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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by
이영희
Dec 24. 2024
먹었던 것들을 가까운 시간부터
기억해 보란다
치킨과 맥주 한잔
그전에 식은 밥에 끓인 물 붓고
김치걸쳐 먹었고
그 전전날은 일식집에서 초밥을 먹었다
그리고 다시 의사는 물었다
함께 먹은 사람들은 괜찮냐고
그렇다
나만 이렇게 토사곽란에
복통이.....
집에 있는 지사제로 조금 안정되는가 했더니 지독한 균은 살아남아
다시 괴롭히기 시작했다고
의사에게 세밀하게 말했다
새벽까지 시달리다
날이 밝아 이렇게 왔노라고
의사는 탈수가 심하고 배에 가스도
많이 차 있다고 한다
노란 액체와 맑은 액
그 두팩의 용액이 혈관을 따라 흘러들어 가게 했다
뭉근한 압박과 약간 서늘한
물이 핏줄 따라 퍼져가는 느낌이
생생하게 전해져 왔다
한 시간 남짓한 수액을 맞고
의사의 처방전 대로 약을 짓고
온몸에 기운은 없지만 그래도
마트에 들러 반찬 몇 가지 사고
동네 도서관에 예약해 둔
책까지 찾아 집에 왔다
사다 놓은 죽을 다시 팔팔 끓여
먹고 약을 먹었다
누워 책을 펼쳐 몇 페이지 읽으니
잠이 온다
밤새 뒤척인 후유증이다
오후 내내 그렇게 쉬었다
저녁에 남편이 퇴근하며 다시
사들고 온 녹두 죽을 조금 먹었다
어떤 음식이
나를 힘들게 한 것일까
기억이란 정말 믿을만한 것일까
.
.
파스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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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
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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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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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고 지우고 다시 쓰고 있습니다. 그림을 즐깁니다. 수필집 <자궁아, 미안해> 2022년 봄, 출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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