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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싱글리스트 Jun 29. 2020

[인터뷰①] '렌트' 최재림

 "콜린과 나, 지적이고 따뜻한게 닮았어요"



데뷔작을 10년 이상 흐른 뒤 다시 한다는 건 남다른 의미로 다가올 것 같다. 뮤지컬 배우 최재림이 2009년에 이어 2020년 뮤지컬 '렌트' 무대에 오른다. 그것도 당시와 같은 콜린 역이다. 막 데뷔해 의욕 넘치던 신인이 어느덧 '가왕' 타이틀을 달고 뮤지컬계에서 종횡무진 활약하고 있다. 시간이 흐른 만큼, 자신의 배역 콜린을 바라보는 시선도, '렌트'를 바라보는 시선도 많이 달라져 있을 터. 최재림은 어떤 새로운 시선을 갖게 됐을까.       


     

사진=신시컴퍼니 제공


"콜린을 바라보는 시선이 입체적으로 변한 게 있어요. 겉으로 보이는 분위기보다 내면적으로 가진 모습들이 뭐가 있을까 생각을 많이 했어요. 쉽게 사랑을 시작하는게 아니라 경계하고 조심스럽게, 마음은 끌리지만 현실적으로 가능할까하는 의문점들에 많이 집중하고 있죠. 또 콜린은 전체적으로 감싸주는 따뜻한 소리가 넘버에서도 합창에서도 요구돼요. 그런 부분을 많이 노력한 것 같아요" 


"첫 데뷔했을 때 '렌트'는 '주체할 수 없는 에너지가 춤추는 거다'고 대답했지만, 지금은 그때 못보던 것들이 보여요. 극 자체가 주는 에너지의 강렬함은 남아있는데 개개인이 되게 치열하게 살고 있구나 하는 것들이 느껴지더라고요. 최악의 상황에서 뭔가 해내려고 살아가는 모습을 다시 느끼게 됐어요. 그 아픔과 감동. 그런 부분에서 모든 배우들이 렌트를 좋아해요. 어떤 방식으로든 한번쯤 경험 해봤을테니까요. 개개인의 마음을 동요시키는 뭔가가 '렌트'에 있는 것 같아요"            




다시 '렌트' 무대에 오르면서 로저에 도전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는 최재림은 "로저를 잘할 자신은 있었는데, 그래도 내가 제일 콜린을 잘할 것 같았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실력을 갖춘 이의 자신감은 결코 자만심이 아니다. 인터뷰 내내 유쾌한 자신감을 내비치던 그는 자신감의 원천을 "가진 능력을 잘 알고 있다"는 말로 설명했다.


"오디션 제안을 받았을때 굉장히 감사했어요. '렌트'는 저한텐 데뷔작이라는 각별함이 있고, 당시에 했을때도 좋은 기억이 있거든요. 이번에 다시하면서 '그때보다 못하면 어쩌나' 하는 부담이 없진 않았어요. 그래도 그간 경험이 쌓이고 성숙해졌는데, 더 나은 모습 보여드릴 수 있지 않을까 싶었죠"


"데뷔할 때부터 자신감이 있었어요. 좋게 말하면 스스로를 숨길게 없다고 생각하는 것 일수도 있고요. 가진 능력을 잘 파악하고 있으니까 해낼 수 있는 건 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는거죠. 아니면 안 맞는 역할이라 생각하고 포기하거나 고사한 것도 있고요"            




'렌트'에서 컴퓨터 천재이자 대학 강사인 콜린은 여장남자인 동성애자 엔젤과 사랑을 나누는 인물이다. 자연스레 엔젤 역할을 맡은 김호영, 김지휘와의 호흡이 궁금해진다. 무대 위에서 두 남자와의 사랑을 절절히 표현해낸 그는 두 사람이 각각 지닌 장점을 들며 칭찬을 잊지 않았다. 또한 콜린과 엔젤의 극중 관계에 대한 설명도 덧붙였다.


"호영이 형은 확실히 편해요. 엔젤로서 콜린을 어떻게 대해야하는지 이미 너무 잘 알고 있거든요. 그래서 같이 얹혀가면 돼요. 지휘 형은 새롭게 탄생해서 완성되고 있어요. 그걸 함께하는 재미가 분명 있고요"


"엔젤의 가장 큰 역할은 사랑하는 법, 조건없이 사랑을 주는 방법을 남기고 가는 인물이에요. 콜린은 그 유산을 이어받죠. 시간이 흘러서 다시 돌아왔을때 콜린은 그 유산을 자기만의 방식대로 해석하고 이어받아서 콜린만의 철학으로 만들어요. 가난한 예술가, 길거리 노숙자들 모두가 행복해지려면 부의 재분배가 필요하다는 것. 그게 공산주의처럼 똑같은 게 아니라, 콜린의 방식은 산타페에서 레스토랑을 만드는 거죠. 그리고 그게 사랑을 전파하는 방식이라고 말하는게 가장 큰 콜린의 역할 같아요"            




주변인에게 자기만의 방식으로 사랑을 전파하는 콜린. 최재림도 그런 콜린의 모습을 어느 정도 닮아있었다. 그는 늘 유쾌한 에너지를 전하며 주변 선후배들에게 힘을 북돋아주고 있다. '렌트'가 가진 메시지 '사랑'이 많은 이들에게 힘을 주는 것처럼 말이다.


"내적이고 지적이고 논리적인게 닮았어요. 무던한 성격도. 저 스스로 굉장히 따뜻한 사람이기에 맞닿아있다고 봐요.(웃음) 능글능글하기도 하고. 사랑에 관해서도 지고지순하게 상대방에게 집중하는 부분이 있어요. 뇌피셜로는 목소리가 많이 닮았어요. 무대위와 일상의 목소리가 다르거든요" 


"많은 동료배우분들이 처음 절 만나면 어려워하세요. 나이가 가늠 안되는 얼굴도 있지만, 첫인상이 무서워보이나봐요. 근데 전 유쾌하고 헛소리도 잘하고 농담하고 장난치는 것도 좋아하거든요. 평소 그들이 가진 최재림에 대한 인상을 그들한테는 안좋은 방식으로 깬 것 같아요. 주위에서 '멋있게 좋게 봤는데, 원래 이러냐'라는 식으로 실망한 것 같기도 하고, 신기하게 보는 것도 같아요(웃음)"


"저는 일단 사람들을 많이 웃기고 있어요. 연습실에서 공연전에 모든 배우들에게 즐거운 에너지를 주려고 해요. 언제든지 열려있는, 사람들이 와서 쉴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고 싶어요. 할 수 있는 능력 안에서 필요한 사람이 있으면 기꺼이 나눠주는 식으로 말이죠"


②에서 계속됩니다.


장민수 기자  kways123@sli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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