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틀 포레스트'
바쁜 일상을 사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건 힐링이다. 또 힐링에 꼭 필요한 건 무엇보다도 좋은 풍경, 맛있는 음식, 그리고 좋은 사람들이다. ‘리틀 포레스트’(감독 임순례)는 이 세 가지가 어우러져 따스한 울림을 선사하는 영화다.
영화 ‘리틀 포레스트’는 시험, 연애, 취업... 무엇 하나 뜻대로 되지 않는 일상을 잠시 멈추고 고향으로 돌아온 혜원(김태리)의 이야기를 그린다. 고향에서 오랜 친구인 재하(류준열)와 은숙(진기주)을 만난 그녀는 좋은 사람들과 함께 맛있는 음식을 나누며 삶을 고민한다. 겨울에서 봄, 그리고 여름, 가을을 보내고 다시 겨울. 그곳에서 사계절을 겪으면서 일어나는 마음의 변화와 위로의 메시지를 품는다.
‘리틀 포레스트’는 청춘이라면 누구나 품고 있는 고민을 다룬다. 이리저리 치이는 회사 생활을 정리하고 자신만의 삶을 살기 위해 고향으로 돌아온 재하, 힘든 일상을 견디고 있는 은숙, 그리고 앞으로 걸음을 내딛으려 해도 늘 제자리에 멈춰있는 혜원의 사연은 각각 그 형태는 조금씩 다를지라도, 2018년 현재 대한민국을 살고 있는 청춘이라면 모두 어깨 위에 지고 있는 현실이다.
사실 이 현실을 영화가 다룬다는 것 자체는 위험부담이 따른다. 영화가 나름의 해결방식을 관객들에게 전하려 한다면, 또 그 방식이 자칫 너무 이상적이라면 공감은커녕 관객들의 반발심리를 불러일으킬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리틀 포레스트’는 그 위험을 영리하게 피해간다.
언뜻 경쟁사회에서 밀려 도태된 듯 보이는 혜원은 억지로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 않는다. 단지 청춘(靑春)이 바라보는 사계의 순환을 배경으로 한소끔의 여유를 전한다. 그러면서 도시 속에서 바쁘게 살아오며 깨닫지 못했던 소중한 것들, 그리고 인생엔 힘든 봄 뿐 아니라 여름과 가을, 겨울이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알록달록한 계절 색채에 관객들은 눈을 뜨고 있지만, 혜원의 느릿한 걸음을 감상하다보면 마치 명상을 하는 듯 스스로를 되돌아보게 된다.
그렇다고 ‘리틀 포레스트’가 지루한 영화라는 의미는 아니다. 무슨 사건이 벌어지겠나 싶은 조용한 시골 동네이지만, 세 친구들이 소소하게 겪는 일상과 그 일상에 맛을 더하는 음식, 음식을 앞에 두고 나누는 유쾌한 수다가 입가에 슬쩍 미소를 피워낸다. 덕분에 이 영화의 유일한 단점이 드러나는데, 보는 내내 입안에 침이 돈다는 것이다. 취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개인적으론 달콤한 단밤조림에서 침샘이 터졌다. 생각 없이 먹고 있던 팝콘이 괜히 아쉬워질지도 모른다.
여기에 계절 따라 변화하는 풍경도 시선을 끈다. 도시에선 보기 힘든 사과꽃, 산수유, 빨갛게 익은 토마토, 곶감 말리는 모습 등등이 나열되면서 시각적으로 황홀경에 빠뜨린다. 말 그대로 오감만족 영화다.
그 다채로운 배경을 가로지르는 김태리의 꾸미지 않은 모습도 인상적이다. ‘아가씨’ ‘1987’에서 당돌한 소녀 이미지를 보여줬다면, ‘리틀 포레스트’에선 보다 더 자연스런 연기로 관객들을 몰입하게 이끈다. 러닝타임 1시간43분. 전체 관람가. 28일 개봉.
에디터 신동혁 ziziyazizi@slist.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