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많이 바라고, 원하는 니즈가 모여있는 곳, 그곳은 어떤 곳일까?
신사역 2번출구. 드디어 첫 출근이다. 내가 오늘부터 일하게 될 곳은, K-beauty의 1번지라고 불리우는, 성형외과의 메카이자 중심지인 신사역 근처 성형외과이다. 이 곳은 내가 앞으로 몸담아 일하게 될 곳이지만, '의료통역 코디네이터'로서 나의 직업 세계는 처음 경험해보는 곳인터라, 아직은 이 환경이 생소하고, 낯설게만 느껴진다.
이런저런 상념에 젖어있는데, 그 생각의 회로를 비집고 현실의 감각이 나를 깨운다. 그 감각을 먼저 건드린 부분은, 내 눈으로 보여지는 '시각'적인 부분이었다. 신사역을 나오자마자, 한 걸음이 떼기 무섭게 일렬로 줄을 지어서 누구에게 질세라 나란히 시야로 들어오는 건물, 그건 바로 의료계의 한류열풍 중 한 곳을 담당하는 '성형외과'이다. 한 걸음을 떼고, 내가 처음 출근할 직장으로 옮기는 내내 얼굴에 붕대를 두르거나, 아니면 얼굴의 한 부위에만 가려져 있거나 하는 등의 모습을 아주 흔하게 볼 수 있었다.
또각, 또각. 나의 구두 굽 소리가 닿은 곳은, 4층. 일명 '영어과'이다. 이게 뭔가? 학교 전공도 아닌, 일하게 될 공간이 영어과라니. 이 말은 즉슨, 내가 담당하게 될 의료통역의 언어 분야가 '영어'라는 것이고, 그 언어로 영어권 국가에서 오는 환자분들에게 의료통역을 하는 일이었다. 이쯤되니, 뭔가 나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해보이고, 한국의 이미지 또한 어떻게 잘 전달해야 하나 하는 고민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4층 사무실에 들어와 내 자리에 앉아있으니, 곧 날 채용해주셨던 상담실장이 들어았다. 이 상담실장 분으로 말할 것 같으면, 대표 원장님께 '이 사람 좀 채용 좀 꼭 해주세요. 네?" 라고 계속 쫓아다니며 귀찮게 했다고 하신다. 엥? 내가 그렇게나 이 사람에게 중요하고 소중한 존재였던가? 단, 몇 분의 면접 안에서 판가름나는데 그 짧은 찰나, 이 분은 나의 무엇을 보고 이렇게 날 능력있고, 사람도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걸까, 궁금해하며 형식적이고 짧은 인사를 건넸다.
서로 잠깐의 스몰토크 후에, 상담실장님은 나를 층마다 연결되어 있는 곳을 안내해주시며 앞으로 익히게 될 업무 분장에 대해서도 설명을 해주셨다. 면접때도 느꼈지만, 정말 온화해보이고, 참해보이고, 사람 좋아보이는 인상이어서 나 또한 속으로 "아, 이런 직속 상사, 또는 선배님과 일하게 된다면 참 좋겠다."라고 생각했던 터였는데, 그게 현실로 이루어질 줄이야.
한국어 면접에 영어 면접, 대표 원장님 면접까지 이어져서 나름 빡센 채용 관문이어서 최종 합격할 거라고는 절대 예상을 못했는데 이 상담실장님 덕분에 채용된 거라고 봐도 무방할만큼 이 분의 영향력이 그만큼 컸기에, 잘 지내고 싶었고 잘 보이고 싶었다.
이제, 층마다 각자의 고유한 업무 영역을 맡고 계시는 직원분들께 일일이 다 인사를 건네고, 병원에서 의사-환자의 관계에서나 봤지, 실제로 같이 일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던 의사분들과도 짧게 인사를 나눈 후, 앞으로 잘 부탁드린다고 말씀드리고 상담실장님과 다시 내 사무실로 올라갔다.
그리고, 속으로 생각했다. "아.. 나 잘할 수 있을까? 이 분야에서 직업으로 일해보는 건 처음인데..통역이고, 영어고, 거기다가 '의료 통역'인데.. 내가 맡을 만큼의 능력과 재능을 가졌을까. 라는 걱정의 꼬리가 끝없이 이어질 무렵, 그 걱정을 하는게 사치라도 된다는 듯이 큰소리를 내며 내 앞 전화벨이 울렸다.
"네, 영어과입니다"
"여기 2층인데요. 지금 겨울시즌이라 할인도 많이 하고, 이벤트도 많이 하고 있어서 환자가 몰렸네요. 좀 도와주실 수 있나요?
"아, 네?.. (말끝을 흐리면서) 아 네네! 알겠습니다. 금방 가겠습니다."
첫날부터, 이거 어떻게 해야하지. 나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데, 아니 조금 안다고 해도 내가 헬퍼로 도와줄 만큼은 아닌데. 아니다. 일단 가보고 부딪혀보자!
이제, 내 앞에 어떤 일이 일어날까? 성형외과 의료통역 코디네이터로 첫 출근, 잘 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