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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싱글리스트 Feb 26. 2017

'은퇴 번복의 대명사' 미야자키 하야오 복귀작 6

‘재패니메이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또 한 번 은퇴를 번복하고 장편 애니메이션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두툼한 마니아층을 자랑하는 그의 컴백 소식이 팬들의 심장박동수를 드높이고 있다. 하지만 사실 그의 은퇴 철회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986년 ‘천공의 성 라퓨타’ 이후 다섯 번이나 은퇴를 번복한 미야자키 하야오의 ‘복귀작’은 어떤 작품이 있는지 되돌아봤다.              


‣ 이웃집 토토로

1955년, 상냥하고 의젓한 11살 사츠키와 장난꾸러기 4살 메이 자매는 아빠와 함께 도시를 떠나 시골로 이사를 온다. 자상한 아빠, 병원에서서 곧 퇴원할 엄마와의 새로운 시작에 잔뜩 기대를 품는다. 그리고 사츠키가 학교에 간 후, 혼자 숲에서 놀던 메이 앞에 도토리나무 요정 토토로가 나타나고, 어린 자매의 일상은 점점 꿈처럼 즐거운 공간으로 변해가기 시작하는데...  


1986년 ‘천공의 성 라퓨타’ 이후 첫 번째 은퇴를 선언한 미야자키 하야오는 1988년 ‘이웃집 토토로’로 돌아왔다. 유년 시절 보편적으로 겪는 감정, 체험, 상처 등을 잘 묘사하면서 어린 날의 판타지를 톡톡히 자극한다. 이 상상은 아이들 관객 뿐 아니라, 어른들도 잠깐 유년의 공상에 빠져들게 만들며 칙칙한 가슴 한 구석에 흐뭇함을 퍼뜨린다.              


‣ 모노노케 히메  

무로마치 시대의 일본. 총알을 맞아 재앙신이 돼버린 맷돼지 신이 한 마을을 습격한다. 주인공 아시타카가 막아내지만 그 원한의 댓가로 그는 죽음의 저주에 걸리고 만다. 죽을 위기에 처한 아시타카는 조금씩 생명을 갉아먹는 저주를 막기 위해 여행을 시작한다. 예언에 따라 서쪽으로 여행을 떠나는 중 한 마을에 다다른 그는 거기서 펼쳐지는 인간과 신들의 전쟁에 휘말리고, ‘산’이라는 야생 소녀를 만나게 되는데...


‘붉은 돼지’(1992)를 발표하고 “해보고 싶은 것은 다 해봤다”며 은퇴를 암시했던 미야자키 하야오는 5년 후 일본에서만 1300만 관객의 대박을 터뜨린 ‘모노노케 히메’(1997)를 발표했다. 구상 기간 16년, 제작기간 3년에 예산이 200억원이나 투입된 대작으로 그만큼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자연과 인간의 관계’에 대한 메시지를 완벽히 느낄 수 있다.              


‣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소녀 치히로의 가족이 이사를 가던 중, 길을 잃고 낯선 터널 앞에 멈춘다. 터널 안 폐허로 변해버린 놀이공원에서 치히로의 엄마와 아빠는 기묘한 마법에 걸려 돼지로 변해버린다. 그때 갑자기 용감한 소년 하쿠가 치히로를 어느 웅장한 온천장으로 안내하고, 마녀 유바바가 지배하는 온천장에서 치히로는 부모님을 구하기 위해 유바바의 종업원이 되기로 결심한다.


‘모노노케 히메’의 히트 이후 후진 양성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던 미야자키 감독은 ‘귀를 기울이면’ 콘도 요시후미 감독이 세상을 떠나자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2001)로 복귀했다. 그의 대표작으로 손꼽히는 이 작품은 최대 흥행을 기록하며 개봉 당시 일본에서만 308억엔의 수입을 올렸다. 뿐만 아니라 미국 아카데미 장편 애니메이션상과 베를린 국제영화제 금곰상 등 유수 영화제에서 수상하며 자타공인 ‘명작’으로 기억되고 있다.              

‣ 하울의 움직이는 성

여운도 모른 채 마녀의 저주로 인해 할머니가 된 소녀 소피, 절망 속에서 길을 걷다가 거대한 마법의 성에 들어가게 된다. 그곳에서 자신과 마법사 하울의 계약을 깨주면 저주를 풀어주겠다는 불꽃악마 캘시퍼의 제안을 받고 청소부가 돼 ‘움직이는 성’에서 하울과 함께 거주하게 되는데...


또 한 번 세대교체를 이유로 일선에서 물러났던 미야자키 감독은 ‘하울의 움직이는 성’ 연출가였던 호소다 마모루 감독이 해고되면서 울며 겨자 먹기로 작품의 메가폰을 들었다. 부침이 많은 작품이었지만, 그만의 판타지적 상상력과 감성적인 그림체, ‘인생의 회전목마’ 등 섬세한 OST를 바탕으로 일본 흥행수입 역대 2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제61회 베니스국제영화제 기술공헌상 수상작.                


‣ 벼랑위의 포뇨

호기심 많은 물고기 소녀 포뇨. 따분한 바다 생활에 싫증을 느낀 그는 아빠 몰래 육지로 가출을 감행한다. 해파리를 타고 육지로 올라온 포뇨 앞에 나타난 건, 때마침 해변가에 놀러 나온 소년 소스케. 소년과 함께 즐거운 육지생활을 보내던 포뇨는 아빠 후지모토에 의해 결국 바다로 돌아가지만, 호시탐탐 소스케의 곁으로 갈 계획을 세우는데... 과연 포뇨는 아빠의 방해를 뚫고 소스케를 다시 만날 수 있을까?


미야자키 감독은 ‘하울의 움직이는 성’ 이후 은퇴를 암시했지만, 아들 미야자키 고로가 연출을 맡은 ‘게드전기-어스시의 전설’이 ‘폭망’하자 다시 한 번 구원투수로 지브리에 돌아온다. 복귀작 ‘벼랑위의 포뇨’(2008)는 그가 원작 구성부터 감독, 각본까지 담당한 작품으로 유려한 비주얼을 자랑하지만, 이는 컴퓨터 그래픽이 아니라 사람의 손으로 하나하나 그려낸 것으로 미야자키 하야오의 장인 정신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사진=구글
‣ 애벌레 보로

‘바람이 분다’(2013)까지 활발한 작품을 선보였던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가장 최근인 2013년 9월 베니스영화제에서 공식적으로 은퇴 선언을 했다. “이번에는 정말이다”라는 말과 더불어 일흔이 넘은 고령 감독의 복귀를 점치는 시선은 없었다. 하지만 미야자키 감독은 또 한 번 작품 혼을 불태우려 펜을 들었다. 당연히 팬들은 쌍수를 들고 환영하고 있다.


복귀작은 귀여운 애벌레를 주인공으로 한 ‘애벌레 보로’로 빠른 시일내에 단편 애니메이션으로 제작 후, 2020년 도쿄 올림픽에 맞춰 장편 애니메이션으로 개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금까지 은퇴를 번복하고 돌아올 때마다 ‘역대급’ 작품을 들고 찾아왔던 그이기에 새로운 작품의 퀄리티에도 자연스레 관심이 몰리고 있다.                             




에디터 신동혁  ziziyazizi@sli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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