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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싱글리스트 Mar 15. 2021

윤여정, 경이로운 여정...

은막 데뷔 ‘화녀’부터 오스카 입성 ‘미나리’



배우 윤여정(74)이 영화 데뷔작인 김기영 감독의 '화녀'(1971) 이후 50년 만에 한국배우 최초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후보에 오르는 ‘경이로운 여정’을 완성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한국 영화 최초로 아카데미 4관왕을 차지했던 '기생충'이 이루지 못한 배우의 후보 지명이라 더더욱 유의미하다.


1966년 TBC 3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해 55년째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는 윤여정에게 1971년은 최고의 전성기였다. 그에게 시체스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과 각종 영화제 여주·신인상 등을 안긴 컬트영화 '화녀'는 물론 드라마 '장희빈'으로 인기와 스포트라이트를 누리던 윤여정은 1975년 가수 조영남과 결혼과 미국 플로리다행을 선택하면서 은퇴했다.


13년 만에 이혼한 뒤 홀로 두 아들을 양육하기 위해 연예계에 복귀해 역할을 가리지 않고 '생계형 배우‘의 삶을 살아갔다.


그는 대부분의 작품에서 전형성을 탈피해 자신만의 색채로 캐릭터를 소화해 왔다. 한양대 국문과(중퇴) 출신다운 작품 및 캐릭터 해석력, 지적인 안목과 주체적인 퍼스낼리티 덕분이었다.


'화녀'에서는 주인집 남자를 유혹하는 가정부 역할로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연기를 선보였고, 범죄영화 ’에미‘(1985)에서는 인신매매 당해 짓밟힌 딸의 복수를 위해 핏빛 응징에 나서는 모성을 살 떨리게 그려냈다. 임상수 감독의 '바람난 가족'(2003)에서는 투병 중인 남편을 두고 공개적으로 불륜을 선언하는 시어머니 역으로 그간의 공백기가 무색하게 존재감을 드러냈다.            




이후 재벌 집안의 탐욕스러운 안주인(돈의 맛), 종로 일대에서 가난한 노인들을 상대하는 박카스 할머니(죽여주는 여자) 등을 연기하며 인간의 욕망을 드러내는 캐릭터를 그만의 방식으로 완성했다.


윤여정은 '바람난 가족'으로 인연을 맺은 임상수 감독과 이후 '그때 그 사람들'(2005) '오래된 정원'(2006), '하녀'(2010), '돈의 맛'(2012), '나의 절친 악당들'(2015), '헤븐:행복의 나라로'(2021)까지 크고 작은 역할들로 함께 했다.


이재용 감독과도 '여배우들'(2009)과 '죽여주는 여자'(2016)로 만났고, 홍상수 감독의 작품에도 '하하하'(2009), '다른 나라에서'(2011), '자유의 언덕'(2014),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2015) 등 여러 편에 출연했다.


재미동포 아이삭 정 감독의 '미나리'에서 윤여정은 미국 남부 아칸소주 시골로 이주한 딸 모니카(한예리) 부부를 돕기 위해 한국에서 건너간 할머니 순자를 연기했다. 순자는 정 감독의 할머니에게서 비롯된 인물이지만 감독은 자신의 할머니를 흉내 낼 필요가 없다고 했고, 윤여정 역시 그 점이 마음에 들었다고 했다.


영화에 활력을 더하고 극적 변화를 만드는 순자를 전형적이지 않게 연기하면서 호평받은 윤여정은 오스카 시즌 미국 내 각종 영화제에서 32개의 여우조연상 트로피를 받았다.        


    

사진=영화 '미나리' 스틸컷


나이와 익숙함에 안주하지 않고, 힘듦과 도전을 멈추지 않는다. 지난해 독립영화 '찬실이는 복도 많지'(감독 김초희)에는 노개런티로 출연했고, '미나리'도 "독립영화라 고생할 게 뻔해 하기 싫었다"면서도 "정이삭 감독과는 다시 한번 하고 싶다"며 애정과 신뢰를 보였다.


해를 거르지 않고 출연한 TV 드라마에서도 김수현, 노희경 등 독보적인 작가들과 호흡을 맞추며 더욱 빛을 발했다. 통상 나이 든 여배우들이 떠맡는 '국민 엄마' 역할보다는 시대의 흐름에 맞는 개성적인 역을 창조했다.


최근에는 특유의 직설화법과 유머 감각, 능숙한 영어회화 실력으로 예능도 접수했다.


나영석 PD와 '꽃보다 누나'(2013)로 인연을 맺은 이후 '윤식당'(2017∼2018)에 이어 '윤스테이'(2021)까지 70대의 나이에 자신의 이름을 내건 예능프로를 이끌며 존재감을 자랑한다.


영화 '미나리'에 앞서 2015년 배두나가 주연한 넷플릭스의 미국 드라마 '센스8'과 촬영 중인 애플TV플러스의 드라마 '파친코'까지 해외 활동도 꾸준히 이어가는 중이다. 그의 전성기는 저물지 않았으며 화양연화는 반갑게 손짓하고 있다.



용원중 기자  goolis@slist.kr


http://www.slist.kr/news/articleView.html?idxno=2345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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