탕웨이·박해일 칭찬 뿌듯”
‘박찬욱 영화 같지 않다’. 칸 국제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한 ‘헤어질 결심’에 대한 반응이다. 폭력성, 선정성이 희미해진 것은 물론이고 주인공의 로맨스를 다루는 방법까지, 이번 영화는 기존 작품들과 확연히 다른 결을 보여준다.
박찬욱 감독은 이같은 반응에 대해 “이전 영화들과 다르다는 그런 반응은 단지 폭력과 선정적인 장면이 없다는 것 뿐만 아니라 영화의 전반적인 분위기나 스타일이 다르고, 처음 일해보는 배우들이 나오고 여러가지가 어우러져서 만들어낸 반응 같아요”라고 봤다.
“이번에 하고 싶었던 것은 전 영화들보다 더 미묘하고 섬세하고 우아하고 고전적인 영화였습니다. 물론 스마트 기기가 엄청나게 등장하는 영화라서 고전적인 분위기하고 충돌을 일으키는 것이 있지만, 그건 그것대로 영화를 더 재미있게 만드는 요소가 있어요”
장르적 특성을 배제하면 ‘헤어질 결심’은 오롯이 ‘해준’(박해일)과 ‘서래’(탕웨이) 두 사람의 러브 스토리다. 박찬욱 감독은 영화의 지배적인 인상을 만들어준 배우들의 호연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배우들도 제가 전에 만들었던 영화 속에서의 인물과는 좀 더 다른거 같아요. 더 감정표현이 절제돼 있죠. 아주 안보이는건 아니고 작은 동작, 작은 표정 변화로 할 말은 다 하는 그런 연기라고 생각합니다. 제 생각에 대부분의 감독들은 작품에 대한 평가는 배우들을 통해서 받게 된다고 생각해요.
모든 것은 배우 얼굴을 통해서 표현되기 마련이기 때문에 배우가 잘했다는 이야기가 들리면 거기에 나에 대한 모든 평가도 들어있다는 생각을 하거든요. 그런 면에서 볼 때 박해일과 탕웨이 배우에게 호감을 가지고 사랑스럽다고 말씀해주시니까 뿌듯합니다"
‘헤어질 결심’은 전반부와 후반부가 사뭇 다른 관점의 스토리로 전개된다. 박찬욱 감독은 당초 이 영화가 ‘산’ ‘바다’ 두 파트로 나뉘어져 있었다고 설명했다.
“관객의 입장에서 이 편집본을 봤을때 1부가 끝나고 2부가 시작되면 지금까지 본 것만 해도 보통 영화 한 편 분량인데 이걸 또봐야 한다는 공포가 생길거 같더라고요. 그래서 자막을 없애고 13개월 후라고만 간단하게 처리했습니다. 산과 바다는 나뉘어져 있지만 이게 합쳐졌을 때 이 세상 모든 것을 말하는 겁니다.
이원적인 요소로 대립되는 핵심들을 추출해서 대칭시키려고 했어요. 제일 크게는 살인사건을 바라보는 해준이 1부에서는 무죄추정, 선입견을 배제하고 봐야 한다고 주장하잖아요. 그게 2부에서는 후배(김신영)에게 저 여자가 어떻게 범인인지 생각해봐야지 하면서 무죄추정의 원칙에 반대되는 발언을 서슴지 않죠. 그런 면에서 완전히 반대되는 두 개의 파트고 공간이고 인물 구성도 그렇게배치를 했습니다”
“탕웨이는 직접 알지 못하는 배우였지만 ‘색계’ ‘만추’ ‘황금시대’을 보면서 일관된 사랑스러움에 범접하기 어려운 위엄, 양립하기 어려운 매력을 다 가진 보기드문 배우라고 봤어요. 중에 직접 만나서 파악한건 굉장히 장난기도 있더라고요. 이런 모든 것들을 영화에 반영하려고 했어요.
제가 좋아하는 연기가 벽에 붙은 사진을 보다가 서래가 ‘개미가 사람 먹어요?’라고 하는 장면인데요. 굉장히 끔찍한 이야기를 너무 무심하게, 무슨 날씨 이야기를 물어 보듯이 툭 말해요. 사람이 죽는다, 죽으면 시체는 썩는다, 또는 벌레가 먹는다 이런 실제 벌어지는 현실, 어쩔 수 없는 현실에 대해서 서래는 무섭다고 생각하는게 아니라 냉정한 팩트라고 생각하는데서 있는거죠"
②에 이어집니다.
강보라 기자 mist.diego@slist.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