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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싱글리스트 Feb 27. 2018

[리뷰] 블랙 코미디로 감싼 연대와 사랑

 '쓰리 빌보드'



상처와 편견 투성이 인간들의 연대가 뼈 있는 유머로 그려진다.


제 75회 골든블로그 작품상, 각본상, 여우주연상, 남주조연상 수상. 제 90회 아카데미 시상식 7개 부문 노미네이트. 개봉 전부터 영화 애호가들의 심장을 흔든다. '쓰리 빌보드'는 딸을 잃은 어머니의 투쟁을 중심 서사로 삼는다.         


    



'쓰리 빌보드'에서 가장 먼저 마음을 사로잡는 것은 밀드레드(프란시스 맥도맨드), 윌러비(우디 해럴슨), 딕슨(샘 록웰) 이 세 인물의 강렬한 입체감이다.


영화는 밀드레드의 공허한 얼굴에서 시작한다. 범인을 잡지 못한 채로 딸의 살인 사건이 세상의 관심에서 멀어지자, 밀드레드는 아무도 사용하지 않는 마을 외곽 대형 광고판을 이용한다. 그는 "내 딸이 죽었다", "그런데 아직도 못 잡았다고?", "어떻게 된 건가? 윌러비 서장" 이라는 도발적인 세 줄의 광고를 실어 메시지를 전한다. 광고가 세간의 주목을 끌자 마을에서 존경 받는 경찰서장 윌러비와 경찰관 딕슨은 믿을 수 없는 경찰로 낙인찍힌다. 조용한 마을의 평화를 바라는 이웃 주민들은 경찰의 편에 서서 밀드레드에 맞서기 시작한다.     


        



밀드레드는 강인하고 거칠다. 그는 경찰과 세상에 대한 분노를 속으로 삼키거나 에둘러 표현하지 않는다. 대형 광고판을 이용해 직설적으로 경찰을 비판하기도 하고, 조롱에는 물러서지 않고 거세게 맞서며, 협박 앞에서도 두 눈을 똑바로 치켜뜬다. 외로움과 두려움을 느끼면서도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수행한다.


프란시스 맥도맨드가 그리는 밀드레드는 공권력에 도전하지만 사회 정의를 위해 움직이진 않는다. 그의 폭력은 약자와 강자를 가리지 않는다. 자신의 목표만을 생각하는 태도다. 또, 여성혐오적인 말을 뱉는 등 소수자에 대한 편견도 습관처럼 몸에 두르고 있다. 이 지점에서 관객들은 예상치 못한 전개를 만나게 된다. 전투적인 밀드레드의 모습은 불쾌하게 다가오기보다, 소수자는 선하고 정의로워야 한다는 편견을 정면으로 깨부수면서 통쾌함을 준다.       


      



윌러비 서장과 딕슨 경관 역시 마찬가지다. 밀드레드의 입장에서 윌러비는 "도넛 처먹느라 수사는 뒷전"인 사람이다. 그러나 '쓰리 빌보드'가 묘사하는 윌러비는 부패에 물든 썩은 경찰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그는 가정에 충실하고 아내에게 다정하며, 마을에서는 선량한 성품으로 모든 사람의 존경을 받고 있다. 췌장암으로 시한부 판정을 받았지만 병이 주는 고통에도 품위를 잃지 않는다. 그의 이성적인 태도는 밀드레드가 자신을 도발할 때 조차 굳건하다. 더 나아가 그는 밀드레드의 고통에 응원의 뜻을 전하기까지 한다.


딕슨은 '쓰리 빌보드'에서 가장 큰 변화를 겪는 인물이다. 그는 성별, 인종, 계급에 대해 차별적이며 또 매우 폭력적이다. 그는 밀드레드와의 갈등으로, 또 자신이 존경하던 경찰인 윌러비의 메시지로 새롭게 거듭난다. 다만, 딕슨의 변화는 지나치게 극적이어서 영화를 전체적으로 느슨하게 만든다. '쓰리 빌보드'는 후반부에 이르러 딕슨과 밀드레드의 연대에 집중한다. 결말까지 유지되는 이 태도는 영화가 너무 손쉽게 마무리된다는 인상을 전한다.             





'쓰리 빌보드'는 무거운 이야기를 하지만 동시에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검은 유머도 놓치지 않는다. 유머는 영화의 날카로움을 해치지 않고 오히려 힘을 더한다. 프란시스 맥도맨드, 우디 해럴슨, 샘 록웰의 열연은 수상을 예감케 한다. 러닝 타임 115분. 15세 이상 관람가. 3월 15일 개봉.



에디터 진선  sun27ds@sli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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