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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리피언 Aug 12. 2022

꿈같은 짜장면 맛

내일 점심 짜장면 고?

부모가 다 근시니 아이들도 근시다. 특히 둘째의 눈이 빠른 속도로 시력이 떨어지고 있어서 걱정이 되던 차에 '드림렌즈' 이야기를 들었다. 잠자는 시간 동안 렌즈를 끼고 있으면 다음 날은 안경 없이 생활할 수 있다니. 잠자는 동안 끼고 있어서 드림렌즈겠지만, 참 꿈같은 이야기여서 드림렌즈인 것 같기도 하다.


드림렌즈 가격은 제법 비싸다. 80만원 대부터 비싼 건 100만원이 훌쩍 넘어간다. 아이들에 따라 적응을 못해 못 낄 수도 있다고 해서 이왕 할거면 검사 먼저 제대로 받고 싶어 영등포 김안과를 예약했다. 지난 6월 쯤 예약했는데 검사가 제법 시간이 걸려서 아이들 방학에 하려고 하다보니 7월 말에서야 검사를 받게 됐다.


애들 아빠가 오후 출근이어서 같이 가기로 했다. 검사는 정말 오래 걸렸다. 10시가 안돼 검사와 진료를 시작했는데 끝나고 나니 12시가 넘었다. 다행히 아이들은 드림렌즈를 끼는데 문제가 없다고 한다. 하지만 이날은 렌즈를 할 수 없고, 다시 한번 나오라고 한다. 역시 검사에 시간이 제법 걸리니 아침 일찍 오라고. 안과전문병원의 예약은 하늘의 별따기다.


그건 그렇고 이제 볼일을 다 봤으니 밥을 먹으러 가볼까. 사실 아이 아빠는 검사가 거의 끝나가니 인근 맛집을 이미 열심히 검색 중이다. 그리고는 맘에 차는 곳을 찾았는지 여기다! 한다.


그렇게 우리는 꿈같은 짜장면을 다시 만났다.

차이룡의 네이버 평점은 4.27. 다음에서도 평점은 비슷한데 리뷰 숫자가 조금 적다. 네이버 캡처

오랜만에 방문한 차이룡, 혹은 재룡.

영등포에 있는 첫 직장에 다닐 때 선배들 따라 갔던 집인데 제법 오래된 전통의 중식당이다. 건물 외관부터 아, 이집은 오래된 중국집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6, 7년 전쯤에는 점심시간에 줄서서 들어갔던 것 같은데 이날은 줄을 서진 않았다.


사실 워낙 오랜만이라 맛있었던 기억은 나는데 어떤 맛인지 기억은 안났다. 근데 둘째가 짜장면을 한입 맛보더니 "헉" 한다. 왜? "엄마, 이거 진짜 너무 맛있어!"

차이룡 짜장면 by 남편

둘째는 워낙 대체로 잘 먹는 녀석인데 옆에 있던 큰애도 우동을 한입 맛보더니 "으엇" 한다. 이 녀석이 이 정도 리액션이면 이건 정말 맛있는 거다. 남편 입에서도 감탄사가 나온다.


차이룡의 짜장면 맛은 우리가 알고 있는 딱 그 짜장면, 그 정석의 맛이다.

딱 그 짜장면의 맛이라지만, 아무데서나 나지는 않는 바로 그 맛. 그 짜장면 맛.

옛 생각 나게 하는 탕수육 by 남편

오랜만에 맛 본 탕수육도 그랬다. 나는 탕수육을 초등학교 2학년 때쯤 처음 먹어봤는데 피아노 학원에서 선생님이 사주셨다. 정말 눈이 튀어나올 맛이었는데 숫기없는 2학년짜리 계집에는 하나 더 먹고 싶단 말도 못하고 집에 와서 엄마한테 "오늘 정말 맛있는 걸 먹었다"고 자랑했던 기억이 난다. 



요즘에야 짜장면 시키면 세트로든 뭐든 고민 없이 시키는 음식이지만, 내가 탕수육을 다시 먹기까지는 제법 오랜 시간이 걸렸던 것 같다. 지금 동네 중국집 탕수육 대 자가 2, 3만원 할텐데 그때 만원이 넘었으니 참 비싼 음식이었다.탕수육 얘기를 주절주절하는 것은 이 집 탕수육을 먹으면 그때 생각이 나기 때문이다. 동네에서 시켜먹어도 맛은 있는데 어째 옛날에 그 눈튀어나올 맛은 아니다. 튀긴지 오래돼선지, 고기를 적게 써선지..


근데 차이룡 탕수육에서는 어릴 적 그 맛이 난다. 그래서 2학년 때 그날 생각도 떠오른다. 역시 음식은 추억을 담는다.


열흘 뒤쯤 렌즈를 맞추러 다시 갔는데 전날 병원 가기로 결정하자마자부터 식구들이 다 렌즈따위는 아랑곳 않고"내점짜고"다.

내일 점심 짜장면 고?


꿈꾸면서 시력이 좋아질 렌즈를 맞추러 가는건지, 꿈같은 짜장면을 먹으러 가는건지.

결국 우리는 이 날도 차이룡을 방문했다(우린 네 명인데 내가 화장실 간 사이 식사 다섯개에 탕수육까지 주문하는 바람에 직원 분이 다섯 명이냐고 확인하셨다고).

신난 젓가락질 by 남편

주객이 전도됐지만, 뭐시 중요한가. 내 아이들이 어린 날을 기억하며 떠올릴 추억의 맛이 하나 늘어난 것이 중요하지. 그래서 다점짜고다. 다음 검진일 점심도 짜장면 고!


노파심에 적어두지만, 이 글은 내돈내산 병원 방문기에 이은 맛점 후기다.

입맛은 다들 다르다는 것은 언제나 팩트다.

옛날에 차이룽, 짜이룽이라고 부르기도 했어서 네이버와 다음에서 차이룽을 검색하니 용인에 있는 다른 중식당이 나온다. 이 집은 차이룡이라고 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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