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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싱글리스트 Aug 23. 2020

[리뷰] '테넷' 놀란 감독표

시공간 만렙 '알쓸신잡'...이해하지 말고 느껴라!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관객들의 지적 능력을 시험한다. 더욱 복잡해진 시공간 개념을 가지고 자신이 가진 물리학 ‘알쓸신잡’을 풀어낸 ‘테넷’은 2시간 30분이란 긴 러닝타임 동안 ‘인버전’의 세계로 관객들을 초대한다. 


“이해하지 말고 느껴”라는 대사처럼 보이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영화를 즐길 수 있다.           


 

사진='테넷’ 스틸컷


‘테넷’은 제목 ‘TENET’과 같다. 현재에 있지만 과거와 미래를 동시에 취하는 것. 그 중심엔 ‘인버전’이 있다. 놀란 감독은 그의 초기작 ‘메멘토’에서는 단기 기억상실증의 주인공을 내세워 이야기의 흐름을 거꾸로 조립했다. 


‘인셉션’은 현재 안에 수많은 공간을 창출해냈고 ‘덩케르크’는 과거와 현재를 교차편집해 하나의 시간대로 엮었다.


‘인터스텔라’도 시간과 공간이라는 소재를 빼놓고 설명하기 어려웠다. ‘테넷’은 놀란 감독이 시공간 소재를 더욱 확장시켜 더욱 관객들을 혼란스럽게 만든다. 미래에서 현재로 온 '터미네이터’, 현재에서 미래를 오가는 ‘빽투더퓨처’와는 또 다른 이야기다.


영화 시작부터 “이것만 알고 있어, ‘테넷’”이란 대사가 나오고 바로 인버전을 보여주기 시작한다. 물질의 엔트로피의 흐름을 바꾸면 시간도 바꿀 수 있다는 것. 이는 방사능으로 인한 물질 변화를 보여준다. 엔트로피가 반전된 물건 또는 사람은 시간을 거스른다.


즉 현실에서 과거로 돌아갈 수 있고 미래를 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초반부터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쏟아지지만 그건 시작에 불과했다. 끝으로 갈수록 놀란 감독은 아인슈타인과 뉴튼을 데려다 모셔놓아 각본을 쓰게 한 듯 물리학 세계로 우리를 초대한다.            




늘 그랬듯 놀란 감독의 영화는 한번 보고 이해하기 힘들다. ‘다크 나이트’ 3부작이라면 모를까 말이다. 놀란 작품 사상 가장 어려울 이 영화에 호불호가 예상되는 건 당연할 지 모른다. 그래서 감독은 블록버스터급 액션으로 관객들에게 재미를 주려고 한다.


실제로 보잉 747 비행기를 터뜨리는 등 CG를 최소화해 대규모 물량을 투입했다. 뭔가 어설픈 타격 액션도 인버전 됐다는 걸 감안해 만들어졌다고 생각하면 결과물이 놀라울 따름이다. 맞지도 않았는데 먼저 쓰러지는 등 놀란 감독을 향한 그동안의 액션 비판은 ‘테넷’으로 조금 사그라들지 않을까 싶다.


보여줄 게 많다보니 캐릭터들의 이해관계 설명은 부족해진다. ‘다크 나이트’ 시리즈에서는 배트맨의 심리를 자세하게 묘사해 새로운 히어로 무비의 정석을 보여줬지만 ‘테넷’은 심리보단 사건의 과정에 중심을 둔다.       


     


주인공(존 데이비드 워싱턴)이 '테넷’ 단어를 듣고 인버전을 체험하게 되는 과정, 그와 함께 하는 닐(로버튼 패틴슨)이 그를 따르는 이유, 세계를 말살하려는 사토르(케네스 브래너)의 심리, 사토르에게서 벗어나려는 캣(엘리자베스 데비키)이 주인공을 믿는 모습은 본능이라고 하기엔 좀 더 친절한 설명이 필요했다. 놀란 감독의 동생이자 그동안 ‘다크 나이트’ 3부작, '인터스텔라’ '메멘토’ 등의 각본을 함께 했던 조나단 놀란이 필요하다고 느껴질 정도다.


덴젤 워싱턴의 아들 존 데이비드 워싱턴은 스파이크 리 감독의 ‘블랙 클랜스맨’ 이후 또 한번 거장과의 작업을 통해 존재감을 드러냈고 로버트 패틴슨은 ‘더 배트맨’ 배트맨 캐스팅 비판을 잦아들게 하는 액션 능력을 ‘테넷’에서 먼저 선보였다. 여기에 '덩케르크’ 호이테 반 호이테마 촬영감독의 비주얼이 눈을 사로잡고 ‘블랙 팬서’로 오스카 음악상을 수상한 루드빅 요란슨 음악감독이 한스 짐머의 바통을 그대로 이어받았다.


‘테넷’은 독창적이고 대범한 영화라는 걸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현재 안에 과거와 미래를 집어넣으며 물리학 개념들을 총집합했고 배우들도 이해하지 못할 정도로 복잡하지만 창의적인 작품을 만들어냈다. 거기에 IMAX 포맷 촬영은 IMAX로 봐야 제 맛을 느끼게 한다. 4DX로 봐도 충분히 인버전의 세계를 간접 체험할 수 있을 것이다. 러닝타임 2시간 30분, 12세 관람가, 8월 26일 개봉.



박경희 기자  gerrard@sli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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