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화벽과 유관순 ㅡ송혜영지음

by 이영희



지난 2월의 마지막 날 주문해 두었던 책이 왔다.

표지의 색감과 도드라진 이름들에서 가볍게 읽어낼 내용은 아님을 짐작케 한다.


목차를 보니 딱 떨어지는 열 개의 소제목과 그 사이사이 인용된 詩에서 본문과 잘 어우러진

절절함. 시와 함께 작가가 얼마나 심혈을 기울여 이 책을 엮어냈는지 자주자주 가슴이 뜨거워지곤 했다.


삼일절 백주년 기념과 맞물려 조화벽과 유관순을 재조명하는 활자 안에서 막연하게 듣고

알아왔던 3. 1 만세운동과 그 뒷배경의 수많은 애국지사들의 피눈물 나는 지원과, 불안한 시대를

함께 헤쳐 나온 행적들을 자세히 적어 놓았다.

열악하고 시대적 암울함 속에서도 여인들의 자발적 나라사랑 운동을 읽어내며, 풍요로운 지금을 사는

나와 우리의 나라사랑의 자세와 어지러운 정세에 어찌 고개를 떨구지 않을 수 있을까.


조화벽.

-- 작가의 말 중에서 -- 옮겨본다.

"조화벽은 역사적으로 누구 못지않은 선구적 여성이었으며 큰 사람이었다. 개성 만세 운동을

주도하고 3. 1 운동 불씨를 가져와 양양 만세운동을 활활 일으키는데 기여했다.

3. 1 운동으로 고아가 된 유관순의 어린 동생들을 거두고 폐족이 되다시피 한 유관순 일가를 지켜냈다. 3. 1 운동의 자주독립 정신 계승을 위해 향촌 교육에 헌신했으며 일생동안나눔의 삶을 실천한 인물이다.(... 중략...) 이 책으로 조화벽이, 박제된 지방 독립운동사의 한 인물이 아니라 양양과 강원도를 넘어 대한의 자랑스러운 어머니로 자리매김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아울러 평생 권력을 가진 쪽보다 고통받는 민중의 편에 서고자 했던 투사 유우석 삶도 되새겨봄직하다."


책을 읽어내리며 자료를 찾다 보니 < 강원일보>와 <강원도민일보>에 주요 뉴스로 장식된 것을 볼 수 있었다. 강원일보엔 최영재 기자가 -- 양양 독립운동의 주역 조화 벽의 삶을 좇다-를제목으로 기사를 썼다.

"저자인 송혜영 수필가는 '천년 고찰 낙산사가 있는 고장 양양이 3. 1 만세운동 당시 강원도에서

가장 오랜 기간 격렬하게 만세운동이 일어났던 곳이라는 것을 알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며 집필 의도를 설명했다. (... 중략..) 기자의 책 소개는 이렇게 끝을 맺는다.

" 조국의 독립과 식민지 백성의 교육을 위해 평생을 헌신했고 가장 혹독한 대가를 치러야 했던

유관순 일가를 혈혈단신으로 지켜낸 조화벽지사와 유관순 오빠 유우석으 삶을 만나 볼 수 있다." 고.

그리고 <강원도민일보>에는 --조화벽 버선 속 독립선언서, 양양 3. 1 운동 '불씨'--라는 제목으로

한승미 기자의 글이 있었다.


유관순과 우리가 익히 아는 독립운동가들만 떠올렸던 3. 1 절. 이젠 이 책으로 말미암아 독자들은 유관순 하면 조화벽을 함께 떠올리게

될 것이며 조화벽, 그녀의 일생과 행적이 자세히 나와있는 송혜영 작가의 작품에 빠져들 것이라 믿는다.


송혜영 작가는 <심각한 이야기> 첫 번째 수필집에서도 당연한 것들에서 벗어나 비스듬한 것, 불투명한 것, 붙잡히지 않는 것에 눈길이 가게 해 우리에게 신선함을 주었다.

이번 책에서도 그랬다. 잘 아는 것에서 한 발 더 내디뎌 방대한 자료 수집을 하며 고심한 흔적을 행간마다 읽을 수 있다.

책을 덮으며 그때나 지금이나 우리가 처한 상황이 더 똑똑하게 보였으며 작가는 담대하게 써 내려갔지만 아마도 그 시대를 조명하며 우리나라가 어떻게 여기까지 왔으며 태극기와 무궁화를 떠올리며 어느 대목에선 눈물을 훔쳐내며 키보드를 눌러 페이지를 엮어냈으리라 상상해 보았다.


발췌하고픈 구절도 많고 나름의 개인감정을 더 쓰고 싶지만 너무 길어지고 있다.

부족하나마 여기서 마무리를 해야겠다.


제4장의 - 새로운 세상으로 나가다-

그 시작과 함께 박팔양(1905~1988)<너무도 슬픈 사실-봄의 선구자-'진달래'를 노래함> 중에서

작가가 옮긴 詩에 나 또한 눈시울이 뜨거워짐을 느끼며 적어본다.


어찌하야 이 나라에 태어난 이 가난한 시인이

이같이도 그 꽃을 붙들고 우는지 아십니까

그것은 우리의 선구자들 수난의 모양

너무도 많이 나의 머릿속에 있는 까닭이외다

노래하기에는 너무도 슬픈 사실이외다

백일홍같이 붉게붉게 피지도 못하는 꽃을

국화와 같이 오래오래 피지도 못하는 꽃을

모진 비바람 만나 흩어지는 가엾은 꽃을

노래하느니 차라리 붙들고 울 것이외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당신은 어느 쪽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