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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싱글리스트 Feb 05. 2018

[인터뷰] '그사이' 이준호

 "원진아와 멜로 연기로 웃음 찾았다"



2013년 영화 '감시자들'의 다람쥐를 시작으로 이준호(28)는 2PM의 둥지를 기반으로 배우로서의 삶도 새롭게 꾸려나갔다. 영화 '스물'의 강동우와 KBS 2TV 드라마 '김과장'의 서율 등을 거치며 그는 의문이 아니라 확신을 주는 배우에 점점 가까워졌다. 특히 '김과장'에서는 연기 생활 처음으로 '2017 KBS 연기대상'에서 '중편드라마부문 남자 우수연기상'을 수상하며 실력을 인정받았다.   


          



차근차근 순조로웠다. 이번에는 첫 주연 자리까지 해냈다. 지난 1월 30일 종영한 JTBC 드라마 '그냥 사랑하는 사이'(이하 '그사이')에서 이준호는 거칠지만 단단한 뒷골목 청춘 이강두로 분했다. 1일 오전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준호에게 종영 소감을 물었다.


"기분이 이상하다. 이틀 전에 종영하고 다 같이 방송 보면서 박수치고 끝냈는데도 아직 마무리가 안 된 것 같다.


매회 드라마가 끝나면 사람들 반응 보고 혼자 좋아하고 그랬는데, 이젠 그것도 없으니까 먹먹하다. 드라마 팬분들도 나랑 같은 마음인 분들이 있는 것 같다. 그분들을 생각하는 마음에, 이 친구를 너무 빨리 벗어나고 싶지는 않다."


이준호는 역할에 몰입해 있는 동안에는 웃음을 지우고 살았을 정도로 어두운 기분을 유지했다. 동시에 그는 하문수 역의 원진아와의 멜로 호흡을 맞추며 자연스럽게 분위기가 밝아지는 걸 느끼기도 했다.


"문수랑 사랑에 빠질 때부터 차 안에서 노래를 듣기 시작했다. 그 전까지만해도 늘 피곤하고 짜증이 나 있었고 무거웠다. 문수를 만나면서 나 자신이 가벼워졌다. 조금씩 웃음이 생겨났다. 원진아 씨와는 편했다. 내가 말이 많은 편은 아닌데, 드라마 하면 평소랑 다르게 말이 없어진다. (원)진아랑은 촬영하면서 말없이 대기하고, 그런 게 좋았다. 워낙 털털하고 싹싹하고 잘 하는 친구다. 이 친구 바르고 성실하구나, 좋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사이'의 두 주인공 문수와 강두는 쇼핑몰 붕괴 사고 현장에서 각각 동생과 아버지를 잃는다. 생존자이자 유가족으로 살아가는 두 사람은 죄책감과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시달리면서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간다.


"중요한 건 강두 같은 사람이 분명히 현실에 존재한다는 거다. 진짜 그 아픔을 갖고 사는 분들한테 결례가 되고 싶지 않았다. 마냥 즐겁지 않았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머리가 빠졌고 코털도 흰 코털이 나더라. 그만큼 몰입했다. 마지막에 강두가 시한부 인생을 살게 됐을 때는 자연스럽게 나도 아프고 살이 빠졌다. '눈물을 흘린다'는 지문이 없는데도 눈물이 계속 났다."


'그사이'는 시청자들에게 우리 사회가 겪은 수많은 재난, 이를테면 삼풍백화점 붕괴나 대구 지하철 참사, 세월호 침몰 등을 연상케 했다. 살아남은 사람들의 상처를 섬세하게 그리며 호평을 끌어냈다.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감정이 아니었다. 고통은 겪어 보지 않으면 모르는 거다. 그분들의 마음을 이해하려는 시도도 못했다. 우리 드라마가 주고 싶었던 가장 큰 메시지는, 그런 사고나 아픔을 잊지 말자는 거였다. 그래서 시청률도 신경 쓰이지 않았다. JTBC CP님이나 사장님도 마찬가지셨다. 촬영장의 모두가 이 드라마의 메시지를 잘 전달하자는 의미로 시작했다."     


        



2008년 그룹 2PM으로 데뷔한 이후 10년이 지났다. 서글서글하고 여유로워 보이는 웃음을 잘 짓는 이준호는 지난 10년간 욕심이 많은 청년이었다. 때로는 그 욕심에 스스로 힘들기도 했다.


"지난 10년간 활동하면서 나 자신의 암흑기도 있었다. 팔이 다치기도 했다. 열심히 활동하고 싶었으나 못하게 됐을 때도 있었다. 스스로 급하다는 생각은 했지만 더 빨리, 더 많이, 더 잘하고 싶었다. 그래서 안 쉬고 활동하는 거다. 10년 정도 되니까 흐름에 맡겨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이제 조금 든다. 이 드라마를 찍으면서, 어떨 때는 재충전의 시간도 필요하다고 느꼈다. 너무 활활 불타올라서 빨리 꺼지는 게 아니라, 오랫동안 계속 불타는 그런 모습을 꿈꾸게 됐다."


가수로서는 제법 경력이 쌓였지만 배우로서는 이제 시작이다. 두 가지 일을 병행하느냐, 아니면 한쪽을 선택하느냐는 가수 출신 배우들의 흔한 고민이다. 이준호는 '둘 다'를 외쳤다.


"가수랑 배우는 둘 다 잘하고 싶고, 평생 하고 싶다. 너무 미친 듯이 급하게 하지는 말자고 생각한다. 가수로 활동할 때의 행복과 배우로 활동할 때의 행복이 정반대다. 가수일 때는, 3시간 동안 온전히 내 세상이라는 느낌을 받는다. 배우일 때는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삶을 사는 것 같다." 


            



강두는 트라우마를 숨기고 살아가는 인물이다. 연예인이라는 직업 역시 힘들고 어두운 부분을 숨기고 살아야 하는 경우가 많다. 준호 역시 힘든 티를 잘 내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어쩌면 이런 점이 그가 강두에게서 쉽사리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가 아닐까 짐작했다.


"지난해까지는 힘들어도 티를 안 냈다. 감정이 잘 드러나는 편이지만, 힘들다고 하진 않았다. 마음을 표현하고 사람들과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곤 했지만 지난 시간 동안 잘 되진 않았다. 이제는 여과 없이 표현해 볼까 한다. 옛날에는 어린 마음에, 아픈 게 내 약점 같아 보였다. 내가 아픈 걸 누가 알면 나에게 일을 안 줄 것 같았다. 이제 조금씩 표현하고 살 거다. 아픔도 공유를 해야겠더라."


가수로서 연기자로서 자신을 자극하는 사람이 있느냐 묻자 그는 "이상하게 그런 건 없다"고 답하면서 "내가 누군가한테 자극을 주는 존재가 되는 게 내게 자극이다"고 조금 다른 대답을 내놨다. 그러면서 그는 인간으로서의 자극은 2PM 멤버들에게 받는다고 멤버들 얘기를 즐겁게 풀었다.


"우영이는 다 같이 피곤하고 힘들 때 먼저 일어나서 준비한다. 참 대단하다. 쿤 형은 더 높게 날아갈 수 있는 사람인데도 멤버들 옆에 있었다. 데뷔 초에 예능 나가서 2PM을 알리고 그런 걸 보면 저 형은 사랑받아 마땅한 사람이다 싶다. 민준이 형은 애정 표현을 잘 한다. 그런 걸 보고 배운다. 반대로 멤버들한테도 내가 그런 자극을 주는 사람이면 좋겠다." 



사진 제공=JYP엔터테인먼트 


에디터 진선  sun27ds@sli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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