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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leepers Summit Aug 16. 2020

< 발견 그리고 덧댐과 이음 > - 4편


-       ‘발견’ (과거): 한국의 역사 속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자랑스러운 유물을 중 10개를 선정하여, ‘명품’이라 칭하고, 꼭 알아야 할 역사적 사실들을 연구하고, 현대인들도 이에 흥미를 가질 수 있도록 시각적으로 배치한다. 

-       ‘덧댐’ (현재): 우리 유물의 정보와 가치를 정리해 나가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우리의 가치관, 시각적인 해석, 의견 그리고 전문가들의 견해 등을 덧댄다. 

더 자세한 내용이 궁금하신 분들은 ‘발견 그리고 덧댐과 이음 1,2,3편을 확인해주세요.






경주 보문동 합장분 출토 굵은 고리 금귀걸이의 발견에서 비롯된,

덧댐을 위한 나의 기획자로서 생각의 흐름



#황금의 나라 신라 #금세공기술_섬세함의 극치

국립중앙 박물관 방문 및 직접 촬영한 ‘경주 보문동 합장분 출토 굵은 고리 금귀걸이'



이번 ‘덧댐’을 풀어나갈 방향성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


‘경주 보문동 합장분 출토 굵은 고리 금귀걸이’의 ‘발견’ 부분을 정리하다 보니, 가장 주되게 전달하고파진 역사적 사실은 ‘신라는 단순히 금을 많이 사용한 나라가 아니라, 감탄이 절로 나오는 섬세하고 고도화된 금세공 기술을 꽃피웠다.’는 점이었다. 


이 맥락에서 견해를 덧대어 주셨으면 하는 분들로 관련 연구를 하신 학예사, 역사학자분들과 함께 전통 금속 공예를 하시는 분들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 특히 ‘보문동 합장분 출토 굵은 고리 금귀걸이’와 같은 유물의 복원과 재현을 하시는 분의 견해가 궁금해졌다. 누구보다 금속 유물을 제작하는데 필요한 자질, 기법, 유물의 특징 등을 잘 알고 계실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돋보기도 핀셋도 없던 과거에 ‘정교함의 극치’를 보여준 신라의 금속 유물들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도 들어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가지고 있었다. 



#유물 복제재현 전문가?

좌) 국립중앙박물관에 전시된 시각장애인을 위한 백제금동대향로 복제품 전시물 / 우) 백제금동대향로 사진 출처: 국립중앙박물관


 

유물을 복제하고 재현한다는 것에 대하여 생각해본 적이 있던가? 

사실, 박물관에서 특정 유물을 감상하던 중 ‘다른 ○○박물관의 소장, 복제품’이라는 안내 글을 보게 되면 나도 모르게 ‘아, 이거 진품 아니래…’하며 아쉬움을 내보이곤 했다.


하지만, 이번 ‘덧댐’을 통해 유물과 똑같은 형태의 복제품을 만들어내는 공예장인들에 대해 알아가면서, 그분들의 노력에 비해 ‘나는 너무나도 가볍게 생각해오지 않았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은 더욱이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박물관을 직접 방문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져서 온라인 박물관/미술관을 통해 작품이나 유물들을 접하고 있다. 그렇게 반년이 넘는 시간을 보내다 보니, 실물이 주는 감동과 현장감을 느끼기 어렵고, 오감 중에 오직 시각을 통해서만 정보를 전달받게 되는 답답함을 느끼곤 한다. 만약 장인들의 복제품이 없었다면, 우리는 박물관에 직접 방문해서도 사진이나 영상으로 유물을 감상해야 하는 비슷한 답답함과 아쉬움을 느꼈을 것이다. 



박물관에서 복제품을 만드는 경우는 대체로 다음의 2가지입니다. 첫째, 실물의 보존상태가 좋지 않아 대체 전시물이 필요한 경우입니다. 둘째, 유물의 중요성 때문에 복수의 공간에 전시할 필요가 있을 경우입니다. 예를 들어 백제금동대향로의 중요성으로 인해 실물은 국립 부여 박물관에, 복제품은 국립중앙박물관에 전시하는 방식입니다.

과거에는 복제 전문 장인들이 사진 촬영, 실측을 통해 복제하는 방식이 활용되었습니다. 이와 같은 방식은 정교함이 떨어지고 유물의 외형만을 복제하기 때문에 한계가 있습니다. 근래에는 3D 스캔, 3D 프린터를 이용하여 정교하게 복제하는 기술이 늘고 있습니다. 장차 복제는 장인들의 손에서 벗어나는 일이 될 것 같습니다.

장인들의 역할이 여전히 필요한 것은 복원입니다. 썩고 부서져 없어진 부분을 원상대로 복원하는 것입니다. 역시 자연과학적 분석 데이터를 충분히 활용하여 고고학자, 보존 과학자, 장인들이 협업을 통해 기술을 복원하고 형태를 복원해 나가고 있습니다. 물론 아직 걸음마 단계입니다.


-이한상 대전대 역사문화학과 교수 인터뷰 중- 



이한상 교수의 답변에서처럼 복제품은 유물이 복수의 공간에서 소개될 수 있게 해 주며, 미래 세대에게 유물에 대한 설명력을 높여주는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우리는 딱히 그 고마움에 대하여 생각해 본 적이 없는 듯하다. 


유물 복제하시는 분들의 오랜 배움과 기술 수련 시간은 얼마나 존중돼 왔을까? 물론 현대의 장인들은 과거보다 발달한 장비들을 사용하겠지만, 손으로 한 땀 한 땀 모든 섬세한 부분들을 완성한다는 것이 절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또한 복제품 제작 과정에는 고증의 문제도 생기곤 한다. 단순히 유물을 흉내 내어 만드는 것이 아니라, 복제품이 유물과 최대한 비슷한 형태와 의미를 갖게 만들기 위해서 장인들에겐 충분한 고증 및 연구의 시간까지도 필요했을 것이다. 


(요즘은 더욱 효과적인 방법으로 정확한 복제를 위하여 첨단 기술과 과학의 힘을 빌리기 시작하고 있다고 한다. 아직도 복원을 위해서는 장인들의 도움이 필요하지만, 복제와 관련해서는 장인들이 설 자리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



#후암동의 한 공예 작업장에서의 대화_전통공예의 현황 

후암동의 한 공예 작업장의 거북선

 


유물 복제, 재현 및 전통 공예 기법을 이어온 장인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고자 많은 연락을 취해 보았다. 하지만, 연락처를 찾는 것도 쉽지 않았으며, 연결이 되어도 작업에만 몰두하는 편이라 인터뷰는 불편하다는 대답들이 돌아올 뿐이었다.


조금씩 지쳐갈 때쯤, 후암동을 지나다 우연히 금관과 거북선 복제품이 진열된 공예 작업장을 마주쳤다. 반가운 마음에, 솔직히 나는 딱히 ‘어떤 대화를 나누어 봐야겠다.’하는 방향성 없이 문을 두들겼다. 


“사장님 혹시 금관도 여기서 제작하시나요?”


그 금관은 다른 장인의 손에서 완성된 복제품이었지만, 수 백 개의 나무 조각들로 제작된 거북선 모형을 제작하시는 이야기를 시작으로 한참 동안 문화재 복제품 및 기념품 제작 공예에 대한 실정을 털어놔 주셨다. 


대화의 내용을 정리해보자면 이러하다. 


1 세대라 칭할 수 있는 무형문화재나 장인들은 이제 연세도 많이 드시고, 얼마나 더 제작하실 수 있을지 모르는 상황이다. 계승 또한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고 있지만, 대부분의 장인들이 매체 노출 및 간단한 인터뷰 자체도 거절하는 경우가 많다. 네트워크나 인프라가 구축이 잘 되어있는 것도 아니기에, 공예에 종사하는 사람들끼리도 서로 필요로 하는 특정 공예를 하는 사람들을 찾기가 어렵다. 
본인과 같은 2세대라 칭할 수 있는 장인들의 경우, 갖춰진 작업장보다 비닐하우스 하나에 작업 거치대를 가져다 두고 가내수공업으로 간신히 작업을 이어는 경우도 많다. 상업화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려 노력하지만, 각 개인들이 그 방법을 찾긴 쉽지 않다. 결국, 생계를 유지할 수 있을 정도의 제작을 하다 그만두는 사람들도 많다. 
그렇다면 공예를 조금 더 현대적으로 해석하려는 시도를 해보아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들이 많다. 하지만, 사실상 젊은 세대들이 1, 2세대 장인들의 상황을 이해하고 그런 질문을 하는지 가끔 당혹스러울 때도 있다. 혁신적인 변화를 도입하기엔 내, 외부적인 상황들이 녹녹지 않으며, 오랜 시간 공예를 계승해온 장인들은 그에 대해 거부감을 느끼는 경우도 많다. 또한, 현대화를 시도하려 해도 올바른 방향성을 잡는 것은 쉽지 않다. 기술 계승의 경우에도 상당한 배움의 시간이 필요한데, 젊은 세대들이 오랜 시간을 투자하여 기술을 연마한 후에 현대화로까지 이어지게 한다는 것이 얼마나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정말 몇 안 되는 기회로 이름이 알려진 분들이나, 융합을 추구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젊은 세대들이 아니고서는 전통 공예가 설 자리를 찾기가 쉽지 않다. 



#한국 공예의 이어짐_젊은 금속공예가 #덧댐_이음



신라의 금귀걸이와 고려청자에서 볼 수 있듯 우리 민족은 오래전부터 뛰어난 ‘미감’과 섬세한 기술력을 갖추고 있었다. 하지만, 일제강점기를 통한 급작스럽게 산업혁명을 맞이하게 되어 공예의 가치가 보존되고 발전될 수 있는 시기를 놓침과 동시에 해외에서 값싼 공예품들이 유입되면서, 점점 더 그 위치는 위태로워졌다. 


이 프로젝트가 우리나라의 전통과 공예에 얼마나 큰 파급효과를 줄 수 있겠느냐마는, 현시점에서 내가 실천할 수 있는 접근을 해보려고 한다. 


한국의 젊은 금속 공예가들을 만나서 그들이 생각하는 ‘한국의 금속 공예’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선조들의 기술(예를 들어, 누금 기법)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본인들은 어떤 방식으로 한국인으로의 전통 및 정체성을 생각하며 작업을 이어나가고 있는지’를 들어보고자 한다. 그리고 그들의 작품 중 대중들이 어렵지 않게 소비할 수 있는 것을 골라, 룩북(혹은 매거진)을 주혜림 디자이너와 함께 제작하여 그들의 홍보를 조금이나마 돕고 싶다. 


우리들의 이러한 ‘덧댐’을 보는 모든 이들에게 ‘이어져’ 또 다른 ‘이음’이 되며 우리 유물과 역사에 대한 ‘다시 발견’이 되었으면 한다.  


#디자이너 주혜림의 덧댐

과거 신라의 정신을 이어받아 현재에 덧대는 사람들_금속공예가 

영국 유학을 갔을 때 종종 듣는 소리가 한국인들은 디테일한 작업도 꼼꼼하게 마무리한다라는 말이었다. 아마 신라의 금귀걸이와 고려청자에서 볼 수 있듯 우리 민족은 오래전부터 뛰어난 ‘미감’과 섬세한 기술력을 이어받은 기개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한 능력을 전 세계에서 인정 받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는 그 기상을 이어가려는 노력보단 명품을 모방한 값싼 공예품들이 더 많이 나오고 있다. 일반 소비자들이 공예작품을 재료 값만 보고 값을 측정하기 때문에 금속공예품들이 터무니없게 비싸다고 생각한다. 숙련된 기술과 하나의 작품이 나오기까지의 시간과 노력은 무시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언제부터인가 아쉽게도 공예가나 디자이너로 한국에서 살아가기는 현실적으로 어렵게 되었고 직업으로 선택하는 수도 현저히 줄어들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만의 금속 공예의 뛰어난 기술력과 감각적인 디자인을 표현하고 있는 현재의 금속공예가들을 소개하고 앞으로의 금속공예 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이야기를 함께 나누고자 한다. 우리의 역사 속에서 발견한 기술력을 현재로 더 나아가 미래로 이어가는 그 과정인 덧댐이 되길 바란다.

 




보문동 합장분 출토 굵은 고리 금귀걸이에 대한 다양한 ‘발견’,

고대 금속유물 권위자로 꼽히는 이한상 대전대학교 교수님과의 인터뷰에서 비롯된 ‘덧댐’,

현대 금속공예가들의 작업과 이야기로 이어질 ‘덧댐’까지.


‘명품 A. 고려청자를 만나다.’에 이어, ‘명품 B. 경주 보문동 합장분 출토 굵은 고리 금귀걸이를 만나다.’의 디자인 결과물들이 곧 공개될 예정이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마지막으로, 바쁘신 와중에도 저의 질문들에 선뜻 답변과 도움을 주신 이한상 교수님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도연희 문화 기획자/기업가, 슬리퍼스 써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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