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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리피언 Jan 13. 2023

짝사랑과 작가는 제대로 모르는 게 좋다

뭐라도 쓰기2

어릴 적 나는 짝사랑에 잘 빠지곤 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 그 사람의 진면목을 보면 확 깨는 것이다. 헐, 내가 생각하던 사람이 아니었어. 그럼에도 내가 금사빠란 사실을 깨닫기 전까지는 이런 어리석은 일이 계속되곤 했다.


살아보니 나는 금세 짝사랑에만 빠지는 것이 아니었다. 남의 말을 잘 믿는 편이다보니 좋은 말을 해주는 사람은 그런 인생을 사는 사람이라는 착각을 하곤 했다. 그러다 시간이 좀 지나서 편해질수록 혼란에 빠지는 것이다. "이 사람, 왜 말이랑 다르게 사는 거지?" 참 어리석다. 말처럼 사는 사람이 몇이나 된다고. 그런 사람이 많으면 법도 필요 없겠지.


상대가 유명한 사람일 때는 말할 것도 없었다. 그들의 입에서 나오는 화려한 말, 그들의 얼굴의 환한 미소, 여유로운 태도는 드물지 않게 나를 짝사랑에 빠지게 한다.


그런데 살다보면 이미지만 있던 그들을 직접 만나게 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연예 기자 시절에는 인터뷰 때문에 연예인이나 운동선수를 자주 만났고, 명사들도 종종 만나곤 했다. 여기서도 짝사랑과 짝사랑에 금이 가는 경험을 심심치 않게 하게 된다.


나는 한때 모 배우를 참 좋아했는데 기자 시절 그를 만나보고는 세상에 똑똑한 사람은 자기 밖에 없다는 태도에 질려서 그를 싫어하게 됐다.

그럼 그 이후로 그가 나오는 컨텐츠를 안 보느냐 하면 여전히 열심히 본다. 그는 본업은 참 잘하는 사람이니까. 그가 연기하는 캐릭터를 여전히 사랑하게 된다.

피토하듯 쓴다는 작가들의 글. 아, 책목록은 짝사랑을 깬 작가와 관련이 없습니다 by 슬리피언


작가도 마찬가지다. 아름다운 글, 통찰이 있는 글을 쓰는 작가 중에도 자기 인생은 글에 따라가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처음에는 그런 작가를 보면 실망해서 그 책의 기억까지 지워버리고 싶은 생각도 들었지만 지금은 그냥 작가가 어떤 사람인지를 잊는 쪽을 택했다. 아름다운 글,  아름다운 생각은 남겨두고 싶다. 그가 글같은 삶은 사는 사람인지는 그냥 접어두는 거다.


내가 만난 모습이 그 사람의 전부일리가 없다. 하지만 전부라도 바뀔 것은 없다. 나는 내가 취해야할 것들만 취하고 별로인 것은 모른 척하기로 했다. 세상 어디에도 완벽한 사람은 없는거다. 내 짝사랑은 오늘도 깨지지만 나는 오늘도 모른척하기로 했다. 그들의 아름다운 것만을 기억하기로.


사실 아침에 어떤 작가의 기사를 보다가 그를 찬양하는 댓글에 심술이 나서 쓰는 글이다. 그 사람 참 별로던데. 하지만 그 사람을 실제 만날 일이 몇번이나 있겠나. 그의 글에 담긴 좋은 마음만 받아두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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