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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리피언 Aug 24. 2022

갖은양념이 주는 여유

집에서 밥 좀 하나봐?

깻잎이 10묶음에 4천원이라고?그럼 사야지.


물가가 정말 대단하다. 특히 우리 식구들이 좋아하는 돼지고기와 건강을 위해 먹어야하는 채소값이 추석까지 앞두고 있어선지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다.

수입은 줄고 물가는 올라 장을 보러 가도 선뜻 손이 뻗어지질 않는다.

남편이 좋아하는 깻잎김치 by 슬리피언

모처럼 마트에 갔는데 남편이 좋아하는 깻잎이 할인 중이다. 집앞 소매점에선 비닐에 10장이나 들었을까 싶은 게 천원이 넘었는데 여기는 반값이다. 어머 이건 사야돼.


집에 와서 고기 구워 쌈으로 한두 묶음 먹고는 나머지는 남편 좋아하는 깻잎김치를 담기로 한다. 재료가 뭐 필요하더라.


고춧가루, 간장, 양파, 기름, 설탕, 파...그래, 참치액이랑 당근도 넣으면 좋겠다. 냉장고를 뒤져보니 다 있다. 호오.


그만두기 전에는 외식이나 배달이 많다보니 집에 식재료가 많지 않았다. 신선한 재료 사다둬봤자 썩어서 버리곤 하니 오히려 돈낭비라는 생각에 잘 사다두지 않았다.

갖가지 조미료와 소스가 들어차고 있는 우리집 냉장고 by슬리피언

조미료도 마찬가지다. 참기름, 들기름, 고춧가루는 물론이고, 참치, 치킨스탁 등 요즘 많이 쓴다는 조미료를 보면 나도 혹 했지만 이내 1년에 몇 번이나 쓰려고..저러다 또 상해서 버려야겠지(그 어렵다는 조미료 부패가 일어나곤 했던 집이다) 싶은 마음에 뻗었던 손을 다시 거둬들이곤 했다.


그러다보니 어쩌다 뭐 한번 해먹으려면 소위 갖은양념재료들이 통 없어서 그것부터 사야하고, 그럼 귀찮아서 그냥 외식하거나 배달시키고..의 반복이었다.

볶음고추장도 부재료들이 있으니 간고기만 사오면 간단히 만들 수 있다 by 슬리피언

퇴사하고 여유가 생기면서는 아무래도 음식을 많이 해먹게 됐다. 당뇨 경계라는 남편을 위해선 샐러드가 필요하고, 성장기 아이들을 위해선 단백질이 필요하다. 입이 짧은 큰애는 별식이나 해줘야 좀 먹으니까 메뉴 개발도 소홀히 할 수가 없다.


필요한 걸 조금씩 장만하다보니 어느새 냉장고는 갖은양념거리와 조미료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 주재료만 사들고 오면 나물이나 무침, 조림 같은 음식들의 부재료는 대부분 집에 있다. 양파, 다진마늘, 대파, 쪽파, 들기름, 치킨스탁, 참치액, 스리라차 소스, 월남쌈 소스, 토마토소스...


이렇게나 많아질 일인가도 싶지만 만들고 싶은 음식이 있을 때 부족한 재료 때문에 멈출 일이 없으니 그 귀찮던 집밥도 한층 수월해지는 느낌이다. 결혼 15년차, 이제야 주방에 적응하는 것 같다. 어머, 나 집에서 밥 좀 하나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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