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동적 女 협상가 캐릭터, 극장가에 신선한 바람"①
배우 손예진(36)은 언제나 영화 팬들의 가슴을 뛰게 만드는 배우다. 때로는 감성의 옷을 입고, 때로는 카리스마의 가면을 쓰며 언제나 강렬한 감상을 남긴다. 그래서 그녀에겐 언제나 ‘믿고 보는’이란 수식어가 따라 붙는다.
이는 오는 19일 개봉하는 ‘협상’(감독 이종석)에서도 마찬가지다.
개봉을 앞두고 설레는 마음을 가득 안은 손예진을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재밌는 영화로 찾아뵙게 돼 기뻐요”라 말하는 그녀의 얼굴은 자신감이 넘쳤다. 이번 작품에서 그는 서울지방경찰청 위기협상팀 소속 유능한 위기 협상가 하채윤 역을 맡아, 사상 최악의 인질극을 벌이는 인질범 민태구(현빈)와 러닝타임 내내 불꽃 튀는 카리스마 대결을 펼친다.
손예진은 협상가라는 다소 익숙지 않은 직업을 맡아 열연한다. 너무도 생경한 직업이기에 그녀조차 “캐릭터분석에 애를 먹었다”고 술회했다. 더구나 언론시사 후, 하채윤이 협상가로서 조금 더 유능한 모습을 보여줬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운 목소리도 흘러나온 터였다.
“사실 하채윤은 유능한 협상가라기보다는 타인과 잘 공감하고, 이 인질극에서 누구도 희생시키지 않겠다는 책임감이 아주 강한 캐릭터예요. 영화에선 편집됐지만 원래 ‘10번의 협상에서 7번을 실패했다’는 대사가 있어요.
또 극 초반부에 자신의 눈앞에서 인질과 인질범이 죽는 모습까지 보게 되죠. 그 죄책감과 채윤의 마음씨가 그녀가 어떤 사람인지 정의하고 있어요.”
이 말에 더해, 손예진은 하채윤 캐릭터의 인간적 면모가 도리어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열쇠가 될 것 같다고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감독과 대화를 통해 완성해낸 이 캐릭터만의 매력을 자랑스레 밝혔다.
“맨 처음 시나리오에선 하채윤이 너무 정의롭기만한, 또 너무 강하기만한 캐릭터였어요. 제가 이해하기 힘든 비현실적 히어로 같은 느낌이었죠. 경찰이라는 직업적 책임감 이외에 인간적 면모를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관객분들이 조금 더 따라가기 쉽게요. 그래서 트라우마를 겪고, 설득 과정에서 큰 고난을 겪으면서 결을 다양하게 갔죠. 사람이라는 게 현실 속에서 조금은 흔들리고 금도 가곤하잖아요.”
하지만 어려운 건 캐릭터 구축만이 아니었다. ‘협상’은 각기 다른 공간에 있는 두 캐릭터가 모니터로만 대화하며 극을 이끌어 가는 영화다. 손예진은 상대 배우 현빈과 이원 촬영을 통해 오롯이 모니터로만 호흡을 맞췄다. 스무 편이 넘는 영화를 찍어온 그녀지만, 이런 방식의 촬영은 처음이었다.
“협상이라는 소재도 그렇고, 이원촬영 기법도 처음 경험하는 거였어요. 맨 처음엔 설렜죠. 한 번도 해보지 못한 것에 대한 흥미랄까요. 그런데 막상 촬영에 들어가니 쉽지 않았어요.(웃음) 거의 생방송처럼 호흡을 나눴죠. 그러다보니 대사 떨림 하나, 표정 하나가 예민하게 표현돼야했어요. 촬영하는 한달 반 내내 ‘이게 맞나?’라는 생각이 끊이질 않았어요. 그래도 찍은 걸 보니까. 현장감도 있고, 배우들 각자의 생생한 반응이 살아있어서 관객분들도 좋아하실 것 같아요.”
이렇듯 힘든 촬영이었지만 손예진은 ‘협상’에 대해 “여배우로서도, 관객으로서도 원했던 영화”라고 아낌없는 애정을 드러냈다. 최근 한국영화계에 여배우 주연작이 적은 현실, 특히나 범죄 오락물에서 여성 캐릭터가 능동적으로 활약하는 경우가 적은 상황에서 ‘협상’은 충분히 의미 있는 작품이다.
“저를 포함해서 많은 관객들이 범죄오락물에서 여배우가 경찰로서 능동적인 활약을 펼치는 걸 보고 싶으셨을 거예요. 그래서 처음 ‘협상’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신선했고 반가웠어요. 하채윤이라는 캐릭터가 아니었다면 이 작품에 별로 큰 매력을 느끼지 못했을 거예요.”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에디터 신동혁 ziziyazizi@slist.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