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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싱글리스트 Jan 28. 2018

'그것이 알고 싶다'

간첩조작 고문 피해자들 "사법부 정의 없는데 사회정의가 어딨냐"



간첩조작사건에 연루돼 끔찍한 고문과 잔혹한 수감생활을 겪어야했던 피해자들의 안타까운 사연과 가해자들의 현실이 주말 안방극장을 강타했다.


27일 밤 방송된 SBS 교양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는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사라진 고문 가해자들'로 꾸며졌다.


특히 과거 치안본부 대공수사단 소속 형사로 근무했던 이근안이 집중적으로 다뤄졌다. 그는 과거 '지옥에서 온 장의사'로 불리며 고문기술자로 통했다.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수사를 지휘하고 재직기간 중 간첩 검거로 16차례 표창까지 받았지만 불법 고문으로 10년을 도피하다 징역 7년, 자격정지 7년형을 선고받았다.   


          



고문 피해자들은 이근안에 대해 "검사도 겁먹었던 사람"이라고 두려움을 표했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당시 대공분실에서는 잠을 안 재우기 위해 수사관들이 방에 쥐까지 풀었다. 또 영장 없이 40일 넘게 구금한 채 폭언과 구타를 이어갔다. 손발에 포일을 감은 뒤 전류를 흘려보낸 전기 고문에, 천을 얼굴에 덮은 뒤 물을 부어 숨을 못 쉬게 만드는 고문도 자행됐다.


이근안은 그 모든 고문을 직접 행했다. 심지어 피해자들을 눕혀 물을 먹인 뒤 배 위에 앉아 물이 역류하게 만들기도 했다. 간첩이라는 자백을 받기 위해서였다.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은 이근안과 어렵게 전화가 닿았으나 그는 단답으로 일관했다. "일절 평생 인터뷰 안 하기로 했다"며 대답을 회피했고 "재론하고 싶지 않다. 병 중에 있다"며 전화를 끊었다.


또 다른 고문 수사관들도 답변을 회피하는 건 마찬가지였다. 한 수사관은 "30년 넘은 일인데 뭘 지금 그런 걸 캐나"라며 "대공분실 직원 전부가 고문한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한 고문기술자는 "내 기억엔 고문은 없다. 문제가 됐으면 왜 그때 재판부에 항의하지 않았냐"며 피해자들을 비난했다. 심지어 재심으로 무죄를 선고받은 피해자들을 여전히 간첩이라 주장하기도 했다.


이날 방송에서는 간첩조작사건 피해자들이 검찰조사와 재판 당시 고문과 허위자백을 토로했음에도 이를 외면했거나 재심을 통해 무죄판결을 받은 피해자들의 유죄판결을 이끌었던 당시 검사와 판사들을 적시해 눈길을 끌었다. 이들 대부분은 이후 탄탄대로를 걸었고 요직을 거치며 살아있는 권력으로 군림했다.


투옥 중인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전 법무부장관)을 비롯해 '사법부 사찰' 논란에 휩싸인 양승태 전 대법원장, 여상규 자유한국당 의원, 안강민 전 한나라당 공천심사위원장, 고영주 전 방문진 이사장, 황우여 전 새누리당 대표최고위원, 정형근 전 한나라당 최고의원이자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 등이 그 주인공들이다.


제작인은 이들과 인터뷰를 시도했으나 이를 거부하거나 “기억이 잘 안난다” “모든 게 정상적으로 처리됐다”

 

“재심에서 무죄 받았으면 되지 않았느냐” “쓸데없는 소리 하고 있어”란 공통된 반응을 보였다. 여상규 의원의 경우 담당 PD의 “(당시의 행동이)잘못됐다고 생각지 않느냐”는 질의에 “웃기고 앉아있네 이 양반이”라고 화를 내기도 했다.


MC 김상중은 “법이 있으되 법을 지키지 않았던 사람들, 그들은 어디에서 법의 심판을 받아야하나”라고 직격했다.


피해자들은 대부분 한국 실정을 잘 모르는 재일교포, 일본 유학생이나 돈 없고 배경 없는 어부, 농부들이었다.


안기부, 보안사 등에 끌고가 한순간에 간첩으로 둔갑시켜버리기 좋은 ‘먹잇감’이었다. 그나마 생존해 재심을 통해 무죄판결을 받은 피해자들은 “사법부 정의가 없는데 사회정의가 어딨느냐” "국가가 무고한 국민을 간첩으로 조작하는, 이게 나라냐”라고 울분을 토했다.



사진=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화면 캡처 


에디터 용원중  goolis@sli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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