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로 지옥’ 크리스마스가 바로 코앞으로 다가왔다. 거리마다 울려 퍼지는 캐럴과 안 그래도 시린 옆구리를 계속 스치는 칼바람에 싱글들의 외로움은 깊어만 간다. 바퀴벌레처럼 딱 붙어서 애정행각을 벌이는 커플들이 보기 싫다면, 올 크리스마스는 집에서 성탄 분위기가 물씬 묻어나는 영화에 빠져보는 건 어떨까. 솔로 에디터들의 취향 따라 7편의 영화를 골라봤다. 일단 눈에 흐르는 땀부터 닦고 보자.
1. 크리스마스 악몽(1993)
크리스마스를 망치는 게 꿈이라면, ‘크리스마스 악몽’은 필람 영화다. 이 영화는 할로윈타운의 지도자 잭 스켈링튼이 크리스마스타운에서 산타를 납치, 마을에 할로윈 주민들을 풀어 크리스마스를 공포 분위기로 만들면서 벌어지는 기상천외한 스토리다. 마을을 아수라장으로 만드는 해골, 헝겊인형, 뱀 등은 솔로의 마음을 정확히 대변한다.
할로윈과 크리스마스 특유의 분위기를 정감 있게 표현해낸 ‘크리스마스 악몽’은 만들어진지 23년이나 흐른 지금까지 대표적 크리스마스 영화로 자리 잡고 있다. 달달하고 풋풋한 감성만이 넘치는 이 날 독특한 느낌을 풍기면서 약간의 공포를 첨가하는 이 작품은 조금 더 유쾌하고 유별난 재미를 선물한다.
2. 로맨틱 홀리데이(2006)
LA의 잘나가는 사장님 아만다(카메론 디아즈), 영국의 웨딩 칼럼니스트 아이리스(케이트 위슬렛). 행복한 삶을 사는 듯 보이지만, 골치 아픈 연애 문제로 일상탈출을 바라던 둘은 온라인 상에서 발견한 ‘홈 익스체인지 휴가’를 통해 크리스마스 휴가 동안 서로의 집을 바꿔 생활하기로 계획한다. 그리고 어색한 공간에서 운명 같은 사랑을 만나게 되는데...
반복되는 일상, 꼬여버린 연애문제로 우울증에 빠져버린 싱글들에게 명쾌한 솔루션이 될 ‘로맨틱 홀리데이’(감독 낸시 마이어스)는 크리스마스에 찾아온 2주 간 기막힌 인연과 낯선 곳에서 되돌아보는 우리네 인생을 조명한다. 미녀 배우들뿐 아니라, 이들과 멜로 호흡을 맞추는 주드 로, 잭 블랙의 ‘멋’은 사그라진 멜로 감성 한 방울을 마음에 뿌린다.
3. 크리스마스 캐롤(2009)
‘크리스마스 캐롤’은 평생 크리스마스를 즐기지 못한 최고의 자린고비 스크루지(짐 캐리). 어느 한 크리스마스 날 밤, 자신의 과거, 현재, 미래를 보는 신비한 경험 속으로 빠져들 게 된다는 이야기다. 동화의 심상을 모션 캡처 기술로 재현해 세련된 비주얼로 크리스마스를 반짝반짝 빛낸다.
영화 속 스크루지의 모습을 보면 왠지 일 년 내내 돈과 일에만 열중했던 내 모습이 오버랩돼 묘한 기분이 든다. 심지어 나는 스크루지처럼 부자도 아니라 자괴감이 든다. 하지만 ‘크리스마스 캐롤’을 보면서 일상을 내려놓고 딱 하루 만이라도 여유를 가져보는 건 어떨까. 원래 크리스마스는 연애가 아니라 여유를 부리라고 있는 날이다.
4. 그랜드 부다패스트 호텔(2014)
‘그랜드 부다패스트 호텔’은 1927년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어느 날, 세계 최고의 부호 마담 D(틸다 스윈튼)이 갑자기 사망하고, 그녀가 유언으로 명화 ‘사과를 든 소년’을 그랜드 부다패스트 호텔의 지배인이자 연인 구스타브(랄프 파인즈) 앞으로 남기면서 벌어지는 기상천외한 모험을 담았다.
구스타브와 로비 보이 제로(토리 레볼로리)의 케미, 마담 D의 아들이자 구스타브를 노리는 드미트리(애드리언 브로디)의 유쾌한 추격전이 크리스마스를 웃음으로 채운다. ‘다즐링 주식회사’ ‘문라이즈 킹덤’ 등을 통해 아기자기한 영상미를 뽐내왔던 웨스 앤더슨 감독의 감각도 마치 잘꾸며진 트리를 보는 것 처럼 분위기를 화사하게 꾸민다.
5. 겨울왕국(2014)
서로 최고의 친구이자 자매인 엘사(이디나 멘젤)와 안나(크리스틴 벨). 하지만 언니 엘사는 동생 안나에게도 말하지 못하는 비밀이 있었다. 모든 것을 얼려버리는 비밀스러운 능력이 바로 그 것. 결국 자신의 힘을 두려워하던 엘사는 왕국을 떠나고, 외톨이가 된 안나는 언니를 찾아 환상적인 여정을 떠난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은 제목에서 느낄 수 있다시피 차가운 겨울 풍경을 오롯이 만끽할 수 있다. 크리스 벅, 제니퍼 리 감독이 꾸민 영상미에 디즈니 특유의 멋진 음악이 얹혀 흐뭇함을 자아낸다. 여기에 안나와 엘사, 올라프(조시 게드) 등 귀여운 캐릭터들이 크리스마스를 맞아, 올 한 해 지쳤던 마음에 잔잔한 위로를 건넬 것이다.
6. 러브 액츄얼리(2003)
영화 '러브 액츄얼리'는 ‘사랑은 어디에나 있다’는 말에 착안, 낭만 도시 런던을 무대로 열한 가지의 각기 다른 사랑을 선보인다. 형태와 대상은 다를지라도 크리스마스가 되면 누구나 품는 '사랑'의 묘한 설렘과 기대가 가득 담겨있다.
'로맨스의 거장' 리차드 커티스 감독의 대표작 '러브 액츄얼리'는 다양한 인물들 간의 사랑을 스크린 속에서 옴니버스 형식으로 보여준다. 특히 극 중 마크(앤드류 링컨)가 스케치북을 넘기며 고백하는 명장면은 크리스마스의 설렘을 느끼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올해도 역시 크리스마스가 되면 울려 퍼질 OST ‘올 유 니드 이즈 러브(All You Need Is Love)’를 영화와 함께 감상해 보는 건 어떨까.
7. 8월의 크리스마스(1998)
한적한 시골, 조그만 사진관을 운영하는 정원(한석규)는 시한부 인생을 산다. 그러던 중 주차단속 요원 다림(심은하)를 만나게 된다. 당돌한 그녀는 노총각 정원에게 거침없이 다가가고, 세상과의 이별을 차근히 준비하던 정원은 점점 다림에게서 사랑을 느끼며 그녀를 사진처럼 추억 앨범에 간직하려 한다.
겨울에 웬 여름 영화? 크리스마스의 감각을 느끼는 데 계절은 중요하지 않다. 오히려 다림-정원의 사랑은 선물처럼 다가온다. 한 해를 바쁘게 보내온 현대인에게 허진호 감독의 ‘8월의 크리스마스’는 연말 힐링 포인트가 된다. 빠르게 흘러만 가는 LTE 시대와 반대로 이 작품에는 느림의 미학이 숨어 있다. 영화 속 넘쳐나는 여백과 고요로 생각을 정리하고 이들의 사랑과 슬픔에 차분히 빠져보자.
에디터 신동혁 권용범 ziziyazizi@sli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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