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전용’ 공간들은 실험 中...사례 4
목욕탕의 남녀 탈의실이나 공중화장실처럼, 성별을 이유로 당연히 구분되어야 하는 공간 외에도 ‘여성 전용’을 내세우는 곳들이 생겨나고 있다.
이런 곳들의 특이한 점은 ‘여성 전용’이지만, 사실 여성만이 쓸 수 있는 성격의 공간은 아니라는 것이다. 남성도 충분히 해당 공간의 시설물을 이용하고 즐길 수 있지만, 순전히 여성의 편의를 위해 ‘여성 전용’을 붙인 경우에 해당된다.
오락 공간부터 주거지에 이르기까지 이런 ‘여성 전용 공간’은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폭발적인 증가 추세까지는 아니다. 아직 ‘실험 중’이라고 보이는 이런 ‘여성 전용 공간’들의 면면을 조명해본다.
★월드컵 ‘파자마 팬파크’, 여성만 응모가능
현대자동차가 2018 러시아월드컵을 앞두고 마련한 이벤트인 ‘팬파크’가 최근 화제를 모았다. 그 중에서도 많은 여성들의 눈길을 끈 것이 호텔 1박과 파자마를 제공, 여성들끼리 편안하게 월드컵 경기를 보며 파자마 파티를 할 수 있게 해주는 ‘파자마 팬파크’였다.
이 이벤트는 여성만 응모가 가능했고, 동반하는 파트너 또한 여성이어야 했다. 남성이든 여성이든 호텔 1박은 누구나 즐길 줄 알지만, 마음 맞는 여자친구들끼리 호텔팩을 즐기고 싶어하는 여성들의 최근 트렌드를 우선시한 이벤트다.
★’여성 전용’ 당구장, 남성은 ‘초대 필수’
최근 서울 강남에는 ‘여성 전용’ 당구장도 생겨나 눈길을 끌었다. 양재동의 ‘블루오션 당구클럽’은 청소년, 여성 전용을 표방하고 있는 특이한 당구장이다. 남성이라도 청소년은 입장이 가능하지만, 성인 남성은 여성이 초대했을 경우에만 입장이 가능하다.
남성의 입장을 아예 막은 것은 아니지만, 주 고객인 여성의 편의를 우선하고 있다. 대부분 성인 남성들이 ‘득실득실’한 당구장에서 눈치를 보기 쉬운 여성과 청소년 당구장 이용자를 배려한 방침이라고 할 수 있다.
★주차장, 휘트니스부터 게스트하우스까지
이런 ‘여성 전용 공간’들 외에도 더 오래된 사례들은 사실 많다. 공공주차장에서 분홍색으로 표시된 ‘여성 전용 주차공간’이 있고, 여성만 등록이 가능한 요가 클래스나 휘트니스 클럽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또 ‘여성 전용’ 게스트하우스도 많이 생겨났다. 특히 여성 전용 게스트하우스는 이웃 나라 일본에도 상당히 많이 있다. ‘혼행’을 하는 여성 여행객이 남성들과 부딪힐 위험 없이 숙소 생활을 하고 싶어하는 점을 공략한 곳이다.
여성 전용 운동 시설 역시 남성들의 불필요한 시선을 피해 편하게 운동하기를 원하는 여성들의 필요에 맞췄다.
★’여성전용 임대주택’ 등장
숙소가 아닌 주거지 또한 ‘여성 전용’인 곳들이 있다. 여성 전용 사설 쉐어하우스가 이미 많이 존재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말에는 ‘여성 안심용 임대주택’ 사업 관련 예산 356억 2500만원이 국회를 통과했다.
이 사업 관련 예산은 ‘국민참여예산’ 중 약 84%를 차지하는 것으로, 내용의 핵심은 전용면적 85제곱미터 이하인 역세권 원룸과 오피스텔을 무주택, 저소득 1인 여성 가구에 시세보다 싸게 임대하는 것이다.
★조심스러운 ‘여성전용’…민감한 논란도
남성들과의 불필요한 접촉을 피하고 싶은 여성들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운동 시설이나 숙박 시설에 대해서는 별다른 논란이 없다. 이는 성별에 따른 불가피한 운영방침인 데다, 운동이나 숙박을 하고 싶은 남성들이 갈 곳도 얼마든지 존재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일부 ‘여성 전용’ 공간은 남성들로부터 ‘똑 같은 사람으로서 들어갈 자유가 있는데도, 남성이라는 이유로 차별을 받아 기분 나쁘다’는 말을 듣기도 한다. 그럼에도 조금씩 생겨나는 여성 전용 공간들은 대부분 ‘여혐-남혐 대립’이나 ‘페미니즘 논쟁’과는 완전히 별도로 정글과 같은 사업 세계에서 ‘수익성’을 노리며 만들어지고 있다.
남성의 불필요한 시선에서 벗어나 ‘여자끼리 편하게’ 있고 싶어하는 여성들을 타깃으로 한 이런 공간들이 계속 성공을 거두며 점점 더 생겨날지는 ‘실험 중’인 만큼 아직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수익 사업’이 아닌 경우의 ‘여성 전용 공간’은 민감한 논란의 대상이다. ‘여성 안심용 임대주택’은 같은 조건의 남성에게는 동일한 혜택이 없는 반면,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특별한 배려를 받게 되는 정책이라는 이유로 일부에게 비난받았다. 이 사업은 여성의 평균 소득이 남성보다 적고, 주거지에서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은 훨씬 크다는 이유에서 추진됐다. 그러나 이미 국회를 통과했음에도 “같은 저소득층, 1인 가구인 남성을 배려하는 정책은 없는데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혜택의 대상이 된다”는 목소리 또한 만만찮다.
에디터 이예은 yeeuney@slist.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