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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싱글리스트 Dec 11. 2017

[리뷰] '강철비'

유쾌함과 무게감의 적절한 밸런스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인 대한민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관계는 복잡미묘하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고 말하지만, 진정 통일을 원하는 것인지는 언제나 의문부호가 붙는다. ‘강철비’(감독 양우석)는 이런 현실에 대한 심도 깊은 물음을 던진다.


             



으레 남북관계를 다루는 영화들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해볼 수 있다. 서로를 ‘화해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경우, 그리고 ‘주적’으로 바라보는 경우다. 이 방향에 따라 서사의 톤은 상반될 수밖에 없다. ‘강철비’에선 전자에 보다 무게를 실은 모양새다.


‘강철비’ 속 북한 최정예요원 엄철우(정우성)는 쿠데타가 발생한 직후 치명상을 입은 북한 1호와 함께 남한으로 내려온다. 이때 북한 1호가 남한으로 내려왔다는 정보를 입수한 외교안보수석 곽철우(곽도원)는 전쟁을 막기 위해 이들에게 긴밀한 접근을 시도한다. 이후 영화는 전쟁을 막기 위한 두 철우의 고군분투로 서사를 이어나간다.


그래서 영화는 두 인물이 어떤 과정으로 친해지고, 함께 고난을 헤쳐 나가느냐에 관심이 쏠린다. 우리는 그 과정을 멋지게 그려낸 ‘공동경비구역 JSA’ ‘의형제’ 등의 작품을 기억하고 있기에 기대치가 높을 수밖엔 없다. 더구나 ‘변호인’에서 관계들을 섬세하게 어루만졌던 양우석 감독의 작품이라는 점에서 이 기대는 더욱 높아진다.


             



하지만 아쉽게도 ‘강철비’의 서사는 앞선 영화들에 비해 관계변화의 다소 당위성은 부족하다. 둘은 국수를 한 그릇 같이 먹고, GD 노래를 한 번 듣더니 어느 샌가 갑자기 친해져 있다. 물론 둘의 케미스트리가 유쾌한 매력을 품고 있지만, 조금 더 세밀한 감정 소묘가 필요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동시에 남는다.
 

하지만 영화는 두 가지 장치로 이 아쉬움을 상쇄한다. 덕분에 아쉬운 영화로 남을 뻔했던 ‘강철비’는 꽤 흥미진진한 장르영화로 변화한다.


첫 번째는 국제정세와 남북 관계 측면에서는 세밀하게 다뤄냈다는 점이다. 남한 내에서는, 선제 타격을 주장하는 현직 대통령 이의성(김의성)과 반대하는 대통령 당선인 신분인 김경영(이경영)의 다툼이 치열하게 벌어진다. 팽팽한 논리와 설득으로 진행되는 둘의 대화를 통해 영화는 어느 정도 ‘정치 드라마’의 매력을 갖춘다.


뿐만 아니라, 전쟁을 벌이려는 북한의 논리도 무조건적인 악으로 그려지지는 않는다. 왜 그들이 이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 나름의 당위성을 탄탄히 갖추고 있다. 섣불리 옳고 그름을 논할 수 없는 신념 대립을 통해, 현 상황에 대한 관객들의 고민을 요구한다.             





두 번째는 ‘액션 마스터’ 정우성의 화려한 몸놀림이다. 본 시리즈를 연상시키는 절도 있는 액션이 장르적 재미를 배가한다. 배우의 힘은 물론, 적절히 활용된 카메라 무빙도 어지럽지 않게 펼쳐진다. 또 이 대목에서 주연인 정우성 못지않게 중요한 건 상대편인 북한 암살요원 최명록(조우진)이다. 최근 ‘부라더’ ‘보안관’ 등에서 다소 헐렁한 모습을 보였던 배우 조우진의 서늘한 연기가 빛을 발한다.


이런 장치들을 통해서 '강철비'는 흥미로운 영화로 변모한다. 물론 취향에 따라 아쉬움이 더 커보이는 경우도 있겠지만, 가볍게 즐기기에 좋은 액션과 무겁게 고민하기에도 적합한 사회적 메시지까지 함의해 다수의 취향을 만족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러닝타임 2시간20분. 15세 관람가. 14일 개봉.  



에디터 신동혁  ziziyazizi@sli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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