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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를 통해 배우는 인생
내 아들보고 나쁜 녀석이라니!
고맙다, 아들 친구야
by
슬리피언
Oct 1.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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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학하면 너의 본모습을 다 폭로해버리겠어, 나쁜 녀석
더위가 한창이던 지난 여름방학, 안방에서 들려오는 아들 친구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본다. 싸우나?
하지만 스피커폰으로 들려오는 녀석의 목소리는 느낌상 즐겁다. 그러니까 장난이라는 말.
그런데 내 아들 본 모습이 뭐길래?
아들은 반에서 별명이 '현자'라고 했다.
언젠가 학급회의에서 뭔 의견을 냈다는데 선생님이 "우리 반에 현자가 있구나" 하셔서 생긴 별명이란다. 아이들 톡방에서 아이에게 '현자야'라고 부르는 애가 있을 지경(요즘은 변형돼 감자라고도..
)
.
융통성 없는 둘째가 교과서에나 나올 법한
선
비님 같은 소리나 하고 있는게 선생님 입장에서는 예뻐서 붙여주신 별명이었던 것 같다.
영광스런 별명이지만 나는 좀 걱정이 됐다. 이 녀석이 친구들에게도 틈을 안 주면 사람 사귀기가 쉽지 않을텐데. 동네 친구녀석들이 요즘도 "xx야 너무 착하게 살면 안돼"라고 조언 아닌 조언을 한다는데 괜찮을까.
사전 같은 둘째녀석
다른 글에서 언급한 적이 있지만 둘째는 좀 독특한 데가 있는 녀석이었다. "선비님이야 뭐야" 싶었던 녀석에 대해 특히 내가 했던 가장 큰 걱정은 사회성이었다. 저 쓸데없이 대쪽같은 녀석이 각양각색 남자애들 사이에서 잘 적응할 수 있을까.
실제로 1학년 가을 쯤 "내가 왕따를 당하는 것 같아서 홈스쿨링을 해야할 것 같다"고 말해 나를 들었다 놨던 녀석이기도 하다. 세상사 책으로만 배운 녀석은 책같지 않은 실제 세상에 적응하는데 시간이 좀 걸렸다.
심리검사, 심리치료 등을 통해 이 녀석에 대해 좀 더 알게 된게 그나마 다행이었다. 아이는 아주 편안해져야 본모습을 보여주는 성격이
다
. 말하자면 편치 않은 이들에게는 엄청나게 예의를 차리는 녀석이라는 얘기.
그런 녀석이 친구와 저렇게 보통의 남자아이들이 하는 대화를 하고 있다니. 내가 새삼 감개무량한 것도 무리는 아니다.
주말이라고 몇 시간씩 친구와 게임만 하고 있는 녀석의 모습에 짜증이 나다가도 아, 너는 이제 잘 자라고 있구나 싶으니 참 엄마 마음이란게 뭔지.
내 아들의 본 모습을 아는 친구야, 나는 너에게 참 고맙다.
내
아들 본 모습을 알아줘서
.
앞으로도 잘 지내렴.
나의 아이야, 세상에 잘 적응하는 모습을 보니 반갑구나. 편안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이 늘어난 것이 반가워. 너를 지키면서도 좋은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는 사람으로 자라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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