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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싱글리스트 Jan 07. 2018

‘그것이 알고싶다’ 비트코인 고수익

 투자일까, 위험한 투기일까



지난해부터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비트코인 열풍이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한국의 가상화폐 시장은 이미 100만명 이상이 유입된 상황이며 인터넷에서는 단기간에 수억 원을 벌어 회사를 그만뒀다는 이야기, 학자금 대출을 모두 상환했다는 취업준비생의 사연 등 연일 가상화폐 투자 수익을 인증하는 글들이 화제다. 전문가들은 큰 폭으로 등락을 반복하면서도 가상화폐 가격이 꾸준히 상승하는 것은 투자자들의 이런 기대의 반영이라고 진단한다.        


     



6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가상화폐 비트코인 열풍에 대해 다뤘다. 제작진이 찾아간 가상화폐 거래소 ‘유빗’에는 피해자들이 몰려와 분노를 표출하고 있었다. 유빗은 해킹으로 인해 172억원의 고객 돈을 잃었다. 해당 거래소는 지난해 3월에도 고객 돈 56억원을 도난당했다. 이번엔 파산을 선언했고 고객들 돈을 75%만 돌려주겠다고 밝혔다.


지난 2008년 10월 ‘비트코인, 개인간 전자화폐 시스템’이란 논문을 발표한 사토시 나카모토는 비트코인 창시자다. 블록체인 기술을 만든 그에 따르면 그동안은 은행 등 통제기관을 사이에 두고 거래가 이뤄졌으나 블록체인 시스템 덕에 거래 내역이 컴퓨터에 기록되므로 개인과 개인이 안심하고 거래할 수 있다고 한다. 수수료 없이 송금도 가능하고 물건도 살 수 있다.


2009년 1월 탄생한 1비트코인은 2010년 4월 14센트가 됐다. 지속적으로 상승한 비트코인의 가치는 2017년 최고 2000만원까지 올랐다. 2000% 넘는 상승률이다. 후발주자들도 더불어 상승했다. 비트코인의 가격이 급등하면서 부작용도 생겨났다.


비트코인은 블록체인이라는 기술 위에서 운영되는 코인이다. 블록체인은 거래가 되는 모든 내용이 블록 안에 저장된다. 블록들이 계속해서 체인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중간에 기록을 누군가 조작하기 힘든 기술이다.


제작진은 가상화폐 투자자 아뜨뜨(ID)를 만났다. 아뜨뜨는 "60억 정도가 이 지갑에만 있고 거래소에 몇십억씩 분산돼 있다"고 말했다. 그가 보여준 디지털 지갑 안에는 다양한 종류의 가상화폐가 들어있었다. 중국 출장이 잦았던 그는 지난 2015년 6월 300만원어치의 비트코인을 처음 구입했다. 비트코인은 30분 만에 20%가 올라있었다. 러시아 류블화 폭락 때문이었다.             





가상화폐 거래 열기가 뜨거워지며 그들만의 언어도 생겼다. 가즈아, 단타, 장아찌(장기투자) 등이다. 모두가 부러워하지만 한편으론 두려워하는 ‘운전수’는 코인을 가장 낮은 가격에서 산 뒤 정보를 올려 코인가격을 올려버리고 팔아버리는 인물이다. 이 가운데 높은 가격에 코인을 샀으나 사자마자 떨어지는 코인을 팔지도 못한 채 오르기만 기다리는 이들을 ‘시체’라고 부른다.


2009년 만들어진 비트코인은 현재 1650만개 안팎으로 알려져 있다. 최초 설계에 따라 점차 생산속도가 느려진다. 늦게 참여할수록 얻을 수 있는 케이크 조각은 작아진다. 오는 2140년까지 2100만개를 생산한 후 더 이상 만들어지지 않는다. 블록체인이 미래를 이끌 주도적 기술이라는 믿음만 유지된다면 아무리 작은 케이크 조각이라도 큰돈이 될 것이라는 이야기다.


한국은 세계 시장 가격보다 높은 가격으로 비트코인이 거래된다. 세계 상위 15개 거래소 중 3곳이 한국에 있고 세계 전체 거래량의 5분의1이 거래되고 있다. 외신은 한국의 열기를 걱정하고 있다.


가상화폐 가치가 더 오를 거라 여기고 투자로 번 수익을 현금화하지 않는 사람들의 기대가 가상화폐 가격을 높이고 있다. 오를 거란 기대에 코인을 파는 사람은 적고 사려는 사람들만 늘면서 코인의 가격이 상승하고 있는 것이다.


특정 코인을 공략해 가격을 뛰게 하는 단톡방을 ‘펌핑방’이라고 부른다. 현재로서는 처벌 규정도 없다. 가상화폐는 현재까지 법적으로 금융이 아니기 때문이다. 최근 가짜 코인을 내세워 투자를 종용하거나 거짓 수익으로 돈을 편취한 범죄가 35건 적발됐다. 금감원 불법금융대응단 관계자는 "투자 사기가 횡행하고 있다. 설명회 등으로 투자를 유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눈으로 확인할 수 없는 돈이기에 사기꾼들에게는 가상화폐만한 신종 아이템도 없을 것이다. 지난해 12월 검찰이 검거한 사기 조직이 있다. 고성능 컴퓨터로 하는 마이닝(채굴)에 참여할 경우 대가로 해당 가상화페가 주어진다. 이들은 비트코인 다음으로 많은 이더리움 채굴을 대신해주고, 수익을 돌려주겠다면서 1800여 명으로부터 2700억원을 가로챈 혐의로 검찰에 검거됐다.           


  



피해자들이 이 시장에 뛰어든 것은 고수익 때문만은 아니다. 다단계 업자들은 교묘하게 사람들의 불안을 건드렸다.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고, 대세에 편승하지 않으면 뒤쳐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심어줘 모험에 뛰어들게 했다. 하지만 투자와 투기는 다르듯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득을 챙기려는 ‘운전수’들이 포진해 있는 지금의 가상화폐에서 진정한 투자는 어려워 보인다.


사카시 나카모토가 만든 건 블록체인 기술이다. 비트코인은 이 기술 위에 있는 바둑돌 같은 것이다. 블록체인 기술을 가진 회사 주식의 가격이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왜 비트코인 가격이 올라갈까. 명확한 이유 없이 무언가의 가치가 급등할 때 이를 버블이라고 부른다. 바로 현재의 상황이다.


정부가 가상화폐를 우려의 눈길로 보고 있는 건 한국만의 독특한 거래환경 때문이다. 대부분의 가상화폐 거래소는 자신들이 금융기관인 것처럼 홍보하고 있다. 큰돈이 오가지만 금융기관은 아니다. 문제가 생겨도 고객의 돈을 지켜줄 수 없다. 송수영 교수는 "일본의 비트코인 거래소 마운트 곡스에 대해서도 고의적 부도가 아니냐는 시각이 있다. 교환소를 개인 투자자들이 고소할 수 있을까. 그것의 가치가 얼마인지 특정할 수 없다. 어떻게 존재했는지 입증할 수도 없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현행법상 피해자들은 스스로 피해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


가상화폐 거래소는 현재 통신 판매업이다. 피해 역시 고객의 몫이다. 블록체인 기술이 코인 뿐 아니라 다양한 곳에 사용될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은 기술 자체와 무관하게 그저 돈이 된다는 믿음의 대상이 됐다. 그리고 그 믿음은 어느 순간 곤두박질 칠 수 있다. 제작진은 "버블은 꺼진 뒤에나 비로소 알게 되는 재앙"이라고 지적했다. 



사진=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화면 캡처 


에디터 김혜진  agent@sli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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