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너의 이름은.' 신카이 마코토 내한

올 겨울 극장가에서 흥행 돌풍을 일으키며 350만 관객을 동원한 일본 애니메이션 ‘너의 이름은.’의 감독 신카이 마코토가 오늘(10일) 오전 서울 강남구 논현동 임페리얼 팰리스 호텔에서 앙코르 내한 기자회견을 가졌다. 부산국제영화제 초청, 개봉 기념으로 내한한 데 이어 300만 돌파 공약을 지키기 위한 세 번째 방문이라 관심이 더욱 높았다.

‘너의 이름은.’은 꿈속에서 몸이 뒤바뀐 도시 소년 타키와 시골 소녀 미츠하, 만난 적 없는 두 사람이 만들어가는 기적과 사랑에 관한 이야기로 감독이 직접 “어린 시절의 감정을 되살려서 스토리를 만들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날 기자회견에선 한국 흥행 반응에 대한 심경과 작품 내적인 해석을 덧붙여 솔직한 생각을 드러냈다. 

Q. 한국에서 350만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감회가 궁금하다.

A. 1개월 만에 350만 명이라는 관객이 보셨다는 것이 개인적으로 희망사항은 있었지만 현실로 될 것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많은 분들이 영화를 봐주셔서 다시 한국에 올 수 있게 된 것 같다. 행복하게 생각한다. 그런데 2월의 서울이 이렇게 추울 것이라고 생각을 못했다. 다음에는 좀 더 따뜻할 때 오고 싶다.(웃음)              

Q. ‘하울의 움직이는 성’을 넘어선 한국 개봉 일본영화 중 최고의 흥행 기록이다. 그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A. 우리는 어느 날 갑자기 어른이 되는 게 아니다. 어린이에서 어른이 되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어린이 때 느낀 슬픔이나 기쁨을 여전히 가지고 있는 것이다. 나이를 먹으면서 조금 퇴화하긴 하지만 계속 그렇게 살아간다고 생각한다. 20년 전이긴 하지만 나도 중고등학교 때 느낀 아픔이나 기쁨이 있었다. 그런 감정을 기억하면서 시나리오를 쓴다. 옛 감정에 대한 생각을 가지고 이야기를 창조하기 때문에 지금 젊은 관객들에게 큰 공감을 불러오는 것 같다. 감사하고 기쁜 일이다. 

Q. 영화 속 자연재해가 2011년 동일본 대지진에서 가져온 것으로 알고 있다.  

A. 자연재해에서 영감을 얻기는 하지만 이 영화는 소년과 소녀가 만나는 것에서 영감을 얻었다. 내가 젊은이들에게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우리가 아직 만나지 않은 사람 중에 운명적인 만남이 있을 수 있다는 희망에 관해서다. 한국과 일본에서 많은 관객들이 '너의 이름은.'을 관람한 이유는 자연재해, 폭풍, 지진, 세월호 참사 같은 일들이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한다. 그런 기억들은 슬프게 남는다. 이 영화가 위로가 되고, 관객들이 영화를 통해 희망을 가졌으면 좋겠다.              

Q. 어제 관객과의 대화를 진행했다. 한국관객의 솔직한 반응을 듣는 건 어땠나?

A. 어제 관객과의 대화를 갔는데, 그 중 90%가 3번 이상 관람했더라. 10번 이상 본 사람도 있었고, 심지어 50번 넘게 본 관객도 있었다. 그 분은 블루레이가 나올때까지 자제해줬으면 한다.(웃음) 한국인들이 재미있고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일본인들도 비슷하게 느끼곤 한다. 풍경도 닮아있는 부분들이 있는데, 어쩌면 영화를 본 고등학생들이 도쿄를 한국으로, 자신을 미츠하로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계속해서 봐도 재미있을 영화를 만들고 싶은 욕심이 있다. 많은 정보를 전달하는 영화라 두 번째 봤을 때 더 많은 의미를 느낄 것 같다. ‘너의 이름은.’은 4번 정도 보면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 

Q. 이번 영화에 대해서 ‘뮤직비디오’ 같다는 비판의 시선도 조금 있었다.   

A. 기본적으로 영화라는 건 논리와 이론으로 구조가 만들어진다고 생각한다. 이야기는 이론적인 것에서 출발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인간은 항상 논리를 바탕으로 살아가지는 않는다.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하고 행동한다. 이런 논리적인 것들을 점프해서 만들려고 한다. 그런 순간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음악이 큰 힘을 발휘한다고 생각한다. 관객의 마음을 바로 바꿀 수 있는 음악에 관해 항상 동경하고 있다. 영화감독보다는 뮤지션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웃음)              

Q. 차기작에 대한 한국팬들의 관심이 늘어나고 있다. 구상 중인 게 있나?

A. 다른 작품은 이제 구상을 시작한 단계다. 신작 질문은 받을 때마다 속이 아파오는 느낌이 든다.(웃음) ‘너의 이름은.’과 전혀 다른 내용이 되겠지만 엔터테인먼트 성격을 지니지 않을까 싶다. 아무래도 이번 작품의 결과가 워낙 좋았기 때문에 다시 한 번 우리의 능력을 시험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Q. 최근 일본 보수신문이 한국영화 ‘군함도’에 날조라는 비난을 했다. 역사가 양국 교류에 갈등을 빚는 일이 왕왕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A. 국가를 넘어서는 개인과 개인의 관계가 중요한 것 같다. 제가 하고 있는 일은 영화를 통해 관객이 한국인이든 일본인이든 관객과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이다. 정치적인 이야기를 할 때는 대화가 잘 되지 않을 때가 있다. 그럼에도 그 친구들과 밥을 먹고 싶다고 생각하고 그 친구 자체는 매력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국가를 떠난 개인의 교류가 있으며 그렇게 문화가 교류한다고 생각한다. 일본이라는 나라에 대해서는 납득할 수 없지만 '너의 이름은.'은 재미있게 봤다, 한국은 이해하지 않지만 한국 남자는 멋지다. 이런 것들이 쌓여 문화의 교류가 이어진다고 생각한다. 

사진=미디어캐슬 제공   

에디터 신동혁  ziziyazizi@sli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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