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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싱글리스트 Dec 13. 2017

TV판 ‘공범자들’...

돌아온 ‘PD수첩’ 통렬한 반성과 성찰



지난 5개월간의 결방을 끝내고 12일 돌아온 MBC 시사프로그램 'PD수첩'은 특집 방송으로 꾸며져 'MBC 몰락, 7년의 기록'을 통해 통렬한 반성과 성찰, 국민의 공영방송으로 거듭나기 위한 다짐을 토해냈다.  


           



이날 'PD수첩' 진행을 맡은 손정은 아나운서는 광화문 광장에서 "지난 겨울 촛불 집회가 벌어진 이곳에서 MBC는 시민 여러분께 숱한 질책을 당했다. MBC도 언론이냐, 권력의 나팔수, 기레기, 입에 담긴 욕설까지 들었다.


MBC에 대해 시민 여러분이 얼마나 실망하고 화가 나셨을지 짐작하고도 남는다"며 "오랫동안 시청자 여러분의 사랑을 받은 MBC가 불과 7년 만에 이렇게 외면당하고 침몰할 수 있었을까. 오늘 'PD수첩'에선 반성과 성찰의 시간을 갖고자 한다"고 했다.


광장시장을 찾은 손정은 아나운서에게 한 시민은 "MBC는 탐사보도로 유명했다. 그런데 어용 언론이 됐다"고 했고, "원래 봤는데 이제 안 본다. 왜 안 보는지 다들 알지 않느냐"고 했다. 'PD수첩'이 지난 12월5~6일 리얼미터에 의뢰해 전국 2000명의 시청자를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국민이 가장 신뢰하지 않는 방송은 32%의 TV조선에 이어 20%를 차지한 MBC가 2위를 차지했다. 앵커의 신뢰성 역시 하위권을 맴돌았다.


             



지난 2015년 민중총궐기 대회에서 백남기 농민이 경찰이 쏜 물대포를 맞아 사망한 사건을 리포트하면서 MBC는 시위대의 격한 모습을 집중 조명했다. 세월호 참사 때도 ‘전원구조’라는 대형 오보를 내보냈음에도 자사 직원인 목포 MBC 보도국장의 정정보도 요청을 묵살했다. 세월호 관련 뉴스는 침묵하다가 특조위와 유가족들 관련 왜곡·과장보도는 일삼았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와 국정원의 지침에 철저히 복무한 김장겸은 보도국장, 보도본부장을 거쳐 MBC 사장이 됐다. 백남기 농민 사건 당시 보도국장을 지닌 최귀화는 기획 본부장으로 승진했다. 이외 김재철 신동호 등 권력의 하수인을 자임한 이들은 조직 내에서 승승장구했다. 반면 2012년 파업에 가담했던 기자, PD, 아나운서들은 아우슈비츠로 불렸던 신천교육대에서 치욕의 재교육을 받은 뒤 비제작부서에 부당 전보돼 암흑과 같은 세월을 버텨내야 했다.             





손정은 아나운서는 MBC가 이처럼 몰락한 상황에서 가장 큰 슬픔은 "그러는 동안 뭐했냐"란 시민들의 질책 때문이었다며 "저희 구성원들의 잘못이다"라고 자성했다.


하지만 외부의 압력도 컸다. MB 정권 당시 국정원이 MBC를 장악하기 위해 작성한 'MBC 정상화 전략 및 추진방안'에는 정권에 불리한 의제와 이슈를 다룬 시사 프로그램들을 좌편향 선동 프로그램이라 명명하고, 손석희 김미화 이외수 김종배 등 진행자들 심지어 ‘PD수첩’ 작가들마저 모두 교체하거나 내쫓았다. 국정원 문건엔 폐지가 부담스러운 'PD수첩'의 경우 사전 심의를 강화한다고 돼 있었다.


국내 최초로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세월호 참사 이후와 탄핵 국면에서 모든 언론사가 사용한 보도 어휘의 차이를 비교 분석한 내용을 보도하기도 했다. MBC는 청와대와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이 사용한 용어를 동일하게 구사했다. 공영방송이 아닌 청와대 기관방송 역할을 한 셈이다.       


      


이날 방송은 최승호 신임 사장이 감독을 맡아 올해 개봉한, 공영방송 몰락사를 다룬 다큐멘터리 ‘공범자들’과 유사한 내용, 메시지로 가득 채워졌다. 손정은 아나운서는 “그동안 공영방송이 사회의 공기가 아닌 흉기가 됐다”며 “앞으로 권력의 편이 아닌 국민의 편에서 방송을 만들어 가겠다”는 약속을 했다.


'시청자의 좋은 친구'가 되기 위해 다시 출발점에 선 'PD수첩'은 과거 전성기 시절의 자신만만함과 날카로운 면은 드러나질 않았다. 오랫동안 병석에 누워있다 겨우 몸을 추스르게 된 자의 몸짓이었다. 하지만 손정은 아나운서의 표정에 배어나는 무거움과 결의는 시청자에게 고스란히 전해졌다. 



사진= MBC ‘PD수첩’ 영상캡처 


에디터 용원중  goolis@sli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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