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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은 많지만 무던하게
오르한 파묵
단어들로 그림그리기
by
이영희
Oct 13. 2023
2012년에 초판이 나온
< 소설과 소설가>
그는... p113와
114에 '행복'이란
이런 것이라며, 짧지만 강하게
공감 가는 글을 썼다.
몇
단락을 옮겨 본다.
"... 나는
일곱 살부터 꿈꿔 왔던
화가의 꿈을 접고 소설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나에게 이 결정은
행복해지기 위한 결정이었습니다.
어릴 때 그림을 그리면서 지극히
행복했습니다. 하지만 이 즐거움이
갑자기 그리고 한 번도 정확히
이해할 수
없었던 이유로 사라졌습니다.
그 후 35년 동안 소설을 쓰면서도 사실
내가 그림에 더 재능이 있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하지만 알 수 없는 어떤 이유로, 이제는
단어들로 그림을 그리고 싶습니다.
나는 나 자신이 그림을 그릴 때는
더 천진하고 소박하며, 소설을
쓸 때는 더 성숙하고 성찰적이라고
느낍니다.
소설은 오로지 이성으로
쓰고, 그림은 오로지 재능으로
그리는 것 같습니다.
그림을 그리기 위해 선을 긋고
색을 칠하면 내 눈은 내 손의
결과물을 거의 경탄의 눈으로
바라보았고, 나의 이성은 이 모든
것을 아주 나중에야 이해하곤
했습니다. 소설을 쓸 때도
이와 같은
흥분에 휩싸이고 나서 한참 후에야
나 자신이 숲 어디에 있는지
이해하곤 합니다.
빅토르 위고에서
아우구스트 스트린드베리
(1849-1912 스웨덴 극작가, 소설가)
까지 소설 외에 그림에서도 행복을
느낀 작가는 많습니다. 격동적인
풍경화를 그리는 것을 좋아했던
스트린드베리는 《하녀의 아들》이라는
자전적 소설에서 그림 그리는 것이
" 아편을 피운 것처럼,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행복하게"
한다고 말했습니다.
소설에서도, 그림에서도 가장
숭고한 목적은 이러한 행복일 것입니다.
.....
..........
여기까지 옮기며 나의 그림과
글쓰기 또한 크게 다르지 않기에
공감했다... 다
른 페이지에도
고개 끄덕이는 문장이 많았다.
예
를
들면...
"
소설가는
단어와 묘사로 그림을 그리고
싶어 하
는 사람들"
"정확히 사물들을 필요한 만큼 화가처럼
묘사할 수 있는 것"
"플로베르가 말한 '적절한
단어'를
찾기에 앞서 소설가들이 찾아야 하는
' 적절한 심상' 역시 풍경, 사건,
소설 속 세계에 완전히 들어간 뒤에야
찾을 수 있습니다.
"소설에서 사물에
대한 묘사는 주인공들에게 느끼는
애정의 결과이며
표현입니다".. 등등
.....
........
.
.
이 책을 살피며...
소설뿐만
아니라 시, 희곡, 에세이
수많은 작가들이 고민하는 문제를
친절하게 잘 풀어 주었다.
나 또한 젊은 날 파고들며 읽었던
스땅달, 발자크, 플로베르, 톨스토이,
토마스 만,
도스도 옙스키, 괴테, 등등... 많은 작가들의 문장을 예시해 주어 재미를 더했다.
나는.. 내
그림이 천진하기 보다는
유아틱 하지만 계속 스케치를 할 것이며,
글 또한 성찰이 부족하지만
고민은 뇌가 상하지 않고
자판을
두드리는 손가락이 떨리지 않을 때 까지
하지 않을까 싶다.
오
늘은 여기까지.
.
.
아크릴물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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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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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스트
쓰고 지우고 다시 쓰고 있습니다. 그림을 즐깁니다. 수필집 <자궁아, 미안해> 2022년 봄, 출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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