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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싱글리스트 Jun 12. 2018

[인터뷰] ‘독전’ 이주영 “모델로 10년 활동,

연기 시작 후 흔들린 적 없어” ①



이주영이라는 이름 석자가 각인된 건 올해 초부터였다. 노희경 작가의 드라마 ‘라이브(Live)’에서 퇴직을 앞둔 이삼보(이얼 분)의 마지막 시보 송혜리를 연기하며 시청자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대중적인 인지도가 없었을 뿐 이주영은 2015년 영화 ‘몸 값’으로 데뷔해 2016년 아시아나 단편영화제 단편의 얼굴상, 대단한 단편영화제 대단한배우상을 수상하며 연기자로서의 입지를 다져왔다. 그리고 2018년 상반기 한국영화 중 최고 흥행기록을 세운 ‘독전’으로 그간의 노력이 빛을 보기 시작했다.



             



이른 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6월, 배우 이주영을 만났다. 연이은 두 작품에서 강한 캐릭터를 맡은 탓인지 수줍게 인터뷰 장소로 들어서는 이주영에게서 반전이 느껴졌다. ‘라이브’ 속 괄괄하고 조금은 거친듯한 목소리마저 연기의 일부였던 셈. 이주영은 “첫 드라마라서감독님, 작가님이 제 캐릭터를 두고 우려가 있으셨어요. 상의 끝에 목소리 톤을 좀 높게 설정 했었어요”라고 말했다.


이주영의 드라마 첫 상대배우는 숱한 연극무대에 서온 대선배 이얼. 브로맨스, 워맨스가 넘쳐나는 드라마 시장에서 이주영에게 이삼보와 송혜리의 나이를 초월한 우정은 오히려 매력적으로 다가왔다고 한다. 그는 “쉽게 볼 수 없는 조합이라서 너무 좋았어요. 이런 우정 케미는 쉽게 오지 않는다고 생각해서 행복하게 촬영을 했어요”라고 ‘라이브’를 회상했다.


다듬어진 ‘스타’들처럼 예쁜 역할만 찾아다니는 것도 아니고, 여배우들이 기피할 수도 있는 투박한 역할만 두 작품을 이어서 연기한 이주영. 어디서 불쑥 이런 배우가 나타났을까 싶었다. 연기를 전공하지도 않았을 뿐더러 이주영은 10년을 패션계에 몸담아온 모델출신이었다.



             



“모델이 너무 불안정한 직업이라서 ‘다른 직업을 해야 하는데’하는 불안 속에 10년 가까이 시간을 흘려보낸 거 같아요. 열심히 했는데 하는 만큼의 보상이 안 따라오니까 좌절감도 많이 들었고요. 소위 ‘인생경험 했다’ 할 정도로 쓴맛을 봤어요”


처음 연기에 도전한 건 우연한 계기였다. 현대미술을 하는 지인의 전시 영상 작업을 하던 중 맡게 된 대사가 이주영 생애 첫 연기였다. 이주영은 “마침 영상촬영을 하시던 분들이 영화 스태프분들이였어요. 저더러 ‘연기 잘하니까 한번 해보라’고 해주셨어요. 그 분들이 연기 학원을 소개해주셔서 본격적으로 배우게 됐고요. 그때까지만 해도 다방면에 관심이 많았어요. 근데 연기를 배우다보니까 다른 게 잘 눈에 안 들어오는 거에요”라고 설명했다.


말 그대로 운명적인 연기 입문. 데뷔작품이 된 ‘몸 값’ 촬영이후에도 모델 일로 인해 밀라노행이 약속돼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주영은 “촬영 끝내고 약속대로 밀라노를 갔는데 ‘이제 모델을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죽이되든 밥이되든 연기를 시작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하지만 배우로서의 생활이 녹록치는 않았다. 당장 생활고가 이주영의 발목을 잡았지만 그녀는 흔들리지 않았다. 한 때 그녀의 바람은 “한달에 100만원이라도 벌어서 다른일 하지 않고 배우일만 하면서 살고 싶다”였을 정도. 그러나 정년이 정해지지 않은 직업이 배우이니만큼 이주영은 당장의 내일이 아닌 먼 훗날을 내다봤다.



             



“‘내 전성기는 마흔살에 온다’, 이렇게 생각하고 계속 연기를 했어요. 빨리 잘되고 싶은 마음이 생겨버리면 이 일을 좋아할 수가 없을 거 같더라고요. ‘전성기를 마흔이라고 생각하고 천천히하자’ 계속 스스로 다짐했어요. 


20대로 다시 돌아가고 싶냐고 물으시면 싫다고 해요. 정서적으로 불안하고, 일도 잘 안 풀렸거든요. 근데  또 그 시간이 연기에도, 살아가는 데도 밑거름이 되어주고 있는 것 같아요”


‘독전’이 주목을 받으며 인터뷰 및 일정이 많아 힘들법도 했지만 조리있고 성실한 태도로 답변하는 점도 인상깊었다. 이주영은 “이런 경험이 처음이라서 생소하고 어리둥절하기도 해요. 그런데 이렇게 인터뷰를 하다보면 제 생각이 정리가 되는 거 같아요”라며 미소를 보였다.


성실히 임해온 보상일까. 이주영은 이달 말 조연으로 출연한 또 한편의 장편영화 ‘나와 봄날의 약속’을 앞두고 있다. 지난 해 여름 촬영된 ‘독전’보다 앞서 촬영된 작품으로 장영남, 김성균, 강하늘, 김학선이 주연을 맡았다.

 

‘나와 봄날의 약속’에서 이주영은 외계인을 연기한다. 좀처럼 갈피를 잡을 수 없지만 이주영이 또 어떤 식으로 캐릭터를 풀어나갈지에 자연스럽게 기대를 걸게 됐다.



②에 이어집니다.


사진=싱글리스트DB, 라운드테이블(이진환)


에디터 강보라  mist.diego@sli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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