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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영희 Sep 22. 2024

숙제, 끝



* 불화가 없더라도 가족들은

멀리 떨어져서

살아야 오히려 화해롭게 느껴진다.


* 식물 세밀화의 아름다움.

사진은 꽃과 나무의 생명의 표정과

질감을 표현하기에는 미흡한데,

그 까닭은 사진의 사실성 때문이다.

사실성 기능 때문에 오히려

생명의 사실을 드러내기

어려운 것이며

생명의 사실을 그리기 위해서는

살아 있는 인간의 시선과

인간의 몸 나온 표현이 필요하다.

.......

..............


숙제,  글 네 편을  마무리 지었다.

8월 말까지 보낸 두 편,

어제도 두 편을 보냈다.

이리저리 잇고 덧대고,

문단의 순서를 바고,

부분을 삭제하고 사유의 끝자락을

잡고 끙끙댔다.

줄기가 팽팽히 당겨지고  

뻐근하게 아팠다.

다리에도 쥐가 나려고 종아리

속살이 뭉치고 다글다글 댔다.


-어머니를 추억하는 글.

-학창 시절 친구와의 신경전.

-비행기를 타기 전에 울었던 사연

-소설 줄거리가 길어진 감상문


찜찜한 부분들이 골목길의

방지턱처럼 덜컥 덜컥. 

표현과 문맥들이 계속 맴돈다.

어느 대목은 감정선이

가늘고 가벼우며

어느 문단에선  

굵고 두툼하고 딱딱하다.

이미 손을 떠나버린

자음과 모음의 결합들.

.

.

어쨌든  내 손을 떠난 것들. 

후회는 한쪽으로 밀쳐내고

숨을 고르고 읽어야 할 책으로

손을 뻗는다.

오늘은

카렐 차페크의

<왼쪽 주머니에서 나온 이야기>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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