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호주로 보낼 1년 치 짐 싸기

한 사람이 살아가는데 왜 이리 많은 짐이 필요한 걸까

by 라라미미


요즘 아이를 위해 저녁밥을 차리다가도, 하루를 마무리하며 샤워를 하다가도 문득 생각했다.


'지금 쓰고 있는 이런 물건들이 호주에서도 다 필요하겠네?'


도대체 아이와 함께 1년 동안 생활할 짐은 어디서부터 어떻게 싸야 하는 것일까. 너무나도 많은 것들이 필요할 것 같아 고민하기 전부터 머리가 아파온다. 우선, 꼭 필요한 물건들 중 그곳에서 구하기 어렵거나 물건의 질이 훨씬 좋다고 하는 한국 물건들을 배편으로 4~5박스 정도 부치기로 했다. (알아보니 최대 2달까지 걸리는 것 같았다.) 무엇부터 싸면 좋을까.


일단, 집은 마련해 놓았으니 의, 식, 주 중에서 주는 해결되었다고 치고, 먼저 '의'부터 따져본다. 제제와 나의 옷을 싸야 하는데, 싸야 할 옷가지들을 정리하자니 평소에 입을 옷이 없다고 그렇게 불평하던 것치곤 정말 옷이 많았다. 게다가 현재 호주 멜버른의 계절은 여름인데, 여기는 겨울이다. 여름옷을 해상택배로 부치려고 보니 가면 당장 입어야 할 옷들이 많고, 겨울옷을 부치기엔 지금 한창 겨울인 여기에서 다 입어야 할 옷들이다. 그래도 그나마 다행인 것은 멜버른의 한겨울은 우리나라의 한겨울만큼 춥지는 않다는 것이다.


구글에서 검색해 본 멜버른 평년 기후


그래서 롱패딩 및 숏패딩 등 두꺼운 아우터들은 여기서 입다가 집에 두고 가기로 하고, 우선 나와 아이가 갖고 있는 간절기 아우터 종류(바람막이, 두꺼운 카디건, 트렌치코트 등)를 챙겼다. 그리고 봄과 가을에 입을 만한 티셔츠와 바지들도 챙겼다. 압축팩으로 공기를 빼고 꽉꽉 눌러 담았는데도 부피와 무게가 상당하다.


그리고 인터넷에서 미리 정보를 알아보니 워낙 호주는 이민 온 다양한 민족들이 살고 있어서, 초등학교에서 자신들의 전통 옷을 입고 각자의 문화를 소개하는 행사가 있을 수 있다고 한다.(물론, 학교마다 상황은 다르다.) 가서 구하는 것보다 갖고 있는 옷을 챙기는 것이 나을 것 같아 제제의 한복도 챙겼다. 이렇게 옷을 싸면서 평소 아예 입지 않는 옷이나 오래 입어 낡은 옷들, 제제의 옷들 중에서 크기가 작아진 옷들은 과감하게 정리하기로 했다.


참, 그리고 멜버른 날씨를 검색하다 보면 공통적으로 나오는 말이 있다.

'멜버른에서는 하루에도 사계절을 느낄 수 있다.'

그만큼 날씨 변화가 심하다는 뜻인데, 여름이어도 밤에는 추워지기도 하고, 몇 십분 단위로도 맑았다 흐렸다를 반복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그래서 필수품으로 챙겨 오라는 것이 전기매트다. 물론, 부피가 작은 편은 아니라 현지에 가서 사도 나쁠 것은 없을 듯하지만, 캠핑용으로도 사놓은 제품을 썩히긴 아까워 이것도 택배 박스에 살포시 담았다.


그 외에도 제제가 풀 수학 문제집 몇 권, 읽을 책 몇 권, 좋아하는 보드게임(부피가 작은 것 위주로) 2~3개, 제제의 신발 2켤레 정도와 내 구두 한 켤레를 챙겼다. 또한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지만, 호주의 수건보다 한국의 수건 질이 더 좋고 사이즈도 유용하다고 한다. 그래서 수건 몇 개도 압축해서 박스에 담았다. (참고로 양말이나 속옷도 가격대비 한국 제품이 훨씬 좋다고 한다.)


여러 날에 걸쳐 택배 박스에 짐들을 담다 보니 우체국 박스 5호 사이즈로 총 5박스가 나왔다. 여기서 더 보내는 건 비용 측면에서 큰 의미가 없을 것 같아 욕심을 내려놓고 정말 필요한 것들 위주로 담아서 택배를 부치기로 했다.


택배는 우체국택배를 이용할까 알아보다가 비용이 만만치 않아서 다른 업체도 여러 군데 알아보니 한국-호주만 택배를 진행하는 전문 업체가 있었다. 이 업체에는 우체국 5호 박스를 이용하면 박스당 무게 상관없이(최대 20KG) 호주 달러로 39달러에 해준다는 이벤트가 진행 중이었다. 다만 좀 번거로운 점은 해당 업체의 한국 지점이 김포에 위치해 있어 그 지점으로 내가 직접 택배를 따로 부쳐야 했고, 멜버른 센터에 짐이 도착해서도 내 집 앞까지 배송을 받으려면 일부 추가 비용(20~25달러 정도)가 든다는 점이었다. 즉, 자신들의 김포 센터에서 멜버른 센터까지 보내는 비용만 39달러에 해준다는 것이긴 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총 배송료가 저렴한 편이라 이용해 보기로 했다. (업체 이용 후기는 최종적으로 택배를 받고 난 다음에 작성해 보겠다.ㅎㅎ)


박스테이프로 꽝꽝 둘러싸맨 소중한 택배박스들


이렇게 5박스의 짐을 싸서 보내고 보니 한 켠에 쌓아둔 마음의 짐도 함께 부쳐버린 것처럼 한결 가벼워졌다. 물론, 아직 직접 가져가야 할 짐을 싸야하고, 준비할 것들도 더 남아있긴 하지만.ㅎㅎㅎ






keyword
작가의 이전글호주 학교 등록 서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