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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싱글리스트 Mar 12. 2018

[리뷰] 삶에 필요한 최소한의 두근거림

 ‘120BPM’



삶을 지탱하는데는 최소한의 두근거림이 필요하다. 그리고 여기, 그 최소한의 두근거림을 유지하기 위해 투쟁을 벌이는 사람들이 있다. 사회는 그들의 존재를 인정하는 동시에 부정한다.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사람들. 영화 ‘120BPM’은 사회가 외면하고 있던 에이즈(AIDS) 환자들의 고통, 그리고 성소수자들의 치열한 삶을 그리고 있다.


             



영화 ‘120BPM’은 로빈 캄필로 감독이 1990년대 경험한 ‘액트 업 파리’ 활동을 스크린으로 옮긴 작품이다. ‘액트 업 파리’는 정부의 에이즈 대책 강화를 요구하고, 편견과 혐오에 반대했던 단체로 80년대 말 미국에 이어 파리에서 결성됐다. 영화에는 ‘액트 업 파리’의 대외적인 활동, 그리고 활동가들의 토론 장면들이 상세하고 생동감 있게 그려진다. 특히 토론 장면들은 마치 핑퐁처럼 리듬감 있고, 박진감 있게 흘러간다.      


       



영화는 ‘액트 업 파리’를 소개하면서 시작된다. 관객은 마치 ‘액트 업 파리’의 신입회원이 된듯 다정하지만 사무적인 간부의 안내를 받으며 곧바로 토론에 참여하게 된다. 이 과정을 통해 감독은 관객에게 제3자의 입장에서 추상적으로 느껴지는 ‘액트 업 파리’를 실체화 시킨다. 나아가 그들이 왜 거리, 혹은 사회의 밝은 곳으로 나아가고자 하는지 이해하는 과정을 제공한다. 


에이즈 환자, 성소수자들에 대한 연민이나 감정적인 동요를 요구하지 않는 점은 되레 많은 이들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요소로 작용한다. 영화는 다만 현실적으로 에이즈 환자들의 삶이 어떤 식으로 흘러 가는지를 묘사할 뿐이다. 회의를 하다 몸이 나무토막처럼 굳어 바닥으로 쓰러지는 장면, 시위를 하다 끌려나가면서도 바닥에 떨어진 약을 챙기는 장면 등이 그들에게 너무 당연한 일상처럼 그려져 오히려 보는 이들의 가슴을 쓸어 내리게 만든다. 


             



하루하루 죽음에 가까워 오는 절박한 상황에서 맺어진 션(나우엘 페레즈 비스카야트 분)과 나톤(아르노 발로아 분)의 사랑은 몽환적으로 다가온다. 비현실적이라고 느낄 정도로 두 사람의 사랑은 뜨겁고, 또 순수하다. 구내염에 걸려 키스를 거부하는 션에게 “구내염따위”라고 시니컬하게 말하는 나톤의 모습은 인물들이 놓인 상황, 그리고 감정에 대해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만든다. 


‘120BPM’은 뛰어난 연출력은 물론 배우들의 연기가 빛을 발하는 작품이다. 션 역의 나우엘 페레즈 비스카야트는 에이즈로 죽어가는 인물을 묘사하기 위해 단 15일 만에 7kg를 감량 했다고 한다. 나톤 역의 아르노 발로아는 슬픔을 역설적으로 표현하는 장면에서는 감정의 폭발을 강렬하게 전달해내며 눈도장을 찍었다.


             



어쩌면 살아있는 것을 확인받기 위해, 그리고 스스로 확인하기 위해 거리로 나섰을 지도 모르는 사람들. 살아 있음을 확인하는 가장 기분 좋은 두근거림을 느끼고 싶다면 영화 ‘120BPM’을 추천한다. 러닝타임 2시간 23분. 청소년 관람불가. 15일 개봉.



사진=레인보우 팩토리


에디터 강보라  mist.diego@sli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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