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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싱글리스트 Jan 05. 2017

김하늘 '교육자 필모그래피' 6편

"난 선생이고 넌 학생이야"

배우 김하늘이 또 한 번의 파격 스토리로 2017년 극장가를 깨운다.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넘나들며 선생과 제자, 주인과 펫, 유부남과 유부녀 등 언제나 고난이 촘촘히 박힌 사랑을 시도해왔던 그가 신작 ‘여교사’(감독 김태용)를 통해서 다시 선생과 제자의 러브스토리를 재현한다.


김하늘이 극 중 선생님 역으로 나온 건 이번이 여섯 번째다. 이쯤 되면 ‘선생님 전문 배우’라고 불러도 손색없을 것 같다. 또 ‘여교사’로 분한 그녀의 ‘교육자 필모그래피’를 되짚어 봤다. 



1. 드라마 ‘해피투게더’(1999)            

1999년 SBS에서 방영했던 드라마 ‘해피투게더’는 재혼한 부모가 사고로 목숨을 잃은 후 흩어졌던 다섯 남매가 성인이 돼 다시 만나며 벌어지는 갈등과 형제애를 다뤘다. 찬주(조민수), 지석(송승헌), 문주(강성연) 세 남매와 이복동생 태풍(이병헌), 윤주(전지현)의 얽히고설킨 관계를 그려 큰 인기를 끌었다.


‘해피투게더’의 복잡다단한 이야기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건 모범적인 나쁜남자(?) 지석과 인간미 넘치는 퇴물 야구선수 태풍 간 수하(김하늘)를 둘러싼 삼각관계다. 특히 이병헌은 아들의 유치원 선생님이자 이복동생의 애인인 수하에게 ‘막장’스런 애정공세를 펼치며 극의 재미를 높였다. 이 작품은 30%를 웃도는 높은 시청률로 김하늘의 교육자 필모그래피 스타트를 요란스레 꾸몄다. 



2. 영화 ‘동감’(2000)            

1979년에 살고 있는 영문과 여대생 소은(김하늘)은 어느 날 우연히 고물 무선기 하나를 얻게 된다. 개기월식이 진행되던 날 통 말을 안 듣던 무선기에 신기한 교신음이 들려오고, 저쪽 너머 어딘가에서 한 남성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그의 정체는 2000년 서울에 살고 있는 인(유지태). 21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짝사랑과 우정, 세상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 받는 두 사람. 그렇게 그들은 같은 마음이 되고, 서서히 그리움이 움트는데...


‘시월애’와 함께 2000년 판타지 멜로의 정점으로 꼽히는 ‘동감’(감독 김정권)은 긴 시간의 간극을 뛰어넘은 두 인물의 소통과 교감, 애틋한 감정을 그린다. 1979년 영문과 여대생이었던 소은의 2000년 직업은 ‘영문과 교수’다. 교수-학생 그 커다란 차이는 마치 단단한 벽과 같다. 다른 시간대에서 같은 추억을 공유한 두 배우가 넘을 수 없는 운명의 벽을 쓸며 걷는 연기는 애틋함을 배가한다. 



3. 드라마 ‘로망스’(2002)            

2002년 30%를 웃도는 시청률로 대중의 마음을 꼭 사로잡았던 MBC 드라마 ‘로망스’는 지금까지 김하늘의 대표작으로 손꼽히고 있다. 서울에서 고등학교 교사로 근무하는 채원(김하늘)이 진해로 놀러갔다가 관우(김재원)과 사랑에 빠지지만, 이윽고 재회하며 그가 고등학생임을 알게 돼 벌어지는 좌충우돌 이야기를 담았다.


‘청순 아이콘’으로 큰 인기를 끌었던 김하늘이 ‘로망스’를 통해 푼수 캐릭터의 정점을 찍으며 완벽한 스타의 반열에 올라섰다. ‘살인미소’ 김재원과 풋풋하면서도 즐거운 케미스트리를 차곡차곡 쌓아 대중의 뇌리에 각인됐다. 불후의 명대사인 “난 선생이고 넌 학생이야”는 지금까지 김하늘을 대표하는 한 줄로 남아있다. 



4. 영화 ‘동갑내기 과외하기’(2003)            

아버지의 실직으로 아르바이트 전선에 뛰어든 수완(김하늘), 대학 2학년인 그녀는 등록금을 위해 고액과외를 뛴다. 그리고 막강 난적 지훈(권상우)을 만난다. 벼락부자집 장남, 싸움꾼, 고등학교를 2년 꿇은 동갑내기 제자 지훈은 첫 만남부터 반말과 담배 쌍 콤보를 날린다. 그렇게 시작된 동갑내기 과외, 그 둘 주변에 점점 심상찮은 사건들이 벌어지기 시작하는데...


김하늘을 드라마 ‘로망스’의 히트 기세를 스크린으로 이어와 ‘동갑내기 과외하기’(감독 김경형)의 흥행을 이끌었다. 동갑내기 제자를 가르치며 펼치는 좌충우돌 스토리로 당시 학생들의 마음을 쏙 훔치며 무려 490만 관객을 동원했다. 이 흥행으로 김하늘의 ‘로코퀸’ 이미지는 탄탄히 굳어졌고, 제39회 백상예술대상 여자인기상까지 수상했다. 



5. 드라마 ‘신사의 품격’(2012)            

김은숙 작가의 섬세한 문장력, ‘풋풋한 마흔’ 케미를 앞세운 로맨틱 코미디 SBS 드라마 ‘신사의 품격’에서 김하늘은 오랜만에 교육자 캐릭터를 덧입었다. 고등학교 윤리 선생님 서이수 역을 맡은 그녀는 단기 기억상실증을 앓고 있는 40대 시크남 김도진(장동건)의 애정공세를 받으면서도, 반 학생 김동협(김우빈)의 남모르는 짝사랑까지 받으며 뭇 여성들의 질투와 부러움을 동시에 모았다.


무려 9년 만에 다시 맡은 선생님 캐릭터였지만, 김하늘은 여전한 귀여움과 청순함으로 변함없는 매력을 과시해 남성 팬들에게는 큰 환호를 받기도 했다. 그녀의 고군분투로 드라마는 남녀노소 너른 사랑을 긁어모으며 25%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든든히 이끌었다. 



6. 영화 ‘여교사’(2017)            

계약직 여교사 효주(김하늘)는 자기 차례인 정교사 자리를 치고 들어온 이사장 딸 혜영(유인영)이 거슬리다. 기억조차 없는데 학교 후배라며 다가와 살갑게 굴지만, 어딘가 불편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러다 우연히 임시 담임이 된 반에서 눈여겨보던 무용특기생 재하(이원근)와 혜영의 관계를 알게 되고, 처음으로 이길 수 있는 패를 가진 것 같은 효주는 혜영에게서 딱 한 가지를 뺏으려 하는데...


김하늘은 ‘여교사’에서 세 번째 고등학교 선생님 역을 맡았다. 그 동안은 푼수끼 있는 캐릭터가 주를 이뤘다면, 이번엔 농밀한 섹시미를 드러내 팬들의 시선을 집중시킨다. 영화는 효주라는 인물 안에 깊이 숨겨져 있는 심리의 흔들림에 주목한다. 단순한 애정에 목마른 여인을 소묘하기보다 흙수저와 금수저, 정규직과 비정규직 문제 등 현실의 화두를 건드리며 강한 흡인력을 선보이는 게 특징이다. 러닝타임 1시간36분. 청소년 관람불가. 4일 개봉.   



에디터 신동혁  ziziyazizi@sli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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