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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영희 Jan 05. 2021

감추거나 자랑하거나



그제는

새해 기분 내고 싶어 만두를 만들었다.

먼저 밀가루 반죽을 했다.

마트서 파는 만두피는 편하기는 해도

쫄깃한 손 맛이 덜하다.

품이 많이 들더라도 꾹꾹 치대어 하나하나

밀어 보따리를 싸는 재미가 쏠쏠하다.

면데치고

고기볶고

김치쫑쫑

두부으깨고

이번엔

숙주나물은 빼고

맛술 참기름 대파 등등

속을 버무려 놓았다.

랑해진 반죽을 똑똑 떼내어

밀가루를 솔솔 흩뿌리며

새알처럼 빚어, 작은 방망이로

너무 얇지도 두텁지도 않게 피를 만든다.

그렇게 크고 작은 보따리 60여개를 끓는

물에 퐁당퐁당 넣어 데치듯이 삶아

참기름을 살짝 묻혀 채반에 널널하게

식혀 놓았다. 스무개는 친구에게 주려고 따로

담아 놓고, 나머지는 아들 며느리가 다음주에

온다하니 육수 국물 내어 맛나게 끓여줘야지.


뒷설거지 하고나니 뻐근했다.

침대에 누워 등을 지졌다. 그러다 머리맡의

책을 펴드니  이 문장에 눈이 쫑긋.

 ......

....................

인간이 북적대는 곳엔 세 부류의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이 세부류가 모두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며 시끄럽게하는데 그 까닭은

두마리 토끼를다 잡아 보겠다는 욕심이

있기 때문이다.


첫 번째 부류는 크던 작던 어느 단체에 몸을

담고 있으면서 주어지는 직위에 연연하는 사람이다.

그들은  스스로 원해서 그 자리까지 갔건만, 

속마음은 임무에 메이는 것을 걱정하며

무서워하면서도 차마 윗사람의 눈치를 살피느라

그만두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이런 자들은 몸이 괴로울 뿐만 아니라 정신

또한 괴롭다. 이런 부류는 그 자리를 박차고

나와야지만 비로소 자유로워는 사람일게다.


두 번째 부류는 지위나 명예에 욕심이 대단히

크게 있으면서 겉으로는 그 따위 것엔 관심도

없고 원치 않는 것처럼 가장하는 부류다.

그러면서 실제로는 청렴을 가장한 편안한

얼굴로 다른 이들이 자신을  알아주지 않을까봐

노심초사 한다. 도덕이나 정의, 의리를 허울로

삼아 자신을 위장하기까지 한다. 이런 인간

또한  스스로 몸과 마음이 모두 피곤할 것은

말할 것도 없겠다.


마지막 부류는 좀 나은 인간상이다. 자신이

일을 맡고 싶으면 열심히 하고, 자신의 위치나

직위가 피곤해지며 염증이 나면 곧 그만두는 사람이다.

배우고 싶으면 배우고 때려치우고 싶으면 미련없이

그만두어버리는 사람이다.

이런 부류는 마음과 몸이 모두 태평하겠지.

더불어 손발이 가볍고 편한 것은 두 말 할 것

없다. 두 가지를 동시에 신경 써야 하는 걱정이

없거니와 자신이 갖고 있는 치부를 감추거나

잘났다고 자랑하는 추태를 보여주지 않아도

되니, 그나마  세 부류 중에 욕을 덜 먹는 인간일게다.

.................

................................


만두와 이 글이 어울리지 않지만, 이곳이

만약에 이런 글은 되고 저런 내용은 안된다며

제약이 있었다면 지금까지 이어져 왔을까 싶다.

어느 분은 무슨 사연인지 모르지만 자주 보이던

분들이 탈퇴를 하였고, 작가 신청에 합격해

새로 온 분들은 나날이 새롭고 통통튀며 발랄하다.

자유로이 쓰되  각자의 정도를 지키는 이곳을

어찌 멀리 할 수 있을까.


치부를 감추고, 잘났다고 자랑하는 사람이

있으면 또 어떠랴. 마음에 와 닿으면 구독하고

그렇지 않으면 조용히 읽고 나오면 그만인것을.

나 또한 어느 날은 별거 없는 일상을 황하게

쓰고, 또  다른 날은 짧아도 임팩트있게 써 지는

날이 있다.쉬고 싶으면 몇 날, 몇 달이고 안써도 되고

써지는 날엔 하루에 몇 편씩 써 올리는 분들도 있으니

기 세번째 부류만이 누리는 자유.


만두와 세 부류의 사람. 어울리지 않고

억지스럽지만 새해 닷세째 되는 날의 글.

이곳은 '글이 작품이 되는공간'이라지만

작품이 되지 않으면 또 어떠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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