 어렵다. 


과거에는 집 안팎의 경계가 낮았다. 전통가옥에서는 마당으로 나가면 정원도 있고 하늘을 볼 수 있지만, 현대의 마당인 거실에서는 자연의 변화를 거의 느낄 수 없다. 생각해보면 이런 한정적인 공간에 익숙해진 우리는, TV 나 스마트폰 등 앉아서도 변화를 느낄 수 있는 것들에 열광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쉽고 빠르게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못 느끼는 사이에 집과 라이프 스타일의 기준은 꾸준히 바뀌어 왔다. 하지만 코로나-19는 그 변화를 더욱 빠르게 가져올 것이다. 코로나 19를 겪으면서 사람들의 반응은 두 분류로 나뉜다고 생각한다. 


A - “코로나 19가 세상의 시스템과 문화를 바꿀 것이다.”

B - “아니다, 우리는 예전 생활에 익숙해져 금방 돌아갈 것이다.”


이 의견의 중간에 서 있는 나는, 변화가 드라마틱하게 일어나진 않지만 또 완벽하게 예전으로 돌아갈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일상생활 중 많은 부분에서 언택트 (Untact, 비접촉 의 합성어)가 불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코로나-19 가 많은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했다. 


대표적인 예로 언택트 소비문화가 바뀌었는데, 즉 온라인 결제 이용자 연령대의 비중이 크게 변했다. 5060 세대의 온라인 이용 고객은 2020년 02월~2020년 03월 한 달 사이, 12%나 증가했다. [1]

IT기술에 익숙하지 않은 5060 세대 이상의 장년, 고령층의 배달 앱 사용이나 온라인 장보기 소비 증가를 보면 이제 IT기술은 선택이 아닌 생존의 요소가 되었다. 


나는 많은 사람들이 재택근무, 온라인 수업, 온라인 쇼핑, 드라이브-스루 등, 코로나-19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해야만 했던 언택트 라이프 스타일의 편리함을 깨닫고 그 삶의 방식을 백신이 개발되어 코로나-19가 완치되더라도, 계속해서 이어 나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는 우리의 주거, 공간의 형태에 영향을 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주거 형태는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어떠한 변화가 있을까? 우리 가족의 선택에 도움이 될까 하여 많은 영상과 기사를 찾아보았다. 그 내용을 나의 생각과 함께 짧게 정리했다.


합리적인 공간

코로나-19 사태가 끝난다면 사람들은 다시 모일 것이다. 하지만 그 모임이 이루어지는 공간에 대한 비용을 쓰지 않고도 생산성이 유지되고 그다음에 사람들의 삶이 유지되거나 더 좋아질 수 있다면 합리적인 판단에 의해서 오프라인 공간에서의 모임이 점차 줄어들 것이다.  


집이 수용하는 다양한 기능들

학교를 갈 수 없어 집에서 공부하는 막내, 밖에서 일할 수 없어진 프리랜서인 나, 그리고 집에서 재택근무를 해야 하는 둘째와 아빠까지, 코로나 이후 집이 수용해야 하는 다양한 기능들이 늘었다. 

홍익대학교 건축학과 유현준 교수는 1인 가구의 평균 주거 크기인 26m2 (8평)에서 39m2 (12평) 정도로 늘어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사람들은 변화하는 주거 형태에 맞게 1.5배 정도 집 면적의 수요가 늘어날 것이다. 지금까지의 집은 먹고 자고 씻는, 생활의 기본적인 것들을 해결하는 장소였다면 이제는 일과 학업, 취미 생활까지 할 수 있는 공간으로 바뀌어 나갈 것이라는 뜻이다.


독립적이고 개인적인 공간

영국의 한 연구에 의하면 코로나-19 사태 전 평상시 부부가 함께 보내는 시간은 하루 평균 90분 정도였지만, 이제는 하루 평균 15시간 이상 증가했다고 한다. 그리고 부부가 함께 하는 시간이 증가함과 동시에 이혼율도 높아졌다고 한다. 중국도 새해, 크리스마스 휴가 등, 장기간 휴일을 보낸 뒤와 같은 이혼율 급증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2]. 전 세계적인 추세를 반영하듯 Covid와 Divorce의 합성어인 ‘Covidivorce(코로나 이혼)’ [3]이라는 신조어도 생겼다.

앞으로 코로나-19와 같은 바이러스들이 더 자주 더 강력하게 인류를 위협할 것이라는(이 전망은 환경 파괴와 깊은 관련이 있는데 다음 글에서 다뤄보려 한다) 전문가 의 예측한다. 따라서 앞으로 더 많은 시간을 집에서 보내게 될 수도 있다. 그렇다면 간섭받지 않고 자유롭게 개인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독립적인 공간이 필요하게 될 것이다. 넓은 거실과 부엌은 작아지고 공간을 효율적으로 분리하는 분리형 주거 형태가 될 것이다.


개성 있는 공간

2016년 대비 인테리어 플랫폼 이용건수가 34배가 증가했다는 수치[4]를 보면 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공간을 취향에 맞게 맞추어 나가는 걸 알 수 있다. 주거 형태는 자신이 하는 일과 삶의 방식에 맞게 커스텀화 되고 있다. 앱으로 음식을 배달시켜 먹는 배달문화가 발달함에 따라 부엌은 작아지고 개인적인 공간은 커지는 것과 같이 말이다.



주말마다 가는 양평의 주말 농장



자연을 가까이할 수 있는 공간

홍익대 유현준 교수는 끊임없이 건축과 공간, 인간의 삶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그는 이번 코로나-19 사태 이후 “테라스와 같은 집의 실내공간 요구가 증가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하루에 몇 백 명에 달했을 때 사람들이 가장 두려워했던 것은, 사람들이 많이 모일만한 장소에 가는 것이었다. 도심 속에선 자연을 가까이할 수 있는 공간이 많지 않고 그나마 있는 공원들은 사람들이 많이 모일 수 있는 공적인 공간이기 때문에 쉽게 방문할 수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발코니와 테라스같이 사적인 공간이면서 동시에 자연을 만날 수 있는 공간들이 더 많이 필요할 것이라는 말에 나도 공감한다.


인프라가 잘 구축되어 있는 도시가 좋은 동생들과 자연에서 살고 싶은 부모님. 우리 가족은 아직 어디서 살게 될지 결정하지 못했다. 하지만 우리가 어떤 삶의 방식을 추구하며 살아 가면 좋을지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깊이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나는 다음 달 초부터 양평에서 생활해보기로 결심했다. 다양한 주거 형태를 경험하며 내게 맞는 방식을 찾아 나가고 싶기 때문이다. 



양평에서 올해 수확한 첫 번째 오이, 브로콜리, 피망, 고추 그리고 케일


이상적인 주거 형태란 없다. 다만 변화하는 세상의 흐름을 잘 이해하고 고민하고 내 삶 속에 현명하게 적용한다면 어려운 상황에서도 내가 행복할 수 있는 방법들을 터득하는 것과 같다. 나의 고민과 생각이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그대에게 도움이 되길. 




이경아 환경 운동가/영상 감독, 슬리퍼스 써밋




          



[1]신한카드 통계

[2]중국 글로벌카임즈 3월 9일자 보도

[3]뉴욕타임즈, 3월 20일자 보도

[4]신한카드 통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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