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연기력 부족한 배우…타고난 재능 아니야” ①
올해 극장가는 유난히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어벤져스’를 필두로 다달이 마블의 대작들이 개봉하고 있는데다, 마니악하지만 거대한 세계관을 가진 ‘스타워즈’ 시리즈의 스핀오프 ‘한 솔로: 스타워즈 스토리’까지. 굵직한 배우들을 내세워도 국내 영화들은 손익분기점을 간신히 넘는 모양새다.
한국 영화 시장에서 시리즈물이 생명을 이어가기란 쉽지 않다. 할리우드만큼 시장이 넓은 게 아니다보니 고정 팬덤만 밀고갈 수 없는 데다, 흥행성적이 좋지 않으면 바로 다음편 투자나 배급에 제동이 걸린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시리즈를 큰 기복없이 이끌어갈 수 있는 배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대게의 시리즈물이 캐릭터를 전면에 내세우기 때문에 배우들에 대한 호감도 역시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그러나 이런 환경 속에서 2015년 ‘탐정: 더 비기닝’으로 시작한 이른바 ‘탐정’ 시리즈가 돌아왔다. 말 그대로 ‘리턴즈’다. 시퀄과 마찬가지로 권상우와 함께 성동일이 투톱으로 나섰다. 드라마 ‘응답하라’의 개딸 아빠에서 영화 ‘탐정’의 노태수로 국내 배우 중 눈에 띄게 시리즈물의 러브콜을 받고 있는 성동일을 만났다.
“시사회때 영화를 처음 봤는데 ‘하길 잘 했다’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비기닝 때는 경쟁작에 비해서 개봉관도 너무 적었어요. 아쉬움이 많이 남아서 한번 더 (권상우와) 뭉칠 기회를 주면 제대로 해보고 싶다는 오기가 발동했어요. 제작사도 마찬가지였고요. ‘탐정: 리턴즈’에는 욕심을 좀 냈어요. 결국 그 욕심을 빼는 게 연기하면서 가장 힘들었지만요”
시리즈물은 무엇보다 캐릭터의 연속성이 중요하다. 개인적인 해석에 따라 캐릭터를 달리하다보면 시리즈 전체가 헐거워질 수도 있다. 이광수의 투입으로 성동일은 한발 물러서서 전체의 흐름을 읽었다.
“이번에는 제가 중심을 잡고, (권)상우랑 (이)광수가 노는 게 훨씬 더 건강하다고 생각했어요. 제작사에서 너무 재미없게 하는 거 아니냐고 할 정도였는데, 나까지 나서버리면 심한 코미디가 될 것 같더라고요”
영화를 미리 본 입장으로 성동일의 말에 동의할 수 있었다. 성동일과 이광수가 ‘하드캐리’라면 성동일은 기존의 기조를 유지하며 두 배우를 탄탄히 받쳐주고 있다. 물론 관객들이 기대하는 성동일 특유의 익살스러우면서도 시니컬한 연기를 여지없이 보여준다.
“‘인디아나 존스’같은 경우에는 첫 캐릭터가 끝까지 가잖아요. 나이드는게 보여지는 게 자연스러운거죠. 흥행에 따라 캐릭터를 바꿔버리면 시리즈가 불가능한 거 같아요. ‘응답하라’에서도 그 캐릭터를 유지하니까 시리즈가 유지되는 거지, 계속 제 캐릭터를 바꿔버리면 성동일이라는 배우를 쓰지도 않을 걸요?”
전편보다 성동일의 액션 비중은 확실히 줄어 들었다. 하루를 꼬박 찍은 액션 장면이 통편집 됐다고. 공들여 찍은만큼 아쉬움이 따를 만도 했지만 성동일은 “통편집 당하면 기분 나쁘죠. 근데 오히려 그 부분을 덜어내고 재미있으니까, 편집과정에서 얼마나 고민했겠나를 생각하게 되더라고요”라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아직 사립탐정이라는 개념이 없잖아요. 영화를 통해서 한국의 탐정을 만들어보자 해서 무기, 공권력 없는 세 오합지졸이 사건을 풀어가는 게 그려진 거죠. 셋 다 브레인은 아니잖아요. 달그락달그락 굴러가더라도 아이디어 내서 쫓아가고, 해결해보는 거죠”
성동일이 표현한 오합지졸이라는 말이 어쩌면 ‘탐정: 리턴즈’ 속 세 캐릭터에게는 딱 어울리는 옷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각같이 잘생기고, 맨주먹 하나로 몇명 쯤은 가볍게 때려눕히는 히어로보다 사랑스럽다. 캐릭터를 호감으로 만드는 노하우가 있냐고 물었다.
“저는 연기력이 부족해서 이미지 변신 못해요. 그렇게 타고나지도않았고요. 성동일이 ‘라이브(Live)’의 기한솔을 하는 거고, 성동일이 ‘탐정: 더 리턴즈’의 노태수를 하는 거에요. 성동일이 노태수가 됐다? 다른 배우들은 그렇게 하시던데 저는 자신이 없어요. 배역이 나한테 오는거지, 나는 노태수한테 못 들어가요. 아직 그럴 만 한 능력이 안되는 배우에요. 다른 배우 분들은 배역에서 빠져나오기 힘들었다고 하는데 저는 그 정도까지는 안 하는 거 같아요”
사진=싱글리스트DB, 라운드테이블(지선미)
에디터 강보라 mist.diego@slist.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