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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수면교육 가이드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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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리핑라이언 Mar 10. 2021

수면교육 '퍼버법' 무턱대고 하지마세요.

국민육아앱'베베슬립'CEO의 수면교육 FAQ 챗봇 제작기

"퍼버법을 두 달째 하고 있는데, 아직도 울고 자면 망한 건가요?"

남들 다 성공했다는 퍼버법, 저는 왜 실패할까요? 수면교육에 있어서 가장 핫한 교육방식이 '퍼버법'이다. 전 세계적으로 수면교육 방식이 알려진 것만 30여 가지가 넘는데, 그중에서도 유독 '퍼버법'이 양육자들로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답은 아직도 여전히 '논쟁'의 여지가 많기 때문이다. 포털사이트에서 퍼버법만 검색해보아도, 성공과 실패의 후기가 서로 각을 세우며 남겨져있다. 과연 퍼버법이 무엇이며, 퍼버법에 대해 접근할 때에 주의할 점들은 무엇인지 살펴보자.

'퍼버법'이란?

퍼버법은 미국의 소아과 의사 Richard Ferber가 1985년 'Solve your Child's Sleep Problems' 책을 출간하면서 많은 사람에게 알려졌다. Ferver는 육체적/정서적으로 준비가 된(생후 3~5개월 정도) 아기들은 스스로를 달래 가며 잠을 자도록 양육자가 가르칠 수 있다고 한다. 수면의식 이후 아기가 잠들지 않은 상태에서 잠자리에 눕힌 뒤 아기가 잠들 수 있도록 기다려주는 방식이다. 아기가 울더라도 말이다. 다만, 그 전제에는 양육자와의 애착관계가 유지된 상태에서 일상적인 수면의식이 형성되어있어야 한다.

Q1. 50일 된 아가예요, 퍼버법으로 수면교육 시작해도 될까요?

A1. "아니 아니, 아니 되오~!" 너무나 흔하면서도 가장 큰 착오에 속한다. 보통 40~50일 이후부터 수면교육을 실시하는데 이때부터 퍼버법을 고려하는 것은 너무나도 위험한 생각이다. 40일이면 아직 마지막 수유나 분유를 먹고 바로 잠에 드는 시기이며, 아직 낮과 밤을 구분하지도 못하는 시기이다. 당연히 하루의 패턴이 익지 않은 상태이며, 수면의식 조차 체득되지 않았다. 또한 급성장기에 속하는 시기라 신체와 정서발달이 급속히 이루어지면서 아기조차 엄청난 혼란 속에 빠져있는 시기다.

"퍼버법은 선발투수가 아니라, 중간 계투다."

Richard Ferber도 퍼버법을 아기의 수면의식이 어느 정도 형성되었고, 그 이전의 수면교육이 잘된 아가들에 한 해서 이 방법을 사용하라고 권장한다. 실제로 퍼버 박사가 퍼버법의 시작 시기로 권장하는 3~5개월은, 다른 방식으로 수면교육을 시작한 아기들이 수면교육을 완성해 나아가는 시기이기도 하다. 한마디로 퍼버법은 수면교육을 처음 시작할 때 사용할 수 있는 선발투수가 아니라, 어느 정도 성공적인 수면의식이 형성된 아가들에게 더 독립적이고 자율적인 수면의식으로 나아가기 위해 수면교육의 중반을 책임지는 중간 계투인 것이다. 야구로 비유하자면, 선발투수가 너무 훌륭히 공을 잘 던져서 이기고 있는 경기에 투입하는 중간 투수인 것이다. 그것도 수많은 중간투수들 중에 선택 가능한 한 명의 투수일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양육자들이 수면교육을 시작함에 있어 '퍼버법'을 고민하며, 실제로 이를 아기에게 시도해보는 사례가 많다. 퍼버법의 실패사례가 유난히 눈에 띄는 이유도 이러한 영향이 크다. 초반부터 중간계투진을 투입해서.. 경기가 풀리지 않으면 이를 받아 던질 투수가 없듯이, 잘못 선택한 수면교육방식은 우리 아기에게 지워지지 않는 마음의 생채기를 낼 것이다.

Q2. 퍼버법 일주일째인데 나아질 기미가 없어요.

A2. 막상 퍼버법을 따라 하기 위해 마음을 굳게 먹었음에도 불구하고, 방문 뒤편에서 아가의 서러운 울음을 듣고 있는 양육자들은 1~2일 만에도 퍼버법을 놓아버리는 경우가 많다. 또한 끊임없이 우는 아가를 방치하면서 양육자 스스로 이웃의 눈치를 보다가 흐지부지 되는 경우도 있다. 자녀와 함께 잠드는 양육자들이 많고, 아파트 거주 비율이 월등히 높은 우리나라에서는 퍼버법은 시도하기도 힘들고, 유지하기도 힘든 극한의 수면교육 방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퍼버법을 유지해왔는데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면, 양육자의 선택이 필요한 시점이다. 아쉽게도 퍼버는 실패한 사례에 대해서 다시 정상적인 수면교육으로 돌아가는 방법을 제시하지 않았다. 오로지 퍼버법의 성공만을 위해 반복하고 또 반복하라고 이야기한다. 어느 분야든 학자로서 이름을 날리기 위해서는 극단적인 이론을 펼쳐야 하듯, Ferber 자신도 퍼버법의 허점들을 잘 알고 있겠지만 그에 대한 언급은 많이 노출되어있지 않다. 다음 문구를 우리는 의약품의 주의사항에서 흔하게 볼 수 있다.

"이상 증세가 있을 시 즉시 사용을 멈추고, 전문의와 상담할 것"

우선적으로 퍼버법에 실패하면 아가의 수면 거부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깜깜하고 어두운 침실 공간에 홀로 남겨지는 것이 두려움으로 다가올 수 있으며, 급성장기에 발생하는 분리불안이 낮뿐만 아니라 밤까지도 이어질 수 있다. 퍼버법을 올바르게 따라 했음에도 불구하고 아기가 이를 거부하거나, 울음이 멈추지 않는다면 양육자의 빠른 판단으로 이를 멈추어야 한다. 아기와 애착관계를 유지하는데 더욱 신경을 쓰고 하루 이틀 지켜봐야 하며, 여전히 수면회복이 되지 않을 경우 소아과 전문의를 찾아가는 것이 좋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퍼버법'은 구원투수가 아니라 중간투수이다. 구원투수는 어떻게든 경기를 마무리지어야 하지만, 중간투수는 조짐이 좋지 않으면 바로 OUT이다. 공을 대신 던질 투수들이 얼마든지 있다. 퍼버법은 이 세상에 존재하는 100여 가지가 넘는 수면교육 방식 중 하나일 뿐이다.

글을 쓰고 나니 퍼버법에 대해 부정적인 내용들만 담긴 것 같다. 하지만 절대 퍼버법을 괄시하거나 부정적인 시선으로 보는 것은 아니다. 다만 기존에 아기의 수면장애가 지속되어온 양육자들이 궁여지책으로 '퍼버법'을 사용하는 데 있어서는 절대적으로 반대한다. 또한 퍼버법을 양육자가 완벽히 이해하고 숙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퍼버법을 이어나가는 것도 반대이다.

퍼버법은 이미 수면교육에 성공한 양육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하나의 옵션임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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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자연의 소리를 녹음하여 아기 수면앱 '베베슬립'을 운영하는 CEO이자,

2020년 5월생의 아이를 둔 아빠입니다.

누구보다 아기의 수면에 진심인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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