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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leepers Summit Feb 24. 2021

가장 전망 나쁜 호텔 주차장에서 들린 천사들의 합창

뱅크시와 데니 보일의 만남으로 탄생한 연극 "얼터너티비티"


2021년 2월 22일, 오늘 아침 다프트 펑크(Daft Punk) 해체 소식을 접했다.

그다지 전자음악과 친숙하지 않은 사람들도 지난 23년간 활동 기간 중 한결 같이 헬멧을 쓰고 등장하는 'Get Lucky', 'One More Time'은 안다. 전자 음악상 가장 영향력 있는 아티스트로 평가받는 일렉트로닉 음악 듀오이며, 그래미상도 수상했다. 그들이 돌연히 페이스북과 유튜브 채널에 올려놓은 영상 ‘에필로그’ 속 영상처럼 역사의 무대 뒤편으로 사라져 갔다. 모두 말한다 “역시 그들답다.”. 헬멧을 쓴 두 명은 등을 보인 채 사막 속으로 걸음을 옮기다, 서로 다른 방향으로 향하고, 그리고 폭발한다. 영상이 올라간 지 24시간 채 되지 않았는데 이미 조회 수는 천만을 넘었다.

https://www.youtube.com/watch?v=DuDX6wNfjqc&feature=youtu.be 


아 이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 게 아니었는데, 뱅크시 이야기를 하려다가 시작이 길어졌다. 1993년에 시작한 다프트 펑크의 얼굴은 1995년의 아주 흔치 않은 사진으로 알려져 있는데 비해, 뱅크시는 스트릿 아트를 세계적인 예술로 끌어올린 아티스트이지만, 아무도 그의 정체를 정확히 알지 못하는 그야말로 유령 같은 존재다.

여러 기사를 찾아보면, 브리스틀 출신으로 출생연도는 알려져 있긴 해도, 그의 활동에 대해서는 호주에서 활동하는 그라피티 아티스트부터 매시브 어택 (Massive Attack)의 메인 보컬까지 “용의자”로 추측될 뿐, 그의 정체를 100% 인정한 적은 없다.


익명이기에 가능했을지도 모르는 여러 작품은 그라피티 적인 미학을 담고 있으면서도 한마디로 기발하다. 이제 많은 작가는 행위예술을 통해 대중과 호흡하는 미술을 하고 있다. 이 브런치에서 그들을 만나기 전에 그라피티 예술의 정의 시작부터 알아보았다. 테이트 미술관은 정의는 1970년대 뉴욕으로 시작하고 있었다. “그라피티 아트 (graffiti art 혹은 낙서예술)'은 그 시작을 1970년대 뉴욕에서 젊은이들이 래커 스프레이나 다른 재료를 갖고 건물 벽이나 지하철 옆면에 형상이나 글을 쓰는 것에 시작됐다.”라고 쓰여 있다.


키스 해링  

상업 화랑과 미술관의 영역이 아니었던 이 거리 미술들은 70~80년대부터 그 경계를 허물기 시작했다. 그리고 80년대에 들어서면서 몇몇 작가들의 독창적인 미학 세계를 대해 주류 미술계가 주목하기 시작했는데, 이 작가들 중에는 프랑스 화가 장 뷔페 (Jean Dubuffet), 장 미셸 바스키아 (Jean-Michel Basquiat) 그리고 키스 해링 (Keith Haring) 등이 포함된다. 이들 작가 중 올해 2월 16일로 사망한 지 30년이 된 키스에 대한 다큐멘터리 중에서 특히 2020년 발표된 작품 키스 해링: 거리 미술 소년 (Keith Haring: Street Art Boy – The power of activism and art)를 추천한다.


바스키아의 유명세와 키스 해링의 발칙함을 다 물려받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뱅크시. 그가 유명한 이유는 그의 퍼포먼스들이 항상 일반인들의 상상을 초월하는 기발한 것들이기 때문이다. 국립 미술관인 테이트 브리튼 (Tate Britain 미술관)에 잠입해서 자신의 그림을 걸어 놓고 도망간 게 2003년, 벌써 20년 전이다. 대영박물관,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브루클린 박물관 등에서 계속해서 비슷한 범죄 아닌 범죄를 저지르고 갔다.


뱅크시 https://banksyunofficial.com/ 

2018년에는 소더비 경매소에서 약 15억 원에 작품이 낙찰되자, 모든 사람이 지켜보는 가운데 액자 뒤에 설치된 자동 분쇄기로 작품을 분쇄하여 보는 사람들이 경악을 금치 못하게 하였다. 위의 사진은 그가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이 행위를 한 자가 ‘자신의 소행’ 임을 밝힌 이미지이다.


그 외에도 그의 작품과 퍼포먼스들은 너무 잘 알려졌지만, 연극 <alternativity>에 대해서는 잘 알려지지 않은 듯해 그 다큐멘터리를 여기 공유하고, 설명을 더 해 보려 한다.

 

지금으로부터 3년 전, 한 영화감독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을 가로막는 거대한 벽 앞에서 연극을 해달라는 뜬금없는 제안을 받았다. 영화감독 데니 보일.이었다 <슬럼독 밀리어네어>) (2008)과 <트레인스포팅 (Trainspotting)>을 연출한 세계적인 감독이다. 그리고 그에게 그런 기발한 제안을 한 것은 뱅크시였다. 아래 이미지는 뱅크시의 글씨로 추정되는 편지로 데니 보일 감독이 영상에서 공개한 것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KGxP8NlkIuA&t=1122s

스트리트 아트 뉴스 채널의 뱅크시/댄니 보일 다큐멘터리


“제 호텔 주차장에서 예수 탄생에 대한 연극을 연출해줄 수 있나요?


“데니에게, 내가 요즘 베들레헴 (Bethlehem)에 호텔을 하나 열었어. 근데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덜 나는 듯해서 ‘네이티비티' (Nativity, 예수 탄생)라는 연극을 올리려고 해. 같은 길에 있는 교회 (진짜 예수가 태어났다고 함)가 유력한 경쟁 상대지만, 그리고 이 지역 모두에게 꼭 귀감이 될 만한 연극이 되길 바라."


이 장면은 유튜브에 올라온  <뱅크시(Banksy) x 데니 보일 (Danny Boyle) 얼터너티비티 (The Alternativity)>      다큐멘터리 영상에서 발췌했다.



이 연극이 올려질 무대는 그가 만든 호텔의 주차장에서 만들어져야 했다. 그리고 그 호텔은 실제로 전 세계의 크리스천들이 찾는 베들레헴에의 분리 장벽 바로 옆에 있었다. 이름도 럭셔리 호텔 체인 “워도프 호텔”을 연상하지만 “벽이 쳐진” 의 뜻인 <더 월드 오프 호텔 (The Walled Off Hotel)>이다.


더 월드 오프 호텔 입구 Photograph: Quique Kierszenbaum/The Guardian 

 


한국으로 치면 비무장지대에 철책만 보이는 위치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 벽의 이편저편에서 살아온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인들은 통행증을 소지해야만 이 벽을 통과할 수 있다. 이 다큐멘터리에 등장한 학부모들은  이 매일 보는 끔찍한 장벽을 크리스마스 때만큼은 자신의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다며 연극 아이디어를 반대했다. 언제 누가 총을 겨누고 있을지 모르는 이곳에서 절대 크리스마스를 맞고 보내고 싶지 않다는 사람도 있었다. 뱅크시는 이곳에 2017년 5월에 월드 오프 호텔 문을 열었는데, 객실 창밖으로 바로 내려다보이는 철책과 높은 장벽의 상징성 자체가 - 그러니까 그 호텔 자체가 - 그의 작품이다. 

위의 다큐멘터리 한 장명, 웨스트뱅크 장벽을 설명하고 있다. 실제로 베들레헴 웨스트뱅크에 가려면 텔라비 공항에서 차를 타고 둘러가야한다. 


그리고, 그 호텔의 의미를 다시 상기하기 위해, 저명한 영화감독에게 연극을 만들자고 제안한 것이다. 제목까지 제안함도 기발하다. ‘예수 탄생 연극’을 뜻하는 네이티비티 (nativity)에 ‘대안'이라는 뜻의 ‘alternative'를 붙여 만든 합성어다.


늘 총구를 겨누고 있는 베들레헴의 웨스트뱅크. 높이 솟은 벽으로 단절된 갈라져 시간의 벽을 돌아 하루하루의 삶을 이어가는 애환을 품은 주민들은 처음에 적대감을 표시하다가, 결국 스스로가 그 연극 속으로 들어온다. 그 전략 중 연극을 준비하며 가까워진 점도 있지만, 이 더운 지방에 '눈'을 약속했다. 결국, 연극 당일, 삭막한 월드 오프 호텔 주차장에는 무대가 생기고, 연극 출연용 당나귀도 온다. 그리고 이 가장 전망이 안 좋은 이 호텔에 아이들이 도착한다. 

연극을 관람하고 있는 데니 보일 감독 (사진 가운데)

그날. 눈이 내렸고, 아이들은 연극을 보고 환호했다.


그리고, 그 전 날, 산타클로스처럼, 누군가 나타나 그 주차장의 벽에 새로운 그림을 그렸다.
천사들이 지렛대를 이용해 벽 사이 틈을 힘껏 벌리려 하는 그림말이다. 



김승민 큐레이터, 슬리퍼스써밋 대표 



천사들이 지렛대를 이용해 거대한 벽 사이 틈을 열려고 하는 '낙서' by Bank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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