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결말이라 더 애틋해요”
극한의 ‘부부의 세계’에서 유일하게 ‘순한맛’ 연기를 보여준 배우 이무생을 청담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종영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진행된 인터뷰. 드라마의 흥행 덕분일까 빠듯할 법한 일정에도 미소를 잃지 않는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지난해 ‘왕이 된 남자’ ‘봄밤’ ‘60일, 지정생존자’ 연이어 화제작에 출연한 데 이어 ‘부부의 세계’까지. 인터넷에서 흔히 쓰는 말로 최근 ‘떡상’ 중인 배우 이무생이 종영소감을 전했다.
“아직까지는 실감이 안 나는 거 같아요. 인터뷰하면서 이야기를 하다 보니까 이제야 끝났다는 감이 오는 거 같아요. 코로나19 때문에 조심스럽기도 해서 다같이 한 자리에 모이지는 못 했어요. 시청률은 정말 체감이 안되요. 20%가 넘은 다음부터는 여한이 없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최고 시청률을 찍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너무나 많은 분들이 사랑해주고 계시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너무 감사드리죠”
지선우(김희애)의 조력자로 무한 신뢰를 보여주던 김윤기는 극 중반에 들어서며 여병규 회장(이경영)과 접촉하며 좀처럼 속내를 알 수 없는 인물로 그려지기도 했다. 물론 선의의 거짓말로 밝혀졌지만, 일관성 있게 지선우를 바라보던 김윤기였기에 시청자들의 충격도 배가 됐다. 지선우를 향한 김윤기의 감정이 사랑인지, 연민인지 묻는 말에 이무생은 “당연히 지선우에게 마음이 있었기 때문에 그런 행동을 한 거죠”라고 답했다.
“첫눈에 마음을 줬던 거 같아요. 옆에서 바라봐주는 입장이었던 거죠. 그런데 어느 시점에 오면서 ‘이건 지선우한테 위험할 수도 있겠다’하고 감지 했던 거 같아요. 사람이 너무 힘을 주면 부러진다는 말도 있잖아요. 그 지점 쯤에 여병규 회장과의 접촉도 있었던 거고, 선우를 위해서 선의의 거짓말을 한 거죠. (반전에) 대본의 힘이 있었기 때문에 그 상황을 믿고 갔어요. 특별히 다른 연기를 한 지점은 아니였어요. 상황적으로 지선우가 김윤기를 의심할 수 밖에 없었던 거 같아요. 그래서 매력적으로 다가왔어요”
역으로 지선우가 김윤기에게 어떤 감정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을까. 이무생은 “저도 지선우한테 물어보고 싶어요"라고 궁금증을 드러냈다. ‘부부의 세계’는 지선우와 김윤기를 동료로 남겨둔 채 마지막을 맞이했기 때문.
“김윤기에 대한 마음이 아예 없진 않았을 거 같아요. 중간에 같이 밥도 먹고, 교감을 나누는 부분이 충분히 있었잖아요. 다만 지선우가 겪고 있는 상황이나 관계 때문에 그런 겨를이 없지 않았을까 싶어요. 그걸 알기 때문에 김윤기도 다가가지 때를 기다리는 거 같아요. 어떤 면에서 김윤기는 마음을 먹었던 거 같아요. 사랑하는 사람한테 나까지 짐이 되면 안 되잖아요. 저 분의 상황이 온화해지고 안정을 되찾을 때까지는 좀 지켜주자는 생각을 가졌기 때문에 기다릴 수 있었던 거 같아요. 그러지 않았으면 고백을 했겠고, 그 다음에는 헤어졌겠죠. 물론 아쉬운 것도 있지만 그래서 더 애틋한 거 같아요. 현재 진행형이 되면서 시청자 여러분들에게 많은 상상을 하실 수 있게 됐잖아요”
지난해 유난히 이무생이 연기한 역할과 작품이 주목 받았고, 때문에 어떤 연기를 보고 ‘부부의 세계’ 캐스팅까지 이어졌는지도 궁금한 부분이었다. 모완일 감독과 주현 작가는 서로 다른 작품을 보고 김윤기 역에 이무생 캐스팅을 생각했다고 전해져 눈길을 끌었다. 특히 주현 작가의 경우 자격지심으로 점철되어 가정폭력을 휘두르는 ‘봄밤’ 속 캐릭터를 봤던 것으로 전해졌다.
“감독님은 ‘60일, 지정생존자’를 보고 그 역할을 제안을 저한테 주셨다고 하시더라고요. 작가님은 또 의외로 ‘봄밤'을 보셨대요. ‘봄밤'을 보는 와중에 감독님이 전화를 주셔서 ‘이무생이라는 배우가 있다’고 말씀하셨다고 하더라고요. 김윤기가 온화한 이미지였다가 상황에 따라 변하기도 하잖아요. 작가님은 그래서 다른 색깔이 보여지면 좋을 거 같다고 생각하셨을지도 모르겠어요”
여유롭고 상냥한 태도가 언뜻 보기에 김윤기와 쏙 닮아보이는 배우 이무생. 본인이 생각하는 캐릭터와의 싱크로율은 얼마나 될까.
“김윤기와 저는 공통분모가 있긴 하지만, 그건 어떤 역할이든 마찬가지인 거 같아요. 김윤기는 상당히 완벽을 추구하고 그만큼 이성적이잖아요. 저도 이성적이려고 노력은 하지만 2% 부족한 거 같아요(웃음). 더군다나 김윤기는 정신과 의사이기 때문에 사람 마음을 잘 읽어야 한다고 봤어요. 주변 이야기도 많이 듣고, 그런걸 바탕으로 대본을 봤어요. 그런것들이 차용될 지점들이 좀 있더라고요”
강보라 기자 mist.diego@slist.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