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주자는 무대의 구석에서 중앙으로 걸어 나온다
꾸벅 인사를 한 뒤. 장난감 앞으로 가서 앉는다
고개를 잠시 숙이고 집중하는 모습
건 반위의 손가락들이 날렵하다
개울물 흐르듯 잔잔히 두 손이 움직이더니
장마진 강물처럼 거친 물살이 가슴을 훑는다
문득 나는 멀리 객석에 앉아있는 사람들을 둘러본다
그림 속의 사람들 같다
멀리 떨어진 탓에 윤곽이 없는
옅은 분홍빛 조명에 죄다 원숭이 모습이다.
그쪽에서 이쪽을 바라보는 어느 누군가도 그렇겠지
원숭이들이
재능 있는 원숭이 한 마리를 무대에 올려놓고 심각하다.
이런 게 사는 맛인가
---피아노 연주회를 관람던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