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크아웃으로 라떼 시켰을 땐 꼭 뚜껑을 열어보세요. 당신이 보지 않을지라도 담아놓은 마음이 있을지도 모르니까.
"라떼 아트가 너무 잘 나와서요"
라며 청년은 테이크아웃컵의 종이 뚜껑을 들어올렸다. 커피 위에 부끄러운 듯 잘생긴 하얀 하트 하나.
이게 무슨 소리?라며 잠시 멈춰 있던 나와 남편은 그 뿌듯한 웃음에 전염돼 히힛 하고 같이 웃었다.
오늘 볼일이 있어 나갔다가 우연히 들른 카페에서 있었던 일이다. 초딩 입맛인 나는 아메리카노보단 라떼인데 매장에 자리가 없어 테이크아웃으로 주문을 넣었다. 잠시 뒤에 직원이 남편의 아메리카노와 내 라떼를 들고 나오다가 남편에게 아메리카노를 먼저 건네고는 내 라떼 뚜껑을 잠시 열더니 "하트가 너무 잘나왔어요" 하는 거였다. 으잉? 별거 아닌 그 말이 왜 그렇게 생경하게 들렸을까. 이상하게 기분이 좋았다. 그의 뿌듯함이 전염된걸까.
아, 이상하게 기분 좋아라고 남편과 이야기를 나누다 한 십년 쯤 전 어느날이 떠올랐다. 언젠가 우리집에 배달온 중국집 청년이 tv 만화영화를 보는 아이들을 보고 "아, 진짜 팔자 편해보이네요"라고 말한 적이 있다. 오늘 커피는 낯설면서도 기분이 좋았는데 그날은 되게 긴장했었다. 재미있는 청년이네 한편 웃기면서도 무슨 뜻이지하는 생각이 들어 그 청년이 나갈 때까지 경계심을 내려놓지 못했던 기억이다. 처음 본 사람에게 그런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어선가. '무슨 뜻이지. 자기는 일하는데 놀고 있는 애들이 기분 나쁜건가' 별 생각을 다 했던 기억이 있다.
누군가 하는 이야기를 사심 없이 듣고 싶다. 누구에게 사심없이 이야기를 하고 싶다. 오랜만에 처음 본 사람 덕분에 복잡한 생각 없이 맑은 웃음을 지었다. 그 단순하고 순수한 기분좋음을 남기고 싶어 아주 오랜만에 쓰는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