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건 매버릭, 어쩌면 또다른 '나의 아저씨'
톰 아저씨의 2차 공습
드라마 '나의 아저씨'와 영화 '탑건:매버릭'. 공통점이 있을까 싶지만, 나는 중년 남자들의 힐링이라는 면에서 두 작품이 같은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탑건 매버릭에 대한 첫 평가를 본 것은 칸 영화제 기간이었다. 모 영화기자가 이번 칸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영화가 탑건 매버릭이라는 글을 올린 걸 보고, 칸과 탑건이라니 정말 어색한 조합이군 이라고 생각했다.
개봉하면 봐야지 했지만, 사실 오늘 볼 생각은 아니었다. 그런데 영화 예매를 잘못했다. 헤어질 결심이 개봉한줄 알고 예매했는데 극장에 도착했는데 오류가 나서 살펴봤더니 29일 예매였다. 같은 시간에 탑건이 있길래 바로 예매.
러닝타임 두 시간 동안, 나는 20대에 내 주변 많은 이들이 열광할 때에도 별 생각 없었던 탐 크루즈에게 치여버렸다. 덕들 말로 덕통사고라고 하던가.
내가 치인 건 그의 '으른다움'이었던 것 같다. 여전히 잘생긴 얼굴, 여전히 번듯한 몸, 마치 군인을 하려고 태어난 것 같은 그의 자세, 모두 멋졌지만, 젤 멋진 건 그의 '으른다움'이었다. 산전수전 다 겪고 자신이 이미 겪어 아는 일을 새로 겪는 후배들에게 자기가 배운 걸 넘겨주려는 어른스러움도 멋졌지만, 쌩쌩한 젊은 피들 사이에서 현역으로도 절대 밀리지 않는 실력, 전설이 아닌 현역 최고의 실력자라는 사실, 유치하지만 사실은 그게 제일 부러웠다. 나이 들어가면서 사실, 한 번쯤 예전같지 않음에 위축되본 적 없는 중년이 있을까. 여전히 팀의 리더이고 중심인 매버릭을 보면서 나는 좀 대리만족한 것 같다. 우리의 어른, 박동훈이 이지안을 변하게 만드는 것을 보고 뿌듯함을 느꼈던 것처럼.
영화가 끝난 뒤, 평소 흥분과는 거리가 먼 내 남편의 말이 많아졌다. 영화 속 그의 추억을 자극한 가와사키 오토바이, 포르쉐 964, F-14, 미그기 등 사소한 디테일까지 놓치지 않는 잘 만든 상업영화가 오락영화로는 그다지 흥분하지 않는 이 사람까지 흔들어놓은 것 같다.
내가 인상깊었던 또다른 캐릭터는 비중이 크진 않지만 사이클론 제독. 그가 보여준 태도는 우리가 한창 미국에 동경을 가졌던 때의 미국의 모습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나는 개인적으로 네가 싫지만, 너의 출중한 능력, 그것은 인정하지. 그게 아마도 우리가 '기회의 땅'이라고 생각했던 미국의 모습이었던 것 같다. 지금은 뭐, 많이 다른 느낌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