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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싱글리스트 Mar 01. 2018

[인터뷰] '나미야 잡화점'

히로키 류이치 감독, 꿈 잃은 청년에게 외치



계절은 어느새 봄이 됐지만, 일상에 치인 우리는 늘 겨울에 사는 듯하다. 일본의 명감독 히로키 류이치(64)는 아픈 인생을 살아가는 대다수의 관객들을 위해 따스한 담요 같은 영화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들고 한국을 찾아왔다. 개봉을 앞두고 서울 자양동의 한 카페에서 마주한 그는 한국 관객에게 작품을 보여준다는 생각에 얼굴 가득 설렘을 안고 있었다.             


영화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은 비밀을 간직한 나미야 잡화점에 숨어든 3인조 도둑이 32년 전 과거로부터 온 고민편지에 답장을 보내면서 벌어지는 기적 같은 일을 그린 영화다. 전 세계 누적 1200만 부 판매가 된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의 동명의 원작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이 영화화 된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부터, 소설과의 비교는 어쩌면 끊을 수 없는 숙명 같은 것이었는지 모른다. 류이치 감독은 “주위의 반응에 크게 휘둘리지 않으려 했다”고 했지만, 한편으로는 좋은 작품을 만들어서 “소설만큼 좋다”는 평가를 받고 싶었다는 속내를 드러냈다.


“영화와 소설은 전혀 다른 매체니까 비교할 수가 없지만, 영화가 더 표현할 수 있는 수단들이 많아요. 영상이 직접적으로 전해주는 이미지도 있고, 또 영화 속 음악이 주는 힘도 강력하죠. 그래서 어떻게 잘 만들어봐서 이 영화가 소설 속 문장을 이기고 좋은 작품으로 기억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웃음) 아,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가 원래 공적인 자리에 얼굴을 잘 안 비추시는 분인데, 일본에서 공개 시사회를 할 때 현장에 와주셨어요. 그것만으로도 원작자에게 인정을 받았다는 생각이 들어서 기분이 좋았습니다.”             


히로키 류이치는 이미 ‘바이브레이터’(2003), ‘노란 코끼리’(2013), ‘가부키초 러브호텔’(2014) 등에서 확고한 작가관과 탄탄한 연출력을 드러낸 바 있어 한국에서도 두툼한 마니아층을 거닐고 있는 감독이다. 그런 그이지만, 이번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은 다소 의외로 여겨진다. 30여 년의 세월을 건너뛰는 판타지, 청년에 대한 포근한 위로 등은 그의 작가관과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여겨졌던 까닭이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소설이 한국에서도 굉장히 인기가 많았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소설과 영화가 비교 되지는 않을까 조금 걱정하고 있습니다.(웃음) 그렇지만 기대도 되네요. 원작의 판타지함을 표현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었죠. 그런데 저는 그 허상에 다양한 인간관계와 포근한 메시지를 담아낼 수 있다고 생각을 했어요. 참 재미있고, 도전의식을 불러오는 작업이었죠. 특히 편지라는 소재가 전하는 아날로그한 매력, 글자 하나하나에 전해지는 감정에 관객분들도 공감하시길 바랍니다.”


영화는 1980년 잡화점 주인인 나미야 할아버지(니시다 토시유키)에게 고민을 털어놓는 사람들의 편지가 2012년 무너져가는 낡은 잡화점에 들어온 3인조 청년도둑에게 배달이 된다. 그러면서 꿈과 희망도 없이 되는대로 살아가던 청년들이 조금씩 성장하는 이야기를 담는다. 힐링과 위로의 서사다. 영화에 담긴 메시지를 히로키 류이치 감독에게 직접 들어봤다.


“영화 속 나미야처럼 누군가를 위해 진심으로 고민해주는 마음은 계속 타인에서 타인으로 전해지는 거라고 생각해요. 32년의 시간을 건너뛰는 서사는 그런 따스한 마음이 진정 필요한 이들에게 가닿길 바라는 마음이 잘 표현된 것이라고 생각해요. 이 영화를 보다보면, 저도 제 어릴 적이 떠올라요. 잘 되고 싶어서 발버둥치는 시기였지요. 그런데 어느 순간 너무 외롭더군요. 그때 제 모습과 영화 속 도둑은 비슷한 것 같아요. 세상은 정말 혼자 살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감독의 이야기를 듣고 보니, 문득 청년이었을적 그의 모습이 문득 궁금해졌다.


“영화 속 캐릭터로 치면, 저는 생선가게 뮤지션(하야시 켄토)인 것 같아요. 가업을 이어야할지, 꿈인 음악을 쫓아야 할지 고민하는 모습이 저와 비슷하게 여겨져요. 저는 물론, 음악이 아니라 영화였지만요. 극 중 아버지가 ‘넌 네 꿈을 쫓아서 음악을 계속 해’라고 하잖아요. 그때 꽤 울컥했어요.(웃음) 저도 영화를 처음할 때 부모님은 싫어하셨거든요. 아마 꿈과 현실 때문에 부모님과 싸우는 경우는 다들 종종 있지 않나요?”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이 유독 포근하게 다가오는 건, 어떤 사소한 고민이라도 차분히 이야기를 들어주는 나미야 할아버지의 존재다. 류이치 감독에게 “만일 나미야 같은 사람이 주변에 있다면 어떤 고민을 털어놓고 싶은지”를 물었다.


“엄청나게 많지요. 여성들에게 인기를 얻는 방법이나, 머리숱이 좀 풍성해지는 방법이 없는지요.(웃음) 그렇지만 무엇보다도 제 꿈을 이루기 위해서 어떻게 하면 좋을지를 물어볼 것 같아요. 사실 제 꿈은 ‘007 시리즈’의 연출을 맡는 것이거든요. 아직 성취되지 못했지만, 언젠가는 제 스타일의 007이 나올 수 있지 않을까요?”             


히로키 류이치 감독은 이번에 내한해서 한국청년들의 현실을 조금은 알게 됐다고 말했다. 여러 곳에서 취재를 받으며 “한국청년들이 힘들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게 된 까닭이다. 그래서 힐링영화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이 더욱 주목받고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인터뷰 끝에서 한국 관객들에게 메시지를 전했다.





“이 작품의 테마는 스스로의 목표와 꿈을 찾는 것입니다. 지금 현재 많은 청년들이, 각자 구체적 상황은 달라도 꿈을 꾸기 힘들어 하더군요.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보시면서 스스로를 한 번 더 되돌아보고 생각을 정리해보는 건 어떨까 싶네요.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도 굉장히 많아요. 젊은 도둑 3인도 있고요, 생선가게 뮤지션 등등이요. 그 중의 한 명쯤은 관객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캐릭터가 있지 않을까요? 함께 공감하고, 함께 웃으셨으면 합니다.” 



사진 이완기(라운드 테이블) 


에디터 신동혁  ziziyazizi@sli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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