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싱글리스트 Jul 23. 2018

‘라이프’ 이동욱X조승우,

 이수연은 또 숲을 그렸다#시스템#의료계#돈의논리[종합]



‘비밀의 숲’으로 한국 장르물의 새 장을 연 이수연 작가와 ‘디어 마이 프렌즈’로 섬세한 연출력을 선보인 홍종찬 감독이 만났다. 이동욱, 조승우 걸출한 주연 배우 두 사람을 필두로 원진아, 이규형, 유재명, 문소리, 천호진, 태인호, 염혜란, 최유화, 엄효섭, 김원해 등 무게감있는 조연들이 포진하며 ‘라이프’(연출 홍종찬/극본 이수연/제작 시그널엔터테인먼트, AM스튜디오)는 하반기 최고의 기대작으로 떠올랐다.



             



앞서 ‘비밀의 숲’에서 스폰서 살인사건과 그 내면에 숨겨진 진실을 파헤친 이수연 작가가 이번에는 2000개 규모의 병상을 갖춘 상국대학병원에서 일어나는 신념과 신념의 대립을 예고했다. 재벌그룹 출신의 전문경영인 구승효(조승우 분)는 상국대학병원에 침범한 인간의 모습을 한 항원으로 묘사된다. 청년의사 예진우(이동욱 분)는 항원에 맞서는 항체가 되어 격렬한 면역반응을 일으킨다.


기존의 메디컬 드라마가 선과 악의 선명한 대립을 그린다면 ‘라이프’는 쉽게 재단할 수 없는 신념을 끌어왔다. 


구승효는 냉철한 사업가 이면에 인간으로서의 윤리와 넘지 말아야 할 것을 아는 기준점을 둔 인물이다. 예진우는 수익구조에 집중하는 구승효를 막기 위해 미비하지만 끈기 있게 목소리를 낸다. 드라마는 이들이 대립을 통해 공존하고 앞으로 닥쳐올 진짜 적에 맞서는 저항력을 길러나가는 과정을 그린다.
             




상국대학교병원에 파란을 몰고 올 구승효를 연기하는 조승우는 “병원의 적자를 뜯어 고치기 위해서 총괄 사장으로 부임하게 됐는데 병원에서도 뭔가 배워가는 게 있는 사람이다”라고 캐릭터를 설명했다. 이어 “초반에는 강자에게는 엄청 약하고, 약자에게는 엄청 강한 재수없는 캐릭터다. 아주 정말 극혐 캐릭터다”라고 전해 웃음을 자아냈다. 그러면서도 “완전 나쁜 사람은 아닌 거 같고, 자기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서 그룹과 병원을 동시에 살리려는 인물이다”라고 설명했다.


유재명은 이번 드라마에서 수더분한 흉과외과 센터장 주경문을 맡았다. 주경문을 어떻게 준비했냐는 말에 유재명은 “제가 생각한 인물은 상대적으로, 인간적으로 보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라고 설명했다. 극의 중심에 서는 구승효와 예진우에 대한 개인적인 관점에 대해서는 “두 사람이 논쟁하고, 서로 논리를 만들어내고, 병원 일을 두고 거칠게 싸우는 모습을 보면서 젊은 세대의 변화를 지켜봐주시면 어떨까 하는 개인적인 생각이 들었다”라며 “이노을(원진아 분)과 예진우 같은 젊은 세대가 의료계에서 어떻게 전 세대를 답습하지 않고 자기들만의, 혹은 새로운 것들을 만들 수 있을까 그리고 이들이 어떤 신념으로 싸우는가를 염두에 두시고 보면 풍부한 극의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김은숙 작가의 작품 ‘도깨비’를 통해 판타지 요소가 가미된 로맨스에 도전했던 이동욱은 연기 변신으로 주목 받았다. ‘라이프’를 선택하게 된 이유를 묻자 이동욱은 “작가님에 대한 믿음이 가장 컸고, 감독님의 너그러움에 반했다. 같이 연기하게 된 기라성같은 배우들까지 이 세 요소가 포인트였다”라고 간결하게 밝혔다. 또한 ‘도깨비’ 속 저승이와 빗대어 “저승사자는 죽은 사람을 데려가는 거였고 이제는 죽을 뻔한 사람을 살리게 됐다. ‘도깨비'는 판타지였지만 이번에는 현실적인 이야기라서 끌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단연 시청자 입장에서는 이동욱과 조승우의 케미에 대해 기대가 모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 처음으로 한 작품에서 만나는만큼 호흡에 대한 질문도 이어졌다. 이도욱은 “조승우와 극중에서는 한번도 서로 편하게 쳐다보지 않는다. 노려보거나 곁눈질로만 본다. 실제로는 너무 편하다. 형이 부드럽게 포옹을 해주는 편이라서 웃고 장난치다가 막상 슛이 들어가면 눈빛을 바꿔야 하는 게 어려울 정도로 편안한 분위기다”라고 전했다.


조승우는 “연기하는 내내 이동욱을 하도 노려봐서 눈이 빠지는 줄 알았다. 그 외적으로는 호흡이 정말 좋다. 안정적인 느낌을 받는다. 너무 마음에 드는 훌륭한 배우다. 키가 커서 고개가 많이 아팠던 것 빼고는(웃음)”이라고 농담을 했다. 이에 이동욱은 “이렇게 말씀하시면 연기를 거인처럼 하면서 무슨 말이냐고 한다”라고 수습했다.



             



두 작품을 연이어 이수연 작가와 함께하는 조승우는 “이수연 작가님의 대본은 어렵다”면서도 “(시나리오의) 본질은 뿌리를 향해 가고 있는 거 같다. 작가님을 쉽게 파악할 수 없지만, 옳고 그르고 간에 뿌리의 본질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한다. 결국 시스템의 문제에 대해서 말씀하시는 거 같다”고 해석했다. 이동욱 역시 “사실 작가님 작품이 한 눈에 잘 안 들어온다”라며 “연기를 하면서도 감찾는 게 쉽지는 않았다. 완전히 모든 걸 다 드러내놓고 자신의 것을 다 표현하는 인물은 아무도 없다. ‘하얀거탑’이 한 인물의 욕망과 성취를 따라간다면, ‘라이프’는 인물이 아닌 시스템과 의료계의 전반적인 문제점을 포괄적으로 파고든다”라고 전했다.


문소리는 이수연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사회적 메시지에 대해 공감의 목소리를 냈다. 그는 “요즘 대본들이 사회적, 정치적 문제를 많이 다루고 있지만 장르적인 소재로만 이용했다고 생각한다. 처음에 이수연 작가님 대본을 보고 놀랐다. 학교에서 강의를 하고 있는데 올바른 신념과 긴 세월을 보고 갈 수 있는 가치관이 중요한 교육계에서조차 돈의 논리가 첫 번째가 돼버린 상황에 개탄하고 있었다. 그런데 ‘라이프’ 대본을 보고 ‘의료계도 마찬가지구나’ 싶었다. 함께하고 싶다는 생각을 굉장히 강하게 한 작품이었다. 용감하고, 날카롭고, 커다란 이야기를 하고 있는 작품이 아닐까 싶다. 이런 사회에서 우리는 어떻게 면연력을 높여서 어떠한 가치관으로 살아가야 하는지 말하고 있다. 배우로서 꼭 하고 싶은 작품이다”라고 애정을 나타냈다.



             




가벼운 소재가 주를 이루는 월화드라마로 편성된 점에 대한 부담은 없었을까. 홍종찬 감독은 “문소리 선배님 말처럼 촬영을 하면서 인물들의 대사가 병원 안에만 국한된 게 아니라고 느꼈다. 드라마를 만드는 우리 현장 같기도 하고, 보시는 분들이 공감을 해주셨으면하는 바람이 있다. 캐릭터들의 전사를 보여주기보다 병원 안에서의 단면을 보여준다. 사실 우리드라마의 한 축을 예진우와 예선우(이규형 분) 형제의 이야기가 담당하고 있다. 이들이 어떤 사연이 있고, 이 두 형제가 어떻게 엔딩까지 가는지를 봐주셨으면 한다. 병원에서 많은 갈등과 대립이 어떻게 작용하고 어떤 상황이 만들어질지를 봐주시면 저희 또 다른 재미를 시청자들도 느끼지 않을지 생각하고 있다”고 당부했다.



사진=싱글리스트DB, 라운드테이블(지선미)


에디터 강보라  mist.diego@slist.kr



매거진의 이전글 [리뷰] 강동원X한효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