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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싱글리스트 Dec 09. 2021

[인터뷰①] 김신록

 “‘지옥’ 박정자 생애 가장 액티브한 5일”



독특한 개성과 카리스마로 주연 이상으로 주목 받는 사람을 흔히 ‘신스틸러’라고 표현한다. 하지만 김신록에게 ‘장면을 훔쳤다’는 표현이 어울리지 않는다. 대본안의 인물의 극성이 어떻든 상관이 없다. 우선 김신록을 만나 화면에 나오는 순간 생명력이 생기고 존재 자체가 서사가 된다. 


사진=저스트엔터테인먼트

연상호 감독이 집필한 tvN 드라마 ‘방법’에 이어 넷플릭스 시리즈 ‘지옥’에 출연해 서사의 외연을 확장시킨 배우 김신록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방법’을 통해 김신록 배우를 처음 만난 연상호 감독은 “이렇게 입체적인 인물이었는가 싶을 정도로 김신록 배우가 많은 부분을 만들어줬다”며 신뢰를 나타냈다.


때문인지 ‘지옥’에서 고지를 받은 인물이자, 새진리회의 영향력을 사회에 깊숙이 뿌리내리게 한 시연 사건의 당사자인 박정자 역으로 서사의 한 주축이 됐다. “이렇게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는 김신록은 박정자가 비단 자식을 떠나게 된 엄마의 비극 정도만 부각되는 캐릭터가 아니길 바랐다고 밝혔다.


“작품 구조 안에서 제가 해내야 하는 역할을 충실하게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모성을 연기해야 겠다는 생각보다 인간을 연기하려고 했어요. 박정자가 가진 조건 중에 자식이 있을 뿐이죠. 너무나 지키고 싶지만, 지켜낼 수 없는 걸 지키기 위해 자신의 존재를 던지는 사이잖아요. 굉장한 두려움을 느끼지만 인간으로서 존엄이나 품위를 지키려는 복합적인 모습이 잘 드러났으면 했어요”



사진=넷플릭스

원작을 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박정자가 정진수(유아인), 민혜진 변호사(김현주) 그리고 새진리회와 한 자리에 모여 시연에 대한 협상을 하는 장면은 사뭇 다른 온도로 시리즈에서 표현됐다. 특히 울먹이는 아들을 향한 박정자의 태도 차이가 가장 컸다. 


이 장면은 김신록이 아들을 방에 데리고 들어가 다그치는 애드리브를 하면서 180도 달라졌다. 연상호 감독조차 “깜짝 놀랐다”고 말한 대목이기도 했다. 


“아이들을 훈육하면서 내가 잘못 기르지 않았다는 걸 보여주려는 모습 같기도 해요.내 못난 모습을 아이들에게 못 보게 하고 싶은 마음도 있는 거 같고요. 민혜진 변호사가 아이들을 공항에 바래다 주고 나오는 장면도 즉석에서 만들어졌어요. 처음에는 아이들이 무사히 비행기를 탔다는 말을 전해 듣고는 너무 잘 됐다면서 주저 앉아 오열하는 연기를 생각하면서 갔어요. 그런데 감독님이 힘이 빠져서 차에 기대는 설정을 제안해주셔서 대사도 몇 개 더 하게 됐어요. 그 대사와 제가 아이들을 혼내는 장면이 연결되면서 힘이 생긴 것 같아요”



인물의 극성 뿐 아니라 그 안의 인간을 들여다보고 연구하는 배우 김신록. 작품을 준비해 나가는 과정이 어떤지도 궁금했다.


“전체 드라마의 구조나 흐름을 좀 많이 보는 편이에요. 거기서 이 인물이 해야 하는 몫이 무엇인지, 다른 인물들과 놓고 봤을때 어떤 차별점을 가지고 있는지, 이 인물이 기여할 수 있는바가 무엇인지 봐요. 이 인물과 관계를 맺는 환경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런 관계가 잘 드러났으면 좋겠다 생각해요”


그렇다면 ‘지옥’에서 김신록이 어떤 관계에 중점을 뒀을까. 


“박정자라는 인물에게는 자녀인 은율이 하율이, 포장마차가 있어요. 그리고 가파른 언덕배기에 위치한 다세대 주택, 그리고 극중에 나오진 않지만 은율이의 아빠. 하율이의 아빠도 있고요. 지옥에 간다고 고지를 받았을때 내 손에 든 가방, 그리고 내 가방에서 나오는 열쇠…. 5일 동안 이 여자가 얼마나 액티브하게 이걸 정리했을까 싶어요.  그 5일이 비극적이면서도 박정자의 인생에서 제일 액티브하고 바쁜 시간일 거라고 생각했어요”


②에 이어집니다.



강보라 기자 mist.diego@sli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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