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베리 케이크와 커피

맞지 않는 색은 이제 싫어

by 이자영

늘어지게 늦잠을 자다가 노트북과 책을 챙겨서 카페에 왔다. 블루베리 케이크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했다. 오늘까지 촬영해야 하는 유튜브 영상이 있어서, 촬영 및 편집을 마쳤다. 그러면서 생각했다. 내가 유튜브를 꾸준히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흩날리듯 사라질 것만 같은 나의 존재를 어떻게든 잡아두고 싶어서, 그래서 나의 모습을 남기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이틀 전 상담 시간에 나는 선생님에게 이렇게 말했다. "저는 제 존재의 근거를 찾을 수 없어요". 요즘 나는 치료의 장면에서 "저에게는 아무 것도 없어요"라는 말을 자주 한다. 나는 감정도, 생각도, 가치관도, 현실적인 부와 명예도, 아무 것도 없는 게 맞으니까. 하지만 오늘은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나를 채우고 있던 타인의 생각과 가치들이 이제는 대부분 비워졌기에, 이렇게 비어 있다고 느끼는 것 같다고. 나와 맞지 않는 색으로 물들어 있던 내 존재를, 이제는 나의 것으로 채울 기회가 생겼다고. 하지만 이내 시무룩해졌다. 그걸 어떻게 해야 할 지 전혀 모르겠어서. 나는 곧 만으로 서른이 되는데, 지금까지 정말이지 삶을 살아본 적이 없는 것 같아서. 그 사실이 너무 짜증나고 괴로워서.


진심으로 궁금해졌다. 어떤 사람들은, 정말 본인의 존재를 확신하고 살아가는 걸까?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사람인지를 명확히 인지하고 살아가는 걸까? 또는 그걸 타인에게서 찾는 경우도 있을까? 만일 나와 같이 스스로의 존재를 부정한다면, 어떤 힘으로 살아내는 걸까?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뮤지컬, 책, 글쓰기, 여행, 디저트와 커피...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나열해봤다. 그리고 내 앞에 놓여 있는 블루베리 케이크와 커피를 응시했다.


응, 일단 오늘은 이 두 개로 만족하자. 블루베리 케이크와 커피, 그리고 글을 쓰는 이 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