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우주SF 성공적 첫발
영화 팬들이 고대하던 한국형 우주 SF 영화가 마침내 나왔다. 240억원이 투자된 대작답게 짱짱한 스케일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상대적으로 스토리의 신선함이 부족한 느낌은 있지만 비주얼 완성도가 높다. 한국형 우주활극을 극장에서 보지 못한 점이 못내 아쉽다.
1PICK : 송중기·김태리·진선규·유해진 + 아미티지·박예린...존재감甲 앙상블 시너지
'승리호'는 2092년, 우주쓰레기 청소선 승리호의 선원들이 대량살상무기로 알려진 인간형 로봇 도로시를 발견한 후 위험한 거래에 뛰어드는 이야기를 그린다.
조종사 태호 역의 송중기부터 장선장 역 김태리, 타이거박 역 진선규, 로봇 업동이 역 유해진까지 국내 대표 배우들이 뭉쳤다. 연기력만큼은 보장인 이들의 티키타카는 분명 기대치를 충족시킨다. 다만 로봇인 업동이를 볼때마다 유해진의 얼굴이 떠오르는 건 옥에 티.
도로시/꽃님 역의 아역배우 박예린의 존재감이 돋보인다. 승리호 선원들을 사로잡은 사랑스러움은 보는 내내 흐뭇한 미소를 짓게 만든다. 여기에 '호빗' 시리즈, '퍼스트 어벤져' 등에 출연한 영국배우 리처드 아미티지가 합세한 건 '승리호'의 세계관에 방점을 찍는다. 만화적 상상력을 갖춘 소재인만큼 톡톡튀는 캐릭터들의 시너지가 돋보인다.
2PICK : 한국영화 맞아? 할리우드 못지않은 스케일
'승리호'가 기대를 모으는건 한국영화 중 최초로 우주 SF 장르에 도전했기 때문이다. 많은 자본과 높은 기술력이 요구되는 만큼 쉽지 않은 작업이지만 우려와 달리 할리우드 영화 못지 않은 퀄리티를 완성했다.
국내 최초 8개 VFX 업체와 1000여 명의 대규모 인원이 투입됐다. 수많은 이들이 공들인 만큼 우주선들의 움직임, 대규모 전투신도 어색함이 전혀 없다. '우주SF'에 기대하는 비주얼만큼은 성공적이다. 텐션을 끌어올리는 음악과 역동적인 카메라 연출 역시 지루할 틈 없는 전개에 한 몫을 담당한다.
3PICK : 생(生)과 애(愛), 스토리 신선함은 아쉬워
'승리호'는 생명에 대한 이야기로 귀결된다. 지구와 환경, 인간의 생과 사, 부와 생존, 자연과 과학 등 생(生)과 관련한 이슈들을 뭉쳐냈다. 그리고 생을 위해 필요한 애(愛)를 강조한다.
이 부분에서 호불호가 갈릴 것 같다. '한국형'이라는 수식어가 붙으면 흔히 지나친 감상주의나 신파를 우려한다. '승리호'에서는 아이를 통해 느끼는 감정, 선원들간의 동료애와 희생이 감동을 준다. 다만 경쾌한 우주SF를 기대한 관객에겐 진부하고 뻔한 이야기로 느껴질 수 있다.
전반적으로 우주SF 장르에 대한 기대치를 충족시킨 '승리호'다. 하지만 그동안 본인만의 독창적인 세계관을 선보여 온 조성희 감독의 개성은 조금 덜 드러난 것 같다. 충분히 재밌지만 어딘가 2% 빠진 듯 아쉽다. 러닝타임 2시간16분, 12세관람가, 2월 5일 넷플릭스 공개.
장민수 기자 kways123@slist.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