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Insight, 병식), 병을 받아들이면 치료가 쉬워진다.
외과의사로서 주된 경험과 경력은 위암 수술이다.
2009년 비만 수술을 시작하면서 위암 수술 경험은 너무나 큰 도움이 되었다.
그러나 와래 진료는 처음부터 다시였다.
"음식에서 냄새가 너무 나요"
위절제술 3주차, 갑작스럽게 외래를 찾았다.
나름 비슷한 경험을 꽤나 한 터라 몇 가지 여쭌 후, 수술에 문제가 없음을 확인하고 안심시켰다.
"우울증 같습니다"
놀랍고 언짢은 표정을 감추지 않는다.
수술 전에 너무나 멀쩡했고,
지금도 음식 냄새 말고는
체중도 줄고 기분도 좋은데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참 괜찮다가 한 2주전부터 매일 토해요"
수술 한 지 벌써 1년 가까이 된 환자다.
수술 초기에 적응이 어려워 긴 기간 잦은 구토로 고생하다 3개월 전부터 괜찮았던 분이다.
"구조적인 문제는 아니고 정신과적인 문제 같습니다"
역시 언짢다.
토하는게 싫기는 하지만 불편하지는 않다.
체중도 잘 줄어서 주변에서 이제 그만 감량해도 되겠다며
부쩍 예뻐 졌다는 소리를 자주 듣고 있다.
그런데 정신과 문제라니,
그간 주치의애 대한 감사함이 싹 사라져 버린다.
경험이 많지 않던 시절, 이런 문제가 발생하면 우선 검사부터 시행했다.
위내시경, 위장촬영, 그리고 복부 CT까지
결과를 보여 드리며 수술에 문제 없다는 사실을 강요하듯이 말씀 드렸다.
그러니 본인 스스로 식이 조절이 필요하다고
비만 자체, 그리고 반복되는 요요, 겉으로는 문제 없다고 생각하지만,
마음 깊은 곳 한쪽에 우울감은 언제나 자리잡고 있었다.
수술, 큰 용기를 내고 시작한 일이기에
단백질 파우더, 계란찜, 삶은 야채 등등 맛있다고 3주는 지냈다.
그간 내재 되었던 우울감이 신체 증상으로 나타난 것이다.
수술 후 1년, 거의 40kg나 감량했다.
기대 이상이다. 정말 이제는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다.
그러나 식탐은 여전하고, 때론 폭식에 음식이 이전보다 수월하게 들어간다.
아 수술도 요요가 올 수 있구나 하는 두려움이 생기고,
결국 토해내야 안심이 된다.
강박성 구토가 시작된 것이다.
위암 수술이 주된 경력이던 나로서 외래에서 이런 상담은 너무나 어려운 일이다.
긴 시간이 흐른 뒤에야 이런 상황을 인지하고 이해하기 시작했다.
"전체적으로 30%의 환자분들이 겪는 일입니다"
수술 후 우울증, 불안장애, 강박증상 등등,
너무나 흔하게 올 수 있는 일이다.
다만 수술을 했기에 더 감추고 싶은 욕심에 정신 증상이 신체 증상으로 오는 것이다.
"어렵지만 한 번 받아들이시고, 일찍 치료하시면 치료 기간을 줄일 수 있습니다"
그간의 경험을 충분히 설명 드리면서,
인사이트(Insight, 병식)를 다시 한 번 가지시기를 강조 드린다.
수술 후 일시적인 우울증은 비교적 짧은 기간에 좋아지지만,
강박증상이나 불안장애는 생각보다 치료 기간이 길다.
수술 후 이런 정신과적인 문제들,
이기려고 하면 어렵고 받아들이면 치료가 쉬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